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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소득주도성장은 레토릭 … 정부는 경제성장률 집착 벗어나야”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이 본 한국경제 미래와 보수 회생법 
■ 최저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은 양극화 해소 대안 못 돼
■ 박정희 발전모델 이후 신자유주의 극복할 통합의 정치리더십 부재
■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아닌 보신주의적 ‘대통령당 체질’과 싸워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구조와 조화를 강조했다. 정책을 뒷받침할 구조가 비틀린 상태에서는 아무리 그럴싸한 포장을 해봤자 안 된다는 것이고, 사회통합을 이룰 조정력도 나오지 않는다고 봤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구조와 조화를 강조했다. 정책을 뒷받침할 구조가 비틀린 상태에서는 아무리 그럴싸한 포장을 해봤자 안 된다는 것이고, 사회통합을 이룰 조정력도 나오지 않는다고 봤다.

김종인(78)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정치 지형에서 독특한 존재다. 성장에 방점을 찍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관료로 일했음에도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1987년 헌법 119조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삽입은 1987년 12대 국회 헌법특위에서 활동한 그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보수(2011년 한나라당)와 진보(2016년 더불어민주당) 가리지 않고, 정당들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벼랑끝에 내몰릴 때마다 그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보수층으로부터 콘크리트 지지를 얻었던 박근혜 후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의 흡수를 위해 그를 불러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박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된 뒤 경제민주화 공약은 사장됐고 결별 수순을 밟았다.
 
4년 뒤엔 계파주의를 탈피하고 안정감 장착을 원하던 민주당이 김 원장을 불렀다. 김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총선 승리 후 그는 당의 대주주인 ‘친문’과 갈등을 겪은 뒤 당을 나섰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뒤, 김 원장은 정치권을 향한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근 2년 만에 하는 인터뷰”라고 말했다. 개혁적인 보수 성향인 김원장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경제전문가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쏟아냈다.
 
1.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 | “기업 투자 없이는 소득 발생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제 실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경질됐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는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관점 자체를 비판한다. / 사진:기재부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제 실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경질됐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는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관점 자체를 비판한다. / 사진:기재부

경제민주화의 대부로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득 증가도 없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지적했듯 소득은 일방적으로 보장될 수 없다. 혁신성장도 1912년 슘페터의 [경제발전이론]에 나오듯, 자본주의는 발명과 혁신을 통해 성장한다. 이것 없이 자본주의는 성장할 수 없다. 정부가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 창조와 혁신이다. (J노믹스는) 일종의 레토릭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배경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인데.
“우리 사회가 성장 일변도로만 가다보니까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 중견기업은 최저임금이 의미 없다. 이미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자들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니까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문 대통령의 경제 투톱 경질은 경제 위기감의 발로일까?
“나는 위기라는 말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경제를 두고 3% 성장을 예측했다가 최근 2.7%까지 내려갔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얼마인가를 생각해 보라. 우리 경제가 그것밖에 능력이 안 되는 거다. 우리는 2.5%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은 성장률이 1.7%인데도 고용이 늘었다. 우리 경제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려고 한다고 만들어지겠나?”
 
그렇다면 일자리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처음부터 일자리정부라고 말한 것이 잘못됐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고용이 없다. 갑자기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는가. 공공부문에서 공무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 조직의 효율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실업 때문에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식으로 접근하면, 하나를 누르면 하나가 무너지는 꼴(풍선효과)이 된다. 그렇게 해서 성장률이 높아졌나? 세상도, 경제구조도, 기술도 변화하고 있는데 4차 산업을 말하면서 사고방식은 1970년대에 멈춰 있다.”
 
그럴수록 컨트롤타워로서 정부 역량이 중요하다.
“당연하다. 과거에는 정부가 명령하면 됐지만 지금은 경제 규모도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졌다. 사회 요인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국제경제까지 생각해야 한다. 정책 영향을 예측해야 한다. 정책은 일격에 바로 효과를 낼 수 없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어떻게 보나?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노조들이 심하게 난리를 치는데, 왜 그런 사태가 벌어지게 됐는지 원인을 봐야 한다. 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업도 양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웨덴, 독일이 어떻게 안정된 사회를 일구고 성장을 이룩했는지 봐야 한다. 시작부터 사회 조화를 전제로 경제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와 비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다. 힘이 센 노조의 양보를 끌어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노조는 기업노조 형식이고, 거의 다 정규직 직원들이다. 그래서 기업과 협상할 때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할 수 있으면 그걸로 끝난다. 비정규직들은 소외되고, 양극화는 더욱 커진다.”
 
“일자리 없는데 기업 로봇 사용 1위인 나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표로 영입했다. 공천권까지 일임해서 선거를 이겼지만 그들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표로 영입했다. 공천권까지 일임해서 선거를 이겼지만 그들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은 교육일 텐데.
“교육이 복지보다 우선해야 한다. 교육은 고전경제학에서부터 정부의 기본과제로 명시했다. 우리 경제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 고령화다. 저출산이 왜 많아지느냐? 애 키우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제일 큰 것이 교육비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성장률은 더 떨어진다. 1%대로 떨어진다는 전망도 있다.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에 관한) 마땅한 전략도 없다.”
 
현 정부가 민노총에 부채의식을 느껴 단호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특정 이익집단에 편향되면 안 된다.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은 과감하게 해야 한다. 흔히 독일 슈뢰더 총리 때 ‘Agenda 2010(노동·산업·조세·환경·이민·교육·행정에 걸친 국가개혁안)’을 높게 평가한다. 외국의 정책을 평가만 하지 말고, 우리 정부도 각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문재인 정부의 지향성이다. 의도는 좋지만 현실적 무리가 따르는 것 같은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고 하면, 비정규직을 무조건 다 정규직으로 바꿀 수는 없다. 비정규직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숫자가 아니라)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문제는 임금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 본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조업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비중이 이미 세계에서 1위다. 2위가 싱가포르, 3위가 독일이다. 근로자 1000명당 우리나라는 로봇이 63대, 싱가포르가 42대, 독일이 31대다. 미국조차 9위인데 17대 정도다. 이미 한국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로봇을 많이 쓰고 있다. 대기업부터 이렇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자리가 생기겠나.”
 
대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데에는 노조에 대한 부담도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노조와 기업 관계에서 중장기적으로 근로자가 실질적 대우를 받으려면 잘 타협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뭘 할 수 있는가? 그것도 잘하려면 경제 전반이 연관돼 있으니까 경제부총리 같은 사람이 위원장이 돼서 제대로 뭔가를 하면 모르겠지만…. 다 형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
 
2. 470조 예산과 혁신성장 동력 | “세금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서울 집값 폭등에 대해 김종인 전 대표는 ‘금리를 올리는’ 가장 기본적 방안을 제시했다. 금리 인상에 관한 국민적 반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 폭등에 대해 김종인 전 대표는 ‘금리를 올리는’ 가장 기본적 방안을 제시했다. 금리 인상에 관한 국민적 반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 사진:연합뉴스

주52시간 근무제도 본래 의도한 것과는 달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 같다.
“주52시간 근무는 직종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 임금 때문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하니까. 결국 모두가 소득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통상임금만으로는 생계를 영위하기 힘드니까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취지로) 노동 시간을 조정하려고 하면 3교대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의 질이 똑같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제대로 경험도 안 한 사람들이 말로만 (정책을)한다. 세금문제도 그렇다. 세금을 전가의 보도처럼 막 쓰면 안 된다.”
 
470조 새해 예산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렇게 쓰다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정에서 세입이 세출을 능가한다고 해서 이렇게 시행하고 있는데,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국가부채가 늘어난다. 정부 지출에서 부채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라고 해서 걱정 없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그럴까?” 
 
경제가 안 좋은데 긴축재정도 안 되지 않는가?
“정상적 재정을 하면 된다.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가 아니다. (약간 목소리를 높이며) 우리나라 수준에 맞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데 왜 자꾸 위기라고 하는가?”
 
남북예산이나 일자리예산을 야당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북예산의 핵심은 대한민국 경제가 원활해야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일의 첩경은 국가 경제가 잘 발달하고 내부적으로 조화를 이뤄질 때다. 독일을 두고, 주변에서 통일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결국 이뤄냈다. 이는 서독의 경제력 때문에 가능했다. 동독이 결국 생존 불가능해지니까 통일을 이루게 됐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들어가는 것은 ‘돈’이다. 이를 지불할 능력이 있느냐, 대한민국이 그런 의사를 갖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의 경제력을 부양하고 사회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우리가 북한에 돈을 줘도 딴소리가 안 나온다. 우리 내부에서 조화가 없으면 ‘또 퍼준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무언가를 해줬을 때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감상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현 정부가 경제문제보다 남북문제에 치중하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경제에 대해서 쓸데없는 기대감을 줘서 그런 것이다. 경제정책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갈등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1988년부터 도입했다. 지금 700조 정도 기금이 쌓여 있는데 2030년쯤 가면 2500조까지 쌓이고 가장 큰 금융기관이 될 것이다. 연금을 도입할 때는 민간 생명보험 방식이었다. 자본축적방식, 즉 일정액을 내고 이자가 붙어서 연금 수령 연령에 도달하면 받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사회연금은 인구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연금을 받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2050년이 되면 기금이 다 없어진다는 것 아닌가. 즉, 받아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을 60%에서 40%로 내리는 개정을 했다. 지금 기준소득월액의 9%(보험료율) 정도를 매달 내는데 시작할 땐 2%였다. 당시 임금수준으로 더 높일 수 없으니까 조금씩 올린 것이다. 그때 연금 도입 안 했으면 지금 700조도 없었다. 아무튼 소득대체율을 40%로 내렸는데, 지금 다시 50%로 올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금) 지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연금 소멸기간이 짧아질 것이다. 나는 연금문제에 대해선 30~40년 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논의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구구조를 제대로 보고, 9% 수준에서 15% 수준으로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신성장동력이 나와야 근본적 해결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막연한 희망을 줘선 안 된다. 혁신성장 이야기를 하는데 그 동력이 없잖나? 반도체도 앞으로 걱정이다.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중국이 2021년까지 따라잡겠다고 하는데 그때가 되면 방법이 없다. (정부 역량이) 소득주도성장 같은 것들에 신경을 쓰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아니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값이 급등한다.
“세금으로 토지 투기를 잡으려니까 안 된다. 세계역사에서 세금으로 투기를 억제하는데 성공한 전례가 없다. 세금으로 부동산은 못 잡는다! 내가 1990년대 재벌 부동산 매각 정책을 펼칠 때, 토지공개념에 기초해 세금을 세 가지 도입했는데 그럼에도 투기가 진정되지 않았다.”
 
“세금으로는 뛰는 부동산 못 잡는다”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민심은 냉엄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보수 결집’이란 회귀적 테마에 집착하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민심은 냉엄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보수 결집’이란 회귀적 테마에 집착하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은 정책을 따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인데.
“다른 정책을 잘 펴면 부동산 투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낮은 금리를 하면 부동산 값은 오른다. 계속 낮은 금리로 가면서 부동산 붐이 일었다. 이것이 기본 원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토지 값을 잘 조정한 나라가 독일이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이 제로 금리를 하니까 독일도 주택 투기가 일어났다.”
 
정부가 딜레마일 것 같다. 부동산을 잡으려면 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올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보이니까.
“금리를 올려야 가계부채도 늘어나지 않는다. 기업이 금리 높아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유보소득이 700조가 넘는데 투자 대상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기우는 하지 말고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따라서 한국은행이 이 문제에 대해 민첩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30일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1.75%로 정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언급했었다.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기반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성장 일변도였다. 성장을 하면 사람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인식을 수용해서 정책을 수정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성장으로 발생하는 여러 불평등을 배려했으면 박정희 정권이 비참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대통령들마저 성장이라는 말을 빼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겼다.”
 
그 이후의 대통령들은 그만큼의 감각이 없었다는 의미인가?
“다음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영삼 대통령은 신경제계획을 해서 재벌기업에 모든 것을 풀어주고, 중복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다 결국 IMF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다.
“신자유주의 했다는 나라들 중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가 없다. 미국이 왜 저렇게 극단화가 됐는데? 레이거노믹스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 중산층이 60% 이상이었는데 21세기에 들어서 보니까 40%대로 줄었다. 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민주주의도 위태롭다고 하는 것 아닌가. 트럼프 정부도 그런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다.”
 
3. 보수정당 회생 방안에 관해 | “과거의 대통령 아닌 중도를 찾아가라”
김종인 전 대표는 ’더 이상 정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터뷰로 한국사회를 향한 말문은 다시 열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더 이상 정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터뷰로 한국사회를 향한 말문은 다시 열었다.

정부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입법화가 안 되면 무력화된다. 야당과의 협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야당을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합의를 해야지. 상대를 적으로 상정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해결을 안 하려 들면 안 된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여권이 보수를 의도적으로 고립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좋다. 보수를 어떻게 의도적으로 고립하겠나. 국민 중에 보수가 얼만데….”
 
보수정당들이 지지부진하다.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수혈했다. 김 원장은 민주당에서 혁신한 경험이 있다. 가망이 없어 보이는 정당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보수’를 이야기해서는 절대 성공 못한다. 전원책 변호사가 ‘보수는 경제민주화 때문에 망했다’고 했다는데 그럼 보수는 뭘 했는가? 시대 흐름에 맞게 가야 한다. ‘중도우파를 재건하겠다’라고 기치를 내걸면 모를까, 보수통합? 모르겠다. 솔직히 수구적 보수는 5%밖에 안 되고, 극단적 진보도 5%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지역주의적 투표를 하는데 그것도 30%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그것만으론 승리를 할 수 없고 나머지 중도층을 어떻게 유인하느냐가 중요하다. 더 유연해져야 한다. 내가 한나라당 시절 비대위원으로 간 적이 있는데 정강을 고치면서 ‘보수라는 말 좀 없애자’고 했다. 그 시점만 해도 그 사람들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때 총선에서 80석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상 다수당이 되니까 또 포지션이 달라지더라.”
 
자유한국당은 어떤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할까?
“비박, 친박으로 나눠서 싸우지 말고 민주당을 극복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의회에서 자기들의 행동을 명확하게 해야지, 민주당과 특별히 싸울 것이 뭐가 있나. 2020년 21대 총선하고, 2022년에 대선 있는데 (선거로 심판받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뭐 있겠나.”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이해찬·정청래 의원 등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이런 파격이 안 보이는데.
“정치라는 것이 적당히 아무거나 한다고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어디가 (민심을 공략할) 급소인지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원래 ‘대통령당’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직선제 출마하려고 자유당을 만들었고 4·19까지 지속됐다. 그 이후에 자유당이 몰락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출마한다고 공화당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유당 본진을 데려와 존속했다. 공화당이 10·26사태 이후 사라졌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민정당을 만들 때 공화당 본류를 또 데려왔다. 지금 한국당은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니까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그동안 여당만 했었으니까. 자유한국당이 회생하려면 이명박·박근혜로 돌아가면 안 된다. 제발 ‘보수’라는 이야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리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2월호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김 원장을 멘토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 의원이 최근 대중정치인으로서 자주 언급된다.
“(멘토 질문에 잠시 머뭇하더니) 그거야 다음에 또 (이 의원이) 국회의원 해야 하니까. 정치는 막스 베버가 말한 대로 ‘신념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가 있다. 신념의 윤리를 따르려면 원칙대로 해야겠지만 책임의 윤리를 실천하려면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봐야 한다. 도그마처럼 만들면 안 된다. 세상에 경제이론이 정말 많다. 그게 다 조금씩은 쓸모가 있다. 그걸 조합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경제정책가의 기술과 능력이다. 어느 하나에만 몰입해서 추구하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다시 정치할 생각은 안 드나?
“내 나이가 몇인데. 양당에서 두 번을 해봤는데 신뢰라고 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는 안 할 것이다.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지금처럼 나 혼자서 세상 돌아가는 책이나 보고 그러고 살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 김 원장은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시작해서 ICT혁명, 지금 자본주의의 빅 브라더가 생겼다고도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노동구조나 다른 곳으로 확장되는 것까지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알파고가 등장하면서부터 눈을 뜨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직 세상에 대해 그가 할 말은 남아 있는 듯했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 정리·이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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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