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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사회학

정형모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실장

정형모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실장

올해 하반기 문화계 최고의 화제작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사진)입니다. 이번 주 관객 800만명을 돌파하며 음악 영화 국내 흥행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올 개봉 영화 흥행 3위(1위 ‘신과 함께: 인과 연’ 1227만명, 2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명)에 올랐죠. 10월 31일 개봉한 이래 다른 작품에 밀렸다가 다시 예매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역주행도 네 번이나 기록했고,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관람’, 중년들의 악기 구매 열풍 등을 일으키며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됐습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N차 관람’의 열기는 기자들의 ‘N차 기사작성’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 관람한 저도 두 번째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 작품에 이토록 열광한 걸까요. 이 질문이 다소 식상하다면, 사람들이 현실에서 얻지못한 것을 영화가 대신 제공해 준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으로 바꿔볼 수 있겠습니다.
 
◆“커피 포트는 안 돼”=퀸은 밴드입니다. 밴드는 합주를 합니다. 팀원들이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연주가 완성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좋은 팀은 어떤 모습이어야하는 지를 영리하게 그려냅니다.
 
개성 강한 팀원들은 저마다 욕심을 내세우며 툭탁거리다가도 ‘음악’이라는 모두의 목표 아래 선을 넘지 않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말싸움 끝에 누군가 커피 포트를 던지려하자 이구동성으로 제지하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에게 커피 포트는 깨져서는 안 될 그 무엇입니다.
 
멤버들의 고른 기여는 팀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기타리스트는 관객과 좀 더 진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쿵쿵따” 아이디어를 내고, 베이시스트는 신경전을 벌이는 멤버들 앞에서 대박을 칠 기타 리프를 들려주며 싸움을 말리죠.
 
게다가 멤버 전원이 각각 디자인·우주물리학·치의학·전자공학을 전공한 ‘엘리트 학사 밴드’라는 사실을 은연중 부각한 것도 학력 프리미엄에 취약한 한국 관객을 저격하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랩소디

◆“난 리더가 아닙니다, 리드 보컬일 뿐”=프레디 머큐리는 영화 속에서 자신은 리드 보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룹을 이끄는 그의 카리스마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머리속에 음악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기에, 그것을 구현할 때까지 멤버들의 끝없는 노력을 요구하죠. “갈릴레오가 도대체 누구야”라는 비명이 나올 때까지 말입니다. 팀원에게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모두의 노력을 통해 마침내 그 비전을 완성한 뒤, 그 성취감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팀과 리더의 모습일 것입니다. 조직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했을 대목입니다. 팀원들과의 재결합을 원하는 리더에게 “잠깐 나가있어”라고 말하는 팀원의 소소한 복수는 직장인에겐 ‘꿀잼’으로 여겨졌겠고요.
 
◆“내게 시간이 없다면요?”=화려한 무대가 끝난 뒤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주인공이 불치의 병에 걸리고 이제 마지막 무대를 완성한다는 설정은 비록 통속적이라 할지라도 장엄합니다. 그 외로움과 배신감을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열정으로 다 녹여버리는 라이브 무대에서 저는 일본 만화 ‘도전자 허리케인’에 나오는 대사 “하얗게 불태웠어”가 떠올랐습니다. 하나가 된 넷은 아름다웠습니다. “올 롸잇”이라는 포효에서는 근래 우리 사회에서 찾기 드물어진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우리에게 들려주는 응원의 함성으로 들렸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도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관객들의 허전한 뒷모습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각박한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읽혔다면 과한 해석일까요.
 
정형모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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