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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 화투 치다가 '불법 집회' 징역형…46년 만에 무죄

대법원 [자료 : 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자료 : 대법원 홈페이지]

 
박정희 정부 비상계엄령 당시 지인들과 집안에 모여 화투를 쳤다는 이유로 ‘불법 집회’라며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가 재심 끝에 결국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모(76)씨의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허씨가 무죄라는 원심 판결을 13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허씨는 지난 1972년 11월 초 지인의 자택에서 동료 네 명과 함께 1회에 200원~1500원씩 판돈이 도는 도박을 50여 차례 한 혐의 등으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이유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였다. 허씨는 재판 끝에 결국 징역 8월형이 확정됐다.
 
허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10월 17일 계엄사령관은 “정치활동 목적의 모든 옥내외 집회ㆍ시위를 금지하고, 정치활동 이외의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수색ㆍ구속한다”는 포고령 1호를 공포했다. 지인들과 화투를 친 것은 ‘불법집회’에 해당했다.
 
화투 [중앙DB]

화투 [중앙DB]

허씨는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3년 ‘포고령 1호는 위헌ㆍ무효이기 때문에 해당 법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도 무죄’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담당 법원이었던 창원지법은 그 사유를 인정해 재심개시를 결정했고, 지난 2016년 1월 허 씨의 주장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효력을 상실했거나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된 경우에는 그 법령이 적용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이 사건의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무효이므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해 무죄”라고 밝혔다.
 
정부의 계엄 포고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인만큼, 당시 비상계엄 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은 피해자들의 재심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18일 부산과 마산에 내렸던 계엄령이 위법한 조치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단,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계엄법 위반과 함께 허씨가 재심청구한 협박죄에 대해서는 재심 청구 전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하고, 다만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재심사유가 있음이 인정된 적 없는 협박죄에 대해서는 유죄 인정에 대한 사실오인 여부를 심리할 수가 없고, 양형만 심리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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