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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질병이지만 극복하면 창의성 나온다

인구의 15%가 겪는 우울증의 두 얼굴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현정 옮김, 북라이프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글항아리
 
‘우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예컨대 비가 오면 많은 사람이 우울해진다. ‘우울증’은 중증 우울증인 주요 우울장애만 따져도 인구의 15%가 체험하는 정신질환이다.
 
‘일본 최고의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우울과 기분장애에 대한 모든 것’이 부제인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와 ‘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가 부제인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의 공통분모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두 책의 출간 배경일 것이다.
 
우울증은 로마 신화의 신(神) 야누스 같은 두 얼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악의 경우 우울증은 자살로 끝난다. 최선의 경우엔 우울증 덕분에 세계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우선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를 들여다보자. 감수자인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우울증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 이 책을 접하고 “내가 쓴 초고는 이제 필요 없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내용이 포괄적이다. 단극성 우울증, 양극성 우울증, 멜랑콜리 형 우울증 등 다양한 종류의 우울증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더 헷갈릴 수 있다.) 물론 약물 치료법도 다뤘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 의 ‘멜랑콜리’(1893). ‘멜랑콜리형 우울증’에 걸리면 식욕부진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아테네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 의 ‘멜랑콜리’(1893). ‘멜랑콜리형 우울증’에 걸리면 식욕부진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아테네움]

이 책은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원시인은 우울증이 없었단다. “우리보다 슬픔과 상처를 회복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원시인은 ‘멘탈 갑’이었다.
 
저자는 전형적인 우울증의 징후를 이렇게 정리한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조조각성(早朝覺醒)이 반드시 일어난다. 식욕부진으로 살이 빠져 ‘삐쩍 말라 죽은 나무’처럼 보인다. 수면장애·식욕변화 뿐만 아니라 배변장애·나른함·통증 또한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이다.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는 우울증을 “아픔과 괴로움,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뇌의 영역 자체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병이다”라고 정의하며 “건강한 사람은 그 고통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어떨 때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게을러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다른 질병과 증세가 비슷해 오진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우울증으로 인한 건망증은 치매 초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우울증의 역사도 다뤘다. 문헌상으로 최초로 나타나는 우울증 환자는 이스라엘의 사울과 성경 ‘욥기’의 주인공 욥이라는 것. 그런데 우울증을 영적인 현상으로 보고 퇴마 행위 등으로 치유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했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영국을 대표하는 정신분석학자, 정신과 의사인 앤서니 스토(1920~2001)가 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우울증과 천재성·창의성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스토는 그 자신 우울 증세로 고생했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에서 처칠·카프카·뉴턴은 모두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우울증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이름 석 자를 남겼다고 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울 기질의 특징인 근원적인 절망”을 극복한 것이다. 이 셋은 공통으로 지극히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유복자였다. 어머니는 그에게 무관심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비합리적인 폭군’이었다. 아이작 뉴턴(1643~1727) 또한 유복자였는데 재가한 어머니 대신 할머니가 그를 키웠다.
 
단편 전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백미는 처칠 편이다. 저자는 나치 독일과 맞선 처칠 총리의 엄청난 리더십이 우울증과 싸우면서 연마됐다고 주장한다. 처칠에 대한 1장은 이렇게 끝난다. “저 암울한 시기에, 영국이 필요로 한 것은 상황 판단이 빠르고 차분하며 균형 잡힌 지도자가 아니었다. 영국은 예언자·영웅 같은 선지자, 모두가 패한 것처럼 보일 때 승리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윈스턴 처칠이 그런 사람이었고, 영감을 불어넣는 그의 자질은 그의 참된 존재가 살고 있던 낭만적 공상 세계에 그 동력을 빚지고 있었다.” 한국의 통일 과정이나 인공지능(AI) 개발을 이끌 지도자들도 약한 강도의 조울증 증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도 독일 사회학자·경제학자 막스 베버(1864~1920),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등 우울증과 싸우며 창의성을 꽃피운 인물들을 중간중간에 인용한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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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