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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KOPEC에 한국 첫 사내 대학원…인재 끌어모은 ‘신의 한 수’

한전기술주식회사(KOPEC) 사장을 맡은 나는 기술자립을 위한 한국형 표준원전 설계를 목표로 과학기술처 연구비를 받아 83~85년 1단계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미국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모델을 개발한 프랑스의 원전기술 자립전략을 참조했다. 한국형 표준원전은 안전성이 높은 가압경수로(PWR) 방식에 용량은 당시 국내 전력망 크기를 고려해 100만kW급으로 잡았다. 

창원의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에서 제작해 한국형 표준 원전에 장착된 발전 터빈. [중앙포토]

창원의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에서 제작해 한국형 표준 원전에 장착된 발전 터빈. [중앙포토]

당시 한국은 부족한 전력 사정과 비싸진 유가에 대응하려고 원전 사업을 확대했지만, 자체 기술이 없어 외국 회사에 일을 맡기고 외국 기술자들부터 일을 배워야만 했다. 기술 빈국에서 벗어나려면 기술자립의 주체가 될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한전기술에 원전 실무기술을 가르치는 직장대학원을 설치했다. 대학·연구소·기술회사의 최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맡겼고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미래에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될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사회도 장기적 기술자립을 위해 투자를 지지했다. 
두산중공업이 미국에 수출한 원자로 헤드와 제어봉구동장치 조립체. 한국형 표준 원전 개발 작업은 국내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미국에 관련 설비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중앙포토]

두산중공업이 미국에 수출한 원자로 헤드와 제어봉구동장치 조립체. 한국형 표준 원전 개발 작업은 국내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미국에 관련 설비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중앙포토]

문교부 정식인가 대학원은 아니었지만 사내 인사규정에선 이를 인정하고 우대 호봉까지 받도록 했다. 사내 연구센터를 설치해 최신 안전설계와 운전방법도 가르쳐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풍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사훈인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자’는 한전기술의 사명이자 비전이 됐다. 사내대학원 제1회 졸업식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최초 직장대학원 졸업식’이라며 사회면 톱기사로 보도한 신문도 있었다.  
1985년 한전기술 사내대학원 강의 모습. [사진 한전기술]

1985년 한전기술 사내대학원 강의 모습. [사진 한전기술]

그러자 다른 업체의 실력 있는 기술자들이 모이면서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한전기술은 한국 원전사업을 이끄는 주요 업체가 됐으며 많은 젊은이가 꿈꾸는 직장이 됐다. 미국원자력학회 한국지부도 창립하고 외국 저명 원전 관계자가 방한하면 초청 강연을 열어 직원들을 교육하면서 세계 과학기술계에 한전기술의 이름을 알렸다. 
간부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기술 선진국 엔지니어링 회사 운영 노하우를 살펴보고 직원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전원 예외 없이 보냈다. 그런데 지원부서 임원 한 분이 찾아와 “영어 소통이 어려워 연수를 갈 수 없다”며 사양 의사를 밝혔다. 나는 “그곳 임직원이 어떻게 사는지만 보고와도 된다”고 설득해 미국 길버트 엔지니어링 운영지원과에 3개월 연수를 보냈다. 한국 라면 두 박스를 챙겨 떠났던 그가 귀국 뒤 직원들을 모아놓고 했던 연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연수에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엔지니어링 회사에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기술부서 기술자들이니 우리 지원부서는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그들을 최대한 도와야 한다. 회사 미래는 기술 자립에 달렸다.” 교육과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은 이처럼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고 믿는다.  
한전기술에서 보낸 4년은 행복했다. 고통받던 아들이 신장이식을 받고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회사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로 성장해갔다. 한국형 표준원전 설계도 착착 진행됐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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