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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대통령의 시간, 일본 총리의 시간

서승욱 일본지사장

서승욱 일본지사장

지난 15일 일본 조간신문에 보도된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일정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만찬이었다.
 
‘오후 6시33분 도쿄 제국호텔의 연회장 가시와노마(柏の間)에서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사 기타 쓰네오(喜多恒雄) 회장 오카다 나오토시(岡田直敏) 사장과 식사, 오후 9시24분 도쿄 도미가야(富ケ谷) 사저 귀가.’
 
닛케이 정치부 기자에게 아베 총리와 닛케이 수뇌부의 만찬 얘기를 꺼냈더니 “신문을 꼼꼼히 보시네요”란 답이 돌아왔다. 일본 총리의 일정엔 비밀이 거의 없다. 조간신문에 전날 일정이 분 단위로 공개된다. 총리는 기자들의 24시간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총리 관저도 일정 취재에 당연히 협조한다.
 
아베 총리가 롯폰기의 호텔 ‘그랜드 하얏트 도쿄’ 피트니스 클럽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을 하고, 시부야의 미용실 ‘HAIR GUEST’에서 4~6주에 한 번 커트를 한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안다. 아베 총리의 단골 레스토랑이 어디인지도 물론 비밀이 아니다. ‘최고 지도자의 시간은 공공재’라는 말처럼 공개되는 총리의 일정은 그 자체가 훌륭한 정보이자 대국민 소통의 소재다.
 
실제로 아베 총리의 일정을 보면 그의 관심사나 국정의 방향까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14일 오후 3시14분부터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 여기에 외무성 유럽국장과 국제법국장까지 집무실에 불려들어간 걸 보면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4개섬 반환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닛케이 신문과의 만찬 일정을 보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소위 ‘ATM(아사히·도쿄·마이니치 신문)’의 사장들과도 식사를 할까”라고 상상해 보기도 한다. 일본에선 “아베 총리는 ATM(현금인출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신문들은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의 선봉에 서 있다.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란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선 출마 전인 2017년 1월의 ‘권력적폐 청산 긴급 좌담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파격적 제안은 당시 논란이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과의 극적인 차별화를 위해서였을 게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 홈페이지 ‘공개 일정’란에 올라오는 정례 회의 일정 중심의 면피성 ‘공개’를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까지 요즘 조소를 받고 있다는데, 매일 아침 아베 총리의 일정을 접하는 도쿄에서도 제대로 실감이 난다.
 
서승욱 일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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