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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떠나는 이재웅 "혁신성장 안 돼 나라 잘못되게 생겼다"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직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20일 밝힌 이재웅(50) 쏘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혁신성장이 잘 안 돼 나라가 잘못되게 생겼다”고 작심 비판했다. “혁신성장본부는 급조됐다”라고도 했다. 
 
그는 “혁신 성장이 안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 업계가 생각하는 혁신성장, 소득주도 성장이 다 다른데 결국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포털 다음을 세우는 등 국내 창업 ‘1세대’로 불리는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정부의 혁신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비판을 올리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위촉장을 받고 혁신성장본부 본부장 자리에 임명된 바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직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20일 밝힌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혁신 성장이 안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 업계가 생각하는 혁신성장, 소득주도 성장이 다 다른데 결국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직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20일 밝힌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혁신 성장이 안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 업계가 생각하는 혁신성장, 소득주도 성장이 다 다른데 결국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 ‘면목이 없다’는 표현 썼는데, 관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관도 관이지만 이제 사회 전체 문제 아닌가. 관도 의지가 없는 건 아닌데 우리 사회가 이걸 바꾸는 게 어렵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일단 한 번 해보겠다고 가서 열심히 했는데 가서 못한 게 면목이 없다.” 
 
- 혁신성장본부가 어떤 일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제 책임만은 아니겠지만 잘못된 거다. 실제로는 혁신성장본부는 급조됐다. 공식적인 조직도 아니고 다 기재부에서 파견받고 해서 만든, 의욕적으로 빠르게 해야겠다고 해서 만든 거다. 그런데 이런 의지와 별개로 일은 하기 힘든 구조다. 나는 공동 본부장이었지만 자문밖에 못 하는 위촉직이었다. 기재부가 실제로 다른 부서와 조정을 해야 하는데 조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웠다. 실제로는 보수도 없고, 자원봉사로 자문해주는 역할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의욕적으로 자문을 열심히 하면, 그 얘기가 반영돼서 정책이 바뀔 거라고 나도 정부도 생각했다. 기재부도 열심히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문제는 그분들 힘으로 되는 구조도 아니고, 국회는 국회대로 따로 움직이고 있고, 부처는 부처대로 움직인다. 기재부가 열심히 해도 안 바뀐다. 우리 사회의 문제다. 기재부가 잘못했다고 탓할 일도 아닌 것 같고, 제가 더 열심히 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도 ‘여전히 이게 우리 사회나 구조나 정부가 참 아…. 이게 참 쉽지 않은 구조구나’라는 것을 많이 배웠다.
 
문제는 그게 장관, 차관, 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다 바뀌었지 않나. 다시 또 리셋해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저도 몇달 만에 면목이 없지만, 그래서 이 일을 하시려면 다른 분이 하시던가, 아니면 다시 정책을 만들어야지 내가 다시 새로운 분들 붙잡고 합을 맞추고 다시 하기는 좀…. 그나마 원래 계시던 분들은 저를 임명하고 저랑 이야기 같이하고 문제가 뭔지 얘기했던 분들인데 그분들이 다 집에 갔다. 혁신성장본부에서 같이 국장들 몇분도 다른 곳에 다 가기로 되었다고 알고 있다.”
 
- 혁신성장본부는 어떤 일을 했나? 자주 만났나?

“원래는 주간회의와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가 있어서, 이 두 가지에 참석하는 게 내 미션이었다. 그러나 아시겠지만 잘 안됐다. 장관회의는 몇 번 안 열렸다. 주간회의는 계속했는데 논의한 게 실제 진전이 되려면 국회를 설득하는 경우도 있고, 각 부처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기재부에서는 열심히 하셨는데, 기재부에서 열심히 해도 효과가 안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해되더라.

 
나는 이게 혁신성장 하겠다고 하길래 혁신 기업들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거고, 그런 쪽에 대해 조언도 하고, 또 어차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한다고 하니까, 저는 공유경제를 하면 소득주도성장도 하면서 동시에 혁신성장 쪽 문제를 풀어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쪽 의견을 많이 드리려고 했는데, 그런데 이게 여러 가지로 어려우니까 결과는 대기업 위주의 수소정책 이런 식으로 가더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8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이재웅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8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이재웅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스1]

 

- 오늘은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파업한 날이기도 하다. 모빌리티 관련 규제를 해결하긴 힘들었나.
“오히려 얘기를 못 했다. 처음에도 내가 본부장직을 맡는 조건 자체가 이쪽 (모빌리티) 업계 관련 얘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때도 택시 단체가 반대 성명 내고 민감했다. 전체 공유경제에 대해 얘기는 했지만 이쪽 모빌리티 얘기는 많이 못 했다. 택시 업계에서는 저 해임하라는 광고 내고 싫어하는지라 나는 아무 해법도 못 냈다. 카풀 문제는 사실 카카오 카풀이 풀어야 하는데, 그걸 내가 또 나서기도 좀 어렵더라.”
 
- 여러 차례 강조한 ‘지속가능한 혁신’ ,‘지속가능한 성장’ 이런 부분은 정부와 이 대표 같은 기업가가 손잡아서 풀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앞으로도 제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죠, 사실 뭐 이게 한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되게 생겼다. 지속가능하려면 어쨌든 혁신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 뒤편에서 대기업이나 이런 쪽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혁신 성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 실질적 결과를 내놓는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다 따로따로 파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다 따로따로…. 여기에 대기업들이 주장하는 혁신성장, 택시 업계가 생각하는 소득주도성장은 또 다르다. 이걸 같이 묶어야 풀릴 텐데, 안 그러면 더 양극화가 심해질 텐데, 그리고 성장도 못 한다.
 

나는 처음에 내가 정부 쪽에만 의견 전달하면, 특히 기재부가 잘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많이 배웠다. 정부가 내게 기회를 안 준 것은 아닌데, 내가 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 협업 조직에 이재웅 대표 같은 ‘스타 기업가’를 데려오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조직이 출범하는 초기에만 반짝 주목을 받을 뿐이지 막상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이 같은 민관 협동 조직이 탁상행정이라 불리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세워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게임 회사 블루홀의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이 1, 2기 위원장을 맡고 있다. 4차 위원에는 장 의장 외에도 민간 기업 소속의 다양한 전문가가 지난해부터 40명이 위촉됐지만, 카풀 서비스 문제 등 가장 첨예한 규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20일 혁신성장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하면 함께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재웅 쏘카 대표가 20일 혁신성장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하면 함께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각각 올해 1월, 6월에 혁신성장 옴부즈맨으로 위촉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위촉장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 기업가들이 공식적인 포럼,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직함에 걸맞은 성과를 따로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도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장 위원장을 언급했다.
 

“장 위원장도 힘들어한다. 장 위원장도 무언가를 결정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회의하고 제안밖에 못 한다. 장 위원장도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어서 괴롭겠더라. 장 위원장이 차라리 장관이었으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보여줬을 텐데, 장 위원장도 답답하고 힘들어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영업 성장ㆍ혁신을 위한 현장소통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혁신본부장직 사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역할을 많이 해줬는데 진전이 더뎠다”며 “안타깝지만 (이 대표의 사퇴)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까지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겸임하는 구조였다”며 “조직 규모를 줄이더라도 별도로 일할 사람이나 부처 공무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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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