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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18년 전 예측한 공유경제 시대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VIP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위 삽화는 이재웅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이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입니다.  ‘당신의 제안서는 혁신적이지만 나는 채택할 수 없다. 나는 현재의 실패할 게 뻔한 절차가 편하다.’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유한 내용이라는 해설이 따릅니다. 이날 전국의 택시기사 12만 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자가용 카풀 서비스 영업을 중단하라고 외치기 위해서죠.  
  
택시 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떠올랐습니다. 전국의 택시 기사는 25만 명. 이들이 모바일 카풀 서비스와 사생 결단을 합니다. 이 싸움은 겉으로는 택시 노동자와 새로운 서비스 간 밥그릇 다툼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의미가 남다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논하는 거대한 토론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흡수해야 할까요. 만약 흡수하지 못하면 이 사회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이 과정에서 안전망이 사라진 노동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이재웅

이재웅

  산업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대량 생산입니다. 물건은 누군가가 소유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생산합니다. 하지만 소유가 거부당하면, 곧 물건이 안 팔리면 재고가 쌓이고 불황이 오고 경제는 위기로 치닫습니다. 자동차가 생산돼 팔리면 부가가치는 늘지만 환경 문제, 교통 혼잡 등 부작용도 커집니다. 협업소비라는 개념은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은  ‘어떤’ 물건을 소유합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사용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8000만대의 전동 드릴이 팔렸지만, 소유주가 전동 드릴을 사용하는 시간은 연평균 13분에 그친다고 합니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하루 중 자신의 차를 타는 시간 비율도 평균 6%에 머뭅니다. 이렇게 놔둔 물건을 필요한 사람이 쓴다면 효율은 크게 개선됩니다. 공유 경제의 철학입니다.
  
자동차는 상징성이 큽니다. 미래 기술 혁명의 총아인 자율주행차가 기다리고 있어서입니다. 운전사 없이 다니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차량과 이를 이용하겠다는 고객과의 접점은 단단해집니다. 택시 기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공상만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2023년쯤 되면 전체 판매 차량의 12%는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새로운 혁신이 사회의 주류 체제를 흔들면 기득권을 잃는 세력은 저항하게 마련입니다. 특히 혁신 패러다임의 도입으로 덕을 본 다수는 말이 없지만, 손해를 입은 소수 집단의 목소리는 커지기 마련입니다. 정치권이 이 목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건 이어지는 공식이죠. 
 
20일 여의도에서 열린 택시 기사 집회에 나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는 “카풀 반대”를 외쳐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박수의 의미는 뭔가요. 미래를 열라는 격려인가요, 과거에 머물러 함께 도태되자는 선언인가요.  남들은 공유 경제라는 승용차를 타고 쌩쌩 앞으로 나가는데 우리만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져 있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0/뉴스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0/뉴스1

 물론 법인 택시 기사의 처우, 열악합니다. 월급제는 언감생심이고, 매일 사납금 채우는 것도 벅찹니다. 이런 현실에서 모바일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이들의 노동권은 사실상 해체될 위기입니다. 하지만 택시 기사가 완력으로 이런 혁신적 변화를 막겠다는 것은 무모한 행동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정보 유통도 빨라지면서 공유 경제의 패러다임은 세상을 지배할 겁니다. 전국 택시 면허의 가치가 총 16조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어느 날 훅 증발하면 우리 사회가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요.  
 
승차공유 서비스업체와 택시업계의 공생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익을 일부 공유하거나, 협업하거나, 새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바뀐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합니다. 택시 업계와 기사들의 혁신 노력도 필요합니다. 난폭 운전, 승차 거부, 불친절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한 마지막 희망인 공생의 길조차 찾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레미 리프킨 교수가 쓴 『소유의 종말』이 처음 출판된 게 2000년입니다. 그는 책에서 ‘소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접근(access)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8년 전에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몰려왔습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음악 저작권의 세계를 뜯어 보았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고객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양화하는데 한국의 저작권 제도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여기에 더해 저작권협회의 방만 운영과 비리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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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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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