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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매 부활로 국산밀 붕괴 막았지만…자급률 9.9% 먼 길

지난 9월 광주광역시 송정동 송정농협 창고(250평)에 지난해 수확한 국산 밀 1200t이 톤백(1t짜리 가마니)에 담긴 채 4단으로 쌓여 있다. 우리밀농협 측이 한 달 보관료로 200만원씩 내고 빌린 창고다. 100㎏에 가까운 김태완(53) 우리밀농협 상무가 가마니 위에 서 있는데 작아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9월 광주광역시 송정동 송정농협 창고(250평)에 지난해 수확한 국산 밀 1200t이 톤백(1t짜리 가마니)에 담긴 채 4단으로 쌓여 있다. 우리밀농협 측이 한 달 보관료로 200만원씩 내고 빌린 창고다. 100㎏에 가까운 김태완(53) 우리밀농협 상무가 가마니 위에 서 있는데 작아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재고 문제로 존폐 기로에 섰던 국산 밀이 붕괴 위기를 넘겼다. 1984년부터 중단된 정부 수매가 내년에 부활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밀이 국내 밀 시장의 98%를 독점하는 구조여서 정부가 목표한 국산 밀 자급률 9.9%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내년도 국산 밀 수매·비축 예산으로 1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고 밝혔다. 국산 밀의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내년에 국산 밀 1만t을 사들이고, 해마다 비슷한 양을 수매할 계획이다.  
 
당초 국산 밀 재배 농가들은 재고 문제로 시름이 깊었다. 팔 곳이 없어 올해 수확한 밀조차 창고에 묵히거나 전량 폐기까지 검토했다. 일부 농가는 팔지 못한 밀을 닭 모이나 소 사료로 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량(2만1000t)이 줄었는데도 수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비도 못 건진 농가가 속출했다.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산 국내 밀 생산량 3만7000t 중 지난 9월 말 현재 1만5000t이 재고로 쌓여 있다. 국산밀산업협회는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과 (주)우리밀, 아이쿱 생협, (주)밀다원 등 국산 밀 수매 단체를 회원사로 둔 농식품부 산하 사단법인이다. 수매 단체들도 올해 수매량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수매를 포기했다.  
 
국산 밀 알곡. [프리랜서 장정필]

국산 밀 알곡.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의 국산 밀 수매 방침에 농가와 수매 단체들은 반기고 있다. 김태완(53) 우리밀농협 상무는 "숨통이 트였다"면서도 "수매가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산 밀 40㎏당 1등급은 3만9000원, 2등급 3만5100원, 3등급 3만1200원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2017년산 원곡 가격만 4만2000원인 데다 그간 들어간 보관료·운송비 등을 더하면 농가와 수매 단체는 40kg당 3000~7000원의 손실을 본다. 
 
정부 대책이 늦어지면서 파종 계획도 차질이 빚어졌다. 농가들은 해마다 벼 수확이 끝나는 10월께 밀을 파종해 이듬해 6~7월에 거두는데, 상당수가 파종 시기를 놓친 것이다. 이 여파로 내년 국내 밀 재배 면적은 현재(9282ha)의 3분의 1로 줄고, 생산량은 1만t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8년 "국산 밀 자급률을 2020년 5.1%, 2022년까지 9.9%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국산 밀 자급률은 1.7%에 그쳤다. 수입 밀은 연간 420만t(식용 200만t, 사료용 220만t)이 국내로 들어온다. 국산 밀은 방부제와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아 '안전한 먹거리'라는 평가를 받지만, 수입 밀(40㎏당 1만2000원)보다 4배가량 비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우리밀농협에서 만든 국산 밀 제품들. 밀가루와 빵·국수·통밀쌀·라면·과자·만두 등 50종이 넘는다. [프리랜서 장정필]

우리밀농협에서 만든 국산 밀 제품들. 밀가루와 빵·국수·통밀쌀·라면·과자·만두 등 50종이 넘는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때문에 농가와 수매 단체들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국산밀산업육성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법안에는 ▶국산밀 공공비축 ▶군대·학교 급식 등 대형 소비처 공급 ▶국산 밀 사용 인증제 도입 등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인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장관에 발탁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상임위(농해수위)에서 논의 중이다.  
 
천익출(71) 우리밀농협 조합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이 되기 전 '농민은 우리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공직자'라고 격려했다"며 "국산 밀 자급률을 9.9%로 올리려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밀산업육성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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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