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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현대미술의 원흉이자 영웅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마르셀 뒤샹의 그 유명한(또는 악명 높은) ‘샘’, 즉 기성품 소변기에 사인하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작품이 한국에 왔다.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작하는 대규모 뒤샹 회고전에서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미리 보며 내가 가장 충격 받은 건, 이미 미술사 책에서 수없이 본 ‘샘’보다도, 뒤샹이 20대 초반까지 그린 회화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림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이걸 보면 “혹시 뒤샹이 그림을 못 그려서 변기를 갖다 놓고 ‘작가 손으로 만들지 않아도 창조적 행위다’라고 우긴 게 아니었나”하는 의심이 싹 사라진다.
 
‘샘’은 1917년 처음 발표됐는데, 당시 뒤샹은 뉴욕 독립예술가협회에 참여하고 있었고, 이 협회가 과연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졌는지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범한 기성품 소변기를 하나 골라 사서 가상의 예술가 ‘R. 머트’의 서명을 한 다음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협회 전시에 출품했다. 협회는 ‘샘’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전시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뒤샹은 항의하며 이런 글을 썼다. “머트 씨가 자기 손으로 ‘샘’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것을 ‘골랐습니다.’ 그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가져와 새로운 이름과 관점 아래 그것의 실용적 의미가 사라지도록 놓았습니다. 사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한 것입니다.”
 
[뒤샹의 '샘'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된 모습]

[뒤샹의 '샘'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된 모습]

뒤샹은 그의 말처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생각”뿐만 아니라 ‘어디까지가,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인문학적 질문을 ‘샘’으로 던졌다. 즉 ‘샘’은 사실 그 변기보다도 이 질문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이어서, 컨셉트가 그대로 예술이 되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시초로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뒤샹은 미술의 정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후대 미술가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 영웅이자 후대 관람자들이 ‘이것도 미술이냐’라며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 원흉이 되었다. 민주적이며 비민주적인 예술인 것이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대량 복제 기성품을 사용한 뒤샹의 작품이 스스로의 아우라를 파괴하고 관람자에게 민주적으로 다가간다고 보았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이런 미술이 높은 수준의 ‘문화자본’을 가진 계급에게만 이해되어 선호되고, 그런 취향의 ‘구별 짓기’로 계급 차이가 더 공고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시는 뒤샹에서 시작된 그런 동시대 미술의 딜레마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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