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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의 시선] 3기 신도시가 유령도시 되지 않으려면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정부가 19일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서울시 경계에서 2㎞ 떨어진 경기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에 12만2000가구가 공급된다. 교통망 불비로 제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2기 신도시들의 사례를 참고해 이들 지역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광역버스(BRT) 같은 광역교통망이 입주에 맞춰 갖춰질 예정이다. 또 서울과 수도권 유휴부지 37곳에 3만여 가구가 공급된다. 신도시는 1989년(분당·일산)과 2003년(김포·동탄·광교·판교 등)에 이어 세 번째로, 총 15만5000가구다.
 
이번 대책은 만성적인 집값 불안을 잡으려면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에 정부가 반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는데 청약 자격 강화 등으로 수요만 억제해선 한계가 있다. 신도시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하는 등 입주자 편의를 크게 고려했다는 점도 점수를 주게 한다. 하지만 뜬금없는(?) 걱정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3기 신도시가 자리 잡을 7년쯤 뒤의 인구 상황이 문제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5100만이 조금 넘는다. 최근 10년간 200만 명가량 늘었다. 물론 아이가 늘어서가 아니라 평균수명 연장 효과다. 올해 신생아 수는 40만 명이 아니라 30만 명도 위태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1인당 잠재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 30~40대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10년이 넘었고 올해엔 만 15~65세 생산인구도 줄기 시작했다.
 
반면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60년대생 베이비부머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한해 100만 명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사라질 처지다. 이런 상황이 6~7년 가면 서울은 어떻게 될까. 여전히 도심으로의 출근이 지옥길이고 지하철이나 버스가 꽉꽉 찰까?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서울의 주택 수요도 따라서 감소할 것이다. 이런 추세가 확실히 체감될 때 3기 신도시에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3기 신도시를 잘 짓는 것보다 서울과 1·2기 신도시의 정주성을 높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국토 이용이 아닐까?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이런 걱정은 3기 신도시에 입주할 사람들이 누구일지를 생각해보면 더 커진다. 1기 신도시가 1950~60년대생, 2기 신도시가 70년대생, 이후 지어진 위례·판교 등이 고연봉 70~80년대생을 위한 것이었다면 3기 신도시를 채울 주력은 80~90년대생들이다. 소유보다 공유에 익숙하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간단함을 좋아한다. 신도시 생활이 쾌적하고 1년 교통비가 서울 도심 월세보다 확실히 싸다면 이들이 신도시를 선택하겠지만 과연 그럴지 자신이 없다.
 
3기 신도시의 성격도 의문이다. 정부는 서울 시내에 30분 정도면 들어설 수 있는 ‘접근성 확보’를 신도시의 첫 조건으로 내걸었다. 거리나 광역교통망에 신경 쓴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으론 벤처기업 시설이나 도시형 공장 같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1·2기 신도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화법이다. 하지만 ‘일자리도 풍부하고 도심과도 가까운’ 신도시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끽해야 인구 20만 명이 안 되고 교통여건도 대단하지 않은 신도시에 판교벤처밸리 같은 자생적 기업모델이 정착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론 돈과 시간이 걱정이다. 아무리 살기 좋은 동네가 돼도 광역 교통망이 아파트 완공과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신도시의 매력은 크게 감소한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GTX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파주 운정지구에서 동탄에 이르는 GTX-A노선을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래도 완공은 2023년이다. 2021년부터 분양한다는 아파트 준공보다는 늦어지기 십상이다. GTX-B는 아직 예비타당성조사도 받지 않았고, 민간투자 사업이라 요금도 일반 철도보다 비싸질 전망이라고 한다. “교통망 등 자급도시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서울 집 수요가 신도시로 이동하지 않은 채 서울 외곽에서의 공급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새로 들어설 신도시와 1·2기 신도시 사이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늘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통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2기 신도시 주민들로선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더 편리한 신도시’가 들어서는 게 그리 달갑지 않다.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발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빠르면 6, 7년, 늦어도 10년 뒤의 대한민국 상황에 어울릴지는 여러모로 의문이다. 경제와 부동산 상황에 맞춰 정부가 유연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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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