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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영화보기 본질 바꾼 ‘N차 관람’ 현상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영화를 보고 또 보는 ‘N차관람’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2~3년 새 일이다. 한번만 봐서는 당최 의미가 애매모호한 미스터리 스릴러 ‘곡성’(나홍진 감독), 충무로 ‘영화팬덤’의 효시 ‘불한당’(변성현 감독), 20대 여성 관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아가씨’(박찬욱 감독) 등이 기점이다. 전부 2016년 영화다.
 
주머니는 얄팍해도 나를 위한 문화 소비엔 아낌없는 ‘욜로’, ‘워라밸’ 같은 트렌드와 맞물렸다. 아이돌 팬덤 못잖은, 특정 영화에 열광하는 ‘영화팬덤’ 시대가 함께 개막했다. 때마침 데이트나 주말 가족 여가용 영화관람과 거리 먼 ‘혼영(혼자영화보기)’족도 출현했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섭렵하는 것으로 지식을 뽐냈던 영화광 시대가 가고, 그 자리를 소수 영화에 선택적으로 탐닉하는 ‘덕후 팬’이 이어받는 모양새다. 예전 시네필들이 난해한 예술영화의 계보를 줄줄이 뀄다면 N차관람을 즐기는 덕후 팬들에게는 예술영화든, 상업영화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영화가 내게 얼마나 특별한지, 그 개인적 의미가 중요할 뿐이다.
 
본질은 열혈 마니아 문화지만, 영화 흥행이 있는 곳에 N차관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보편적 현상이 됐다. ‘N차관람 예감’ ‘N차관람으로 천만가자’ 라는 구절이 상투적인 영화 홍보 문구로 등장할 정도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관람률이 제일 높은 영화는 올해 개봉한 방탄소년단의 음악 다큐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관객 10만 이상 영화 대상)로 재관람률이 10.5%였다. 관객 800만명을 넘긴 수퍼 흥행작 ‘보헤미안 랩소디’도 재관람률이 8.6%에 달했다(10월31일~12월9일). 2016년 최고 재관람률이던 ‘아가씨’(4.8%)의 약 두 배다. 당시 ‘아가씨’는 무려 111번 본 관객까지 공식 집계됐다. 최근에는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계도 N차관람 열풍이 한창이다.
 
N차관람은 극장 풍경을 바꿨다. 상영관을 빌린 팬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차려입고, 영화 대사를 따라 하는 응원상영회가 대표적이다. 열기가 뜨거운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어롱 상영회도, 대사 따라하기를 노래 따라부르기로 바꾼 것일 뿐이다. 놀이문화형, 참여형 영화관람이다.
 
관객운동 차원의 N차관람도 있다. 또 아이맥스나 3D버전, 음악특별관 버전 등으로 영화 포맷을 달리해, 한계에 봉착한 극장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업계의 이해가 작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관객과 퍼즐 맞추기 심리 게임을 벌이는 영화들이 가세한다. ‘떡밥’(결말과 관련한 주요 단서)이나 감독의 의중을 여기저기 숨겨놓아 그것을 찾아내고 의미를 곱씹으려 계속 극장 문을 두드리게 한다. 영화 속 퍼즐 맞추기 게임이 영화 보기의 주된 매력이자 쾌감이 된다.
 
보다 본질적으로 N차관람은 극장문화, 영화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말해준다. 사람들은 더이상 영화만을 위해 극장에 가지 않으며(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너무 많다), 놀이문화나 유희적 요소 없이는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영화는 더이상 한날한시 깜깜한 극장에 집단격리돼 소비하는 콘텐트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심지어 몇 분짜리 짧은 클립과도 경쟁해야 하는 동영상 콘텐트의 하나로 존재할 뿐이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가장 영화적인 영화’로 격찬받는 ‘로마’(알폰소 쿠아론 감독)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 영화라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이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관객을 굳이 극장으로 오게 하려면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어디 영화뿐일까. 이건 디지털 파고를 맞고 있는 모든 미디어, 문화산업의 숙명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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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