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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와 okay 차이 아십니까, NYT 스타일북에 답 있죠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①
로이터 『저널리즘 핸드북(Handbook of Journalism)』(handbook.reuters.com)은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보도 원칙뿐만 아니라 영어 어법에 관련된 지침들을 알파벳 순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로이터 『저널리즘 핸드북(Handbook of Journalism)』(handbook.reuters.com)은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보도 원칙뿐만 아니라 영어 어법에 관련된 지침들을 알파벳 순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OK를 okay라고 써도 될까. one another와 each other는 우리말로 둘 다 ‘서로’인데 차이점이 뭘까. 뉴욕타임스(NYT)의  『스타일·어법 매뉴얼(Manual of Style and Usage)』에는 OK만 쓰고 okay는 안 쓴다, one another는 두 명 이상, each other는 딱 두 명인 경우에 쓴다고 나온다. 또 가운데를 뜻하는 amid, amidst 중에서 amid만 쓰고, and/or(양쪽 모두 혹은 어느 한쪽)는 쓰지 말라고 한다.
 
반전이 있다. 사회에서는 OK와 okay, one another와 each other를 구별 없이 쓴다. amidst도 쓴다.  NYT가 ‘부자연스럽다(stilted)’라는 이유로 꺼리는 and/or도 쓴다. 뉴욕타임스(NYT)·이코노미스트·AP 등 영미권 명품 매체가 시중에 내놓은 기사작성 매뉴얼은 ‘보수적’이다. 논란이 있는 경우 ‘전통’의 손을 들어준다. 왜일까. 기사에서 OK를 접하고 눈살 찌푸리는 독자는 없다. okay는 극소수일지라도 일부 독자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언어 순수주의자(linguistic purist)’나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는 okay에 ‘오케이’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 hopefully를 ‘바라건대’의 뜻으로 쓰는 것에 반대한다. hopefully가 ‘희망을 갖고’를 의미할 때는 굿(good).
 
이런 궁금증은 일반 사전이나 어법 사전으로도 풀 수 있다. 왜 굳이 기사작성 매뉴얼인가. 기사는 숨 가쁜 세상 변화의 핵심을 추려서 알려준다. 기사를 안 읽고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영미권 기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외신 기사로 번역되지만, 원문 기사를 보는 게 더 빠르다. 외신 기사를 읽고 어차피 원문을 찾아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들도 고민하는 문제 밝혀
 
뉴욕타임스(NYT) 『스타일·어법 매뉴얼』 표지. 국내에서도 약 2만원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 『스타일·어법 매뉴얼』 표지. 국내에서도 약 2만원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일차적인 이유는 사실 대입·취업을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영어로 읽고·듣고·말하고·쓰기를 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영문 기사는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가장 흔한 영어 글쓰기·글읽기 체험이다. 기사작성 매뉴얼은 영어권 기자들도 헷갈리는 영어 문제에 ‘유권해석’을 제시한다. 영어 글쓰기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정리한 기사작성 매뉴얼은 특히 중급 수준 영어에 만족하지 않고 고급 수준으로 도약하려는 학습자에게 필요하다. 2%, 0.2% 차이가 결정적이다. 『스타일·어법 매뉴얼』은 NYT 독자에게 그 2%를 채워줄지 모른다.
 
NYT의 『스타일·어법 매뉴얼』, AP(Associate Press)의 『스타일북(Stylebook)』, 이코노미스트의 『스타일 가이드(Style Guide)』, 가디언의 『가디언 스타일(Guardian Style)』 등의 제목에서 공통으로 들어간 단어는 ‘스타일(style)’이다.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이다. 개성을 위해 따라야 할 형식이나 구성, 지침이 있다는 것은 패러독스다.
 
영·미 명품 매체의 스타일 가이드에서 눈에 띄는 지침으로 다음과 같은 게 있다.
 
-“세계 언론인들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뉴스 보도의 4대 원칙은 정확성·객관성 ·정직성·공정성(accuracy, objectivity, honesty, fairness)이다.” “그 어느 쪽의 편도 들지 말고 모든 쪽의 이야기를 전하라(Take no side, tell all sides.)”(로이터 『저널리즘 핸드북』)
 
-“이코노미스트가 경쟁지를 지속적으로 능가할 수 있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1) 분석의 질과 (2) 글쓰기의 질이다.” “독자를 압박하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말라. 기자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멍청하거나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다.” “기자는 생각을 독자에게 통보하는 게 아니라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논증·추론·증명을 사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이코노미스트 『스타일 가이드』)
 
NYT의 세심한 독자 배려가 인상적이다. NYT 『스타일·어법 매뉴얼』은 이렇게 말한다. “NYT는 독자들을 굽어보며 독자가 모르는 것을 알려준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정의(definition)나 설명(explanation)은 용어 앞에 내세운다. NYT는 ‘애슐리 램과 로런 밀러리, 20세기 작곡가(Ashley Lam and Lauren Milori, 20th-century composers)’라고 하지 않고 ‘20세기 작곡가인 애슐리 램과 로런 밀로리(the 20th century composers Ashley Lamb and Lauren Milori)’라고 한다.”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것이 NYT식 배려다.
 
 
NYT, 독자 배려해 용어 정의까지 신경
 
수험생들이 영어 능력 인증시험인 TOSEL을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수험생들이 영어 능력 인증시험인 TOSEL을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NYT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뭐)라는 말이 있다’는 글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도 예사롭게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라는 말이 있다’는 필자는 알지만, 독자는 모른다고 가정한다.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말이 있다”에 대해 독일 출신 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에 정통한 독자들은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한자성어에 통달한 독자들은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를 접하고 실소할 수 있다.
 
신문기사나 소설은 초등학생부터 ‘세계적인 석학’까지 모두 잠재적·실재적 독자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글 쓰는 사람은 ‘두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의 토끼들’을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당선을 위해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성향의 국민·유권자를 최대한 많이 설득해야 하는 정치인처럼 말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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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