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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나홀로 판문점행…외교가 “북 대화 촉구 제스처”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0일 판문점을 찾아갔다. 북한과 접촉하기 위한 실무 방문이 아닌 ‘나홀로 깜짝 방문’이었다.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 측은 이번 판문점 방문 목적이 9·19 군사 합의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비무장화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판문점의 상징성을 볼 때 이번 방문은 단순한 둘러보기 이상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판문점은 지난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막판까지 실무협상을 벌였던 곳이다.  
 
비건 대표는 8월에 실무협상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최선희 부상을 포함한 북한 측 인사는 그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에선 대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찾은 건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는 선명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 발언을 종합하면 판문점 방문 일정은 비건 대표가 직접 희망하고 진행했다.
 
비건 대표는 전날인 19일 한국에 도착하며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북 지원 단체들의 활동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대북 제재 완화 신호다. 물론 앞으로 북한도 비핵화의 구체적 액션 플랜을 들고 나와야 더 큰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비건 대표의 발표에 미국 내 구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그리스도의 벗들’ 등 대북 지원단체의 방북을 위한 특별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35개 대북 구호단체가 국무부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을 허용해 달라는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내 대북 구호단체 인사는 “(비건 대표의 발표로) 2019년엔 대북 인도적 지원 길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도 비건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외교부는 20일 브리핑에서 800만 달러 규모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논의될 의제임을 알렸다. 워킹그룹 회의는 21일 열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母子) 보건 및 영양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그러나 실제로 이를 집행하지는 않았다. 대북 제재를 의식했던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20일 저녁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을 겸한 수석대표 회의를 했다. 비건 대표는 21일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이도훈 본부장과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선 26일로 다가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위한 대북 제재 면제 승인도 논의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면제 관련 협의는 이미 한·미 간에 시작됐다”며 “이번 회의에선 관련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21일 청와대도 찾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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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