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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성인병 막을 ‘호르몬 보호막’ 10년 내 세워야

안티에이징
남성들은 언제라고 꼭 집어 말할 만한 이벤트 없이 서서히 찾아오는 사춘기와 노년기를 겪는다. 오히려 군 입대가 가장 상징적인 성장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들은 가파르게 오르고 내리는 호르몬의 등장과 퇴장을 통해 삶에 두 번의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초경과 폐경이다. 초경을 할 나이가 다가오면 어머니들이 딸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학교에서도 부족하나마 교육을 하며 준비를 시켜주게 된다. 초경과 마찬가지로 폐경에 대해서도 적절한 준비와 교육, 대응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열악하고, 매우 부족하거나 오히려 틀린 정보들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폐경을 완경이라고도 표현하면서 축제처럼 만들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여성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번의 변화 중 하나이니 관심을 갖는 것은 맞지만, 이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 한다면 축제가 될 수 없다. 지긋지긋하게 매달 찾아오던 손님이 사라지는 것은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다달이 여성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여성호르몬이 사라지는 것은 본격적인 노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폐경 초기 평생 잃어버릴 골량의 절반 상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폐경 전의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성인병이라고 하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 복부 비만 등이 적다. 40대 돌연사, 심근경색 등이 폐경 전 여성들에겐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즉, 폐경으로 접어드는 갱년기란, 그동안 여성들의 혈관을 건강하게 지켜주고 복부비만을 억제해 주던 고마운 여성호르몬이 사라지는 시기이다. 폐경 직후부터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의 비율은 남녀가 순식간에 동등해져버릴 만큼 이 변화는 무섭도록 급속히 일어난다.
 
또한 여성호르몬은 뼈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그렇기에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호르몬이 사라지면 뼈도 급속히 약해지는데, 이 또한 특히 초반 십년이 중요해서 평생 잃어버릴 골량의 거의 절반을 폐경 초기 십년간 잃어버리게 된다.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이 서서히 낮아지더라도 꾸준히 유지가 되지만 여성들은 급격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를 겪게 된다. 골다공증 환자의 80%가 여성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08~2011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여성의 세 명 중 한 명이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다. 거의 절반은 골다공증 이전 단계인 골감소증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뼈는 약해지는데, 70세 이상 여성의 70%는 골다공증을 가지게 되며 정상 골밀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1.5%에 불과할 정도다.
 
골다공증은 일명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하는 병이다. 실제 골절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르고 지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발생하면 이후 사망률이 증가하여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2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여성의 경우 매년 대퇴골절 이후 사망하는 숫자는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유사할 정도에 이를 정도이니 사뭇 심각하고 또한 사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50% 가까이가 신체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골절 이전의 활동성을 되찾지 못하게 되어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거나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골다공증의 치료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예방 목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적은데, 60세 이전에 사용가능하고 골감소증 단계부터 효과가 입증되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성호르몬 치료이다. 그러니 폐경 초기에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통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도록 하고, 이후 60~70세 이후 노년기에 골다공증이 발생한다면 그 상황에 맞는 골다공증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더욱 큰 변화는 정신적인 면에서 찾아온다.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이 겪게 되는 불면증, 우울감이나 인생에 대한 아쉬움, 주위 가족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급격하다.
 
여성호르몬의 퇴장이 가져오는 이런 효과들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강력해서 어쩌면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사춘기보다도 더욱 위험한 시기이다. 그럼, 어떻게 갱년기를 맞이하는 것이 현명할까? 제일 먼저 중요한 것은 가족과 주위의 가까운 동료나 친구들의 정서적인 지지와 배려일 것이다. 또한 성인병의 위험성과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현 시점에서 이미 발생한 건강상 적신호는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모든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면홍조나 불면증, 정서적 문제, 관절통 등의 갱년기 증상은 개인차가 매우 심해서 가볍게 1~2년 만에 지나가는 사람부터 20년이 넘도록 심하게 고통을 겪는 분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호르몬제 복용 때 유방암 증가 우려는 과장
 
심한 갱년기 증상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트린다. 가볍게 지나간 언니들이 본인들이 괜찮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한다면 이는 매우 무책임한 조언이다. 70세가 넘어도 약 2%의 여성은 매우 심한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일생 중의 10~20년을 고생한다면 이는 그냥 두고 볼 문제가 절대 아니다.
 
증상이 심한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통계적으로 봐도 폐경 후 첫 10년간, 60세 이전에 호르몬치료를 받은 여성들은 호르몬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들보다 사망률도 낮고 병치례도 적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은 건강에 이로운 호르몬이다. 혈관과 피부, 비만, 뼈 건강에 모두 이롭다. 다만 두 가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첫째, 이미 혈관건강이 나빠져서 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오히려 악화시킬 수가 있으니 건강할 때, 6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둘째, 유방암에 대한 우려인데, 이 우려는 너무 과장되어 있다. 여성호르몬을 사용하지 않는 군(群)의 유방암 발생률은 연간 0.30%인데 반해 여성호르몬을 사용한 군의 발생률은 0.38%로 약 0.08%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유명한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한 연구인 WHI (women‘s Health Initiative)연구 결과다.미국은 나이가 들면서 꾸준히 유방암 발생이 늘어 70세에 정점을 이루지만 한국은 40~55세가 정점을 이루고 그 이후로는 감소한다. 인종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호르몬치료로 유방암이 증가하는 것은 복용 7년 이후이므로 한국은 60~65세가 주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의 절반, 사망률은 3분의 1 수준이므로 한국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할 경우 유방암 발생률이 약 0.04%P보다 적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즉, 한국 여성은 서구 여성보다 더 유방암 걱정을 적게 하면서 호르몬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는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대장암의 발생을 줄여주고 성인병이나 다른 질병들의 발생이 줄어들어 전체 사망률은 감소하는 만큼, 유방암에 대해서는 주의하면서 규칙적인 검사는 필요하지만 이를 과도히 걱정해서 호르몬 사용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또한 최근에는 유방암의 발생 위험성을 줄인 새로운 약제들도 개발되어 있고, 자궁절제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약제를 사용하게 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디 산부인과에 들러 적절한 방법을 상의하길 바란다. 단풍이 물드는 아름다운 가을이 되면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듯, 여성의 일생에서 갱년기는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현명하게 갱년기를 맞이하길 빌며 모든 여성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신정호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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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