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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와보소"···7년째 몰래 기부한 키다리 대구 산타들

착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아줌마'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한 1억2000여만원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한 1억2000여만원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에는 60대로만 알려진 익명의 기부자가 두 명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각각 '키다리 아저씨'와 '키다리 아줌마'로 부르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늘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거액을 모아 올해까지 7년째 익명의 이웃돕기 성금을 전했고, 키다리 아줌마는 올해로 5년째 조용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착한 중년 남녀 가운데 키다리 아줌마는 아직 한 번도 공동모금회 밖으론 익명으로조차 기부 사실이 알려진 적이 없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한 1억2000여만원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한 1억2000여만원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은 꽤 유명하다. 매년 이맘때 나타나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가 되면 그의 전화를 기다린다. 키다리 아저씨는 60대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 외엔 직업 등이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대구공동모금회 측에 전화를 걸어 "잠깐 내 이야기 좀 들어주렵니까?. 잠시 사무실 앞에 나와보소. 식당으로 나와보소"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곤 모금회 직원을 보면 거액의 수표가 든 봉투 한장을 내민다. 그게 전부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가 예전에 전한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가 예전에 전한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난 24일 대구공동모금회 한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대구 동구의 한 식당으로 직원들을 불러낸 그는 부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늘 그랬듯 1억2000여만짜리 수표가 든 봉투 한장을 내밀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매월 1000만원씩 12개월을 적금으로 들어 이자까지 기부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부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9도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9도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키다리 아저씨의 부인을 통해 그의 어릴 적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키다리 아저씨는 어릴 적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을 돕는데 더 앞장서는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김찬희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담당은 "부부는 10㎡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도 갖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다 가졌기에 나머지는 이제 나누고 싶다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온정을 먹고 자라는 사랑의 열매[연합뉴스]

온정을 먹고 자라는 사랑의 열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민 그의 봉투에도 올해처럼 1억2000여만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늘 그렇듯 얼굴도 이름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다.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대구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하며 첫 나눔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근처 국밥집에서 1억2300여만 원을 전달했다. 2013년 1억2400여만 원, 2014년 1억2500여만 원, 2015년 1억2000여만 원. 지난해에도 1억2000여만원을 전했다. 6년 동안 7차례에 걸쳐 기부한 돈이 모두 8억4000여만 원에 달한다. 올해 기부한 돈을 더하면 9억6000여만원이다. 
 
최근 그는 대구공동모금회 측이 제안한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가입도, 감사 표창도 거절했다.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도무지 표를 낼만도 한데, 이웃만 도우려고 한다"고 했다.  
 
키다리 아줌마, 1800여만원 기부  
2018년 12월 21일 사랑의 온도탑. [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18년 12월 21일 사랑의 온도탑. [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60대 여성, 건물 청소 일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대구 키다리 아줌마는 2013년 1월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등산복 같은 편한 차림으로 모금회 사무실을 찾았다. 그러곤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면서 주머니에서 현금 10만원을 내놨다. 누군지 묻지 말아 달라면서다.
 
그는 "매월 첫째 날 찾아와서 준비한 기부금을 계속 내겠다"고 약속하곤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키다리 아줌마는 이 약속을 5년간, 이달까지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매월 첫째 날 모금회 사무실을 찾아와 10만원, 12만원, 20만원, 30만원, 39만원씩 금액을 조금씩 올리며 기부하고 돌아갔다.  
 
지금까지 그가 낸 기부금은 1800여만원. 어려운 이웃들의 난방비, 부식비 등에 쓰이고 있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매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하고 있다"며 "익명의 기부 이유에 대해선 물어보니, "나이가 많은데, 아직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그러니 이웃들과 조금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지난해 공동모금회 측은 키다리 아줌마를 위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명의의 감사 표창을 준비했다. 작은 시상식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사양하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표창은 공동모금회 측이 개별적으로 그에게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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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