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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이 온 줄 알았는데, 검찰이 업비트를 기소했다

‘업비트, 너 마저…’
21일 점심 무렵,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탄식을 쏟아냈다. 오랜만에 보는 빨간색 시세 변동표였다. 투자심리가 살아날 참이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검찰은 업비트 임직원 3명을 1500억 원 규모의 사기 혐의 등으로 18일 각각 불기소했다고 발표했다.
 
470만 원을 돌파하며 500만 원을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430만 원대까지 밀렸다. 중소형 거래소의 불법 행위가 판을 치는 가운데, 그나마 믿을 만하고 봤던 업비트 마저 고객 뒤통수를 쳤다는 배신감에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술렁거렸다.
 
자료: 업비트

자료: 업비트

검찰 발표 직후 업비트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요지는 거래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지 불법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비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기적 거래를 한 사실이 없으며,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이 과정에서 회사 및 임직원이 이익을 취한 것 없다”고 밝혔다.
 
업비트가 말하는 ‘거래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는 뭐고, 검찰은 어떤 부분을 문제삼은 것일까.
 
전산 조작으로 없는 돈을 만들었다?
검찰은 지난해 10~12월 업비트 오픈 초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먼저, 업비트가 가짜 회원계정(ID가 숫자 ‘8’)을 만들어 있지도 않은 1221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와 원화를 실제 있는 것처럼 전산시스템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사전자기록등위작 혐의). 곧, 있지도 않은 돈(암호화폐ㆍ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꾸민 뒤 매매해 고객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미다.  
 
업비트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의 주장대로 해당 계정에 실제로 암호화폐와 원화를 입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계정은 출금 기능이 없는 법인계정이다. 설사 전산 조작을 통해 돈을 벌었다 해도,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검찰의 업비트 기소 발표로 비트코인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처: 업비트

검찰의 업비트 기소 발표로 비트코인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처: 업비트

 
해당 계정으로 실제 암호화폐와 원화를 입금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생략의 문제일 뿐이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고 판다고 해서 해당 비트코인이 매도자에서 매수자의 지갑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일종의 거래소 장부에 기록될 뿐이다. 그렇게 실제 거래와 장부를 맞춰 관리하다가, 고객이 거래소 밖으로 암호화폐를 인출하면 그떄 진짜 암호화폐의 지갑 간 이동이 이뤄진다. 거래소 안에서의 매매에 대해 장부거래를 하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지갑 간 이동을 할 때 수수료가 들고, 승인이 날 때까지 시간이 걸려서다.
 
업비트는 “회사가 보유한 한도 내에서만 현금과 암호화폐를 이용했다”며 “고객의 자산(현금과 암호화폐)과 업비트 고유자산을 철저히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세 차례에 걸쳐 회계법인의 실사도 받았다. 업비트에 따르면, 최근 실사 일인 10월 8일 기준으로 업비트는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암호화폐보다 3%(금액기준)를 더 보유하고 있다. 업비트의 예금 잔액은 고객에게 지급할 금전보다 65% 많다.
 
“마케팅 목적으로 거래량 부풀린 것은 인정”
검찰이 문제 삼는 불법 거래행위는 가장매매와 허수주문이다. 가장매매는 일명, 자전거래다. 같은 사람이 같은 가격ㆍ수량으로 매수ㆍ매도 주문을 동시에 제출해 거래가 체결되도록 하는 행위다(동일인이 아니라 서로 짜고 했을 경우엔 통정매매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10개를 500만 원에 팔아 500만 원에 산다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 오히려 사고 팔면서 수수료만 나간다(주식시장에서는 세금도 내야한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자전거래를 하는 목적은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거래량이 많아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거래가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다. 업비트는 빗썸이나 코인원 등보다는 시장에 너무 늦게 발을 들였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취한 전략의 하나는 해외 메이저 거래소인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통한 다양한 암호화폐 공급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법이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초기 35종 모든 암호화폐의 상장 초기에 약 10~20일간 자전거래를 했다. 자전거래로 부풀린 거래량은 전체의 40~90%에 달했다. 검찰은 “회원 거래 규모와 빈도의 증가를 통한 수수료 수입 증대가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픈 초기에 약 2개월간 마케팅 목적으로 일부 자전거래를 했다”는 점은 업비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업비트는 그러나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거래량도) 당시 총 거래량의 약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격 조작이냐 유동성 공급이냐
주식시장에서 자전거래의 또 다른 목적은 주가조작이다. A와 B가 서로 짜고 주가조작을 시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충분한 물량의 작전 주식을 모은다. 매집이 끝났으면 자전거래를 시작한다. A가 1000주를 B에게 1만원에 판다. B는 100주를 1만1000원에 A에게 판다. A는 다시 100주를 1만2000원에 B에게 판다. 이렇게 서로 주고 받으며 주가를 1만5000원쯤 끌어올리면 평소 거래가 없던 주식에 거래량이 터지면서 가격이 오르니 개인들이 따라붙는다. 충분히 가격이 올랐다 싶을 즈음엔 매집한 물량을 하한가에 쏟아낸다. 개인들은 미처 빠져나갈 틈도 없다.
 
검찰은 업비트가 자전거래와 허수주문을 통해 가격을 조작했다고 강조한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약 4조2670억원 상당의 가장매매를 실행하고, 254조5383억원 상당의 허수주문을 제출했다. 경쟁업체인 B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보다 높을 때까지 매수를 반복하는 프로그램(일명 봇)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업비트는 그러나, 가격 조작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이라는 입장이다. 오픈 초기, 업비트 매매 시스템에는 시장가 주문 기능이 있었다(주식매매시스템에서 차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매 체결이 빨리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비스 오픈 초기 거래량이 적은 코인의 경우 매수와 매도 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수 있다. 이때 시장가로 주문을 내면 뜻하지 않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LP)를 둔다. 유동성 공급자의 자격은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에 명시돼 있다. 규정에서 정한 자본금 요건을 갖춰야 하고, 관련한 위반 경력도 없어야 한다. 가격 조작을 못 하도록 매수ㆍ매도 호가를 낼 수 있는 범위에도 제한을 뒀다.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증권사다. 매수와 매도 가격차가 벌어져 거래가 아예 일어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 걸 막아줄 유동성 공급자가 따로 없다. 거래소가 증권사 역할을 하니, 거래소가 유동성 공급자 역할까지 겸해야 한다.
 
업비트는 자전거래와 허수주문을 통해 가격을 조작한 게 아니라 매수ㆍ매도 호가 차이를 메우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업비트는 “급변하는 시장 가격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암호화폐당 약 2억~3억 원 수준으로 업비트가 보유하는 실물 자산을 이용해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신뢰도엔 타격…규제 필요”
검찰은 또, 회원 2만6000여 명에게 비트코인 1만1550개를 매도하고 대금 합계 1491억 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사기)를 적용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급격한 거래량 증가로 비트렉스 시스템이 에러가 난 적이 있었다”며 “그 때문에 전산과 실제 보유 암호화폐 물량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맞추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고 알트코인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이걸 설명하기 위해 지난 5월 비트렉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검찰을 방문했지만 검찰은 그를 만나지도 않았다”며 “1491억 원을 빼앗을 목적이었다면 대체 그 돈은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업비트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내용을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이번 사건은 1년 전인 거래소 오픈 초기에 발생한 일부 거래에 국한된 것일 뿐 현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번 검찰의 업비트에 대한 기소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주식시장에서 자전거래나 허수주문을 통한 시세조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다.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운용 담당자는 “검찰이 자전거래 등을 문제삼아 거래소를 기소한다면 그건 검찰이 암호화폐를 증권이라고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검찰이 업비트 임직원을 기소한 혐의도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 사전자기록등위작ㆍ사기 등이다.
 
그런데 사기라고 하면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업비트가 전산시스템 조작을 통해 누가 피해를 봤는지 불분명하다. 시스템 상으로만 암호화폐 등을 입력했지만, 법인 계정에는 그보다 더 많은 업비트 고유자산이 있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내에서 벌어지는 거래는 장부거래 형태로 정산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에 대한 기소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또 타격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도 법을 지키고 싶다”며 “하루 빨리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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