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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내가 다시 몸 바쳐야하나, 단식 아직 안 끝났다"

[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저녁있는 삶’ 대신 ‘열흘단식’했는데
‘손학규’ 하면 ‘저녁있는 삶’이다. 그런 손학규 대표(바른미래당)가 단식이라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체 뭐길래….  
 
아무리 단식정치가 근래들어 헐값이 됐다고는 해도 단식은 단식이다. 더욱이 손 대표는 71세. 역대 단식 정치인 가운데 최고령이다. ”어,어“하는 사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굶으며 노숙하는 날이 이레, 여드레로 늘어났다. 마침내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15일 만났다. 손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 포함) 를 말리기 위해서였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손 대표에게 ‘택배서비스’까지 했다. ”나는 연동형비례제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들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손 대표를 찾았다. 여야 5당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는 합의문을 내놓았다.
 
그제서야 손 대표는 단식을 풀고 잠자리를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겼다. 단식 열흘만이었다. 노정객의 고집이 통하는 듯한 순간이었다.    
손 대표는 입원중에도 여의도 당사로 출근해 아침 회의를 꼬박꼬박 주재한 뒤 병원으로 돌아가곤 했다. 18일 당 회의를 주재하고 돌아와 링거주사 바늘을 팔뚝에 꽂고 있던 손 대표를 만났다. 원래 병원으로는 문병객을 받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면담요청에 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손학규 대표. 9일단식으로 바닥난 기력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였다. 사진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손 대표는 19일 퇴원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지난 18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손학규 대표. 9일단식으로 바닥난 기력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였다. 사진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손 대표는 19일 퇴원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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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을 단식한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원망의 말부터 했다.    

 
-트레이드마크가 ‘저녁있는 삶’인데, 단식을 하시다뇨. 꼭 단식까지 해야했습니까.
 
“나도 단식론자는 아니에요. 그동안에도 농성은 했지만 단식한 적은 없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할수 있는게 없더라고. 자유한국당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야합해서 선거제도개혁을 완전히 뒤로 제끼려하는데,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무 길이 없는거야. 내 나이 70이 넘었고, 단식 잘못하면 몸이 가는거지만, 내 몸을 상하게 해서라도 여당과 대통령에게 자극을 줘야겠다고 생각한거지.”  
 
-열흘씩 어떻게 버티셨습니까.
 
“단식을 쇼로 할순 없어요. 한 사나흘만에 드러누워 앓는 시늉하는 것만은 보이지 않으려했지요. 내 나이도 있고 해서 언제 확무너질지 모르지만, 면도도 하고, 아침마다 국회 샤워실에서 머리도 감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앉아서 사람도 만나고, 당 회의도 주재했지요. 그런데 5일, 6일 지나니 피곤해서 낮에도 눕게 되더라고.”
 단식 첫날밤. 차가운 국회 로텐더홀에 전기담요, 겹이불을 깔고 누운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단식 첫날밤. 차가운 국회 로텐더홀에 전기담요, 겹이불을 깔고 누운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단식 5일째. 노트북으로 자료를 살피는 손학규 대표. 오른 쪽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단식 5일째. 노트북으로 자료를 살피는 손학규 대표. 오른 쪽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단식 7일 째. 손 대표는 단식농성중에도 당 회의는 꼬박꼬박 주재했다. 왼쪽은 김관영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도 24시간 동조단식을 했다. [연합뉴스]

단식 7일 째. 손 대표는 단식농성중에도 당 회의는 꼬박꼬박 주재했다. 왼쪽은 김관영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도 24시간 동조단식을 했다. [연합뉴스]

 단식7일째.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손 대표를 예방해 단식을 만류했다. 김경록 기자

단식7일째.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손 대표를 예방해 단식을 만류했다. 김경록 기자

-그럴때 무슨 생각이 나던가요.
 
“죽은 친구들, (경기고 동창인)조영래하고 김근태 생각을 많이했어요. 조영래는 나이 40대에, 김근태는 60대 중반에 죽었어요. 이번에 나도 ‘정말로 쓰러져서 나갈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고교때도 데모를 했고, 젊은날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에요. 이걸 갖고 바른미래당이 몇석이나 더 얻겠어요. 내나이 70넘어 단식하는 건 이게 민주주의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일이기에 하는 거예요. 민주주의를 향한 내 마지막 열정이지요. 이걸 향해서 나를 바치겠다는.”
 
- 문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연동형지지 입장을 밝혔는데도, 계속 답을 달라고 압박하시던데.
 
”현실적으로 문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고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잖아요. 문 대통령이 (계속)확인을 해주지 않으면 민주당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에 힘을 몰아준 건 감사하죠.“
단식8일째. 손 대표가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단식8일째. 손 대표가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단식9일째. 문 대통령이 보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손 대표를 찾았다. 손 대표는 다음날 단식을 풀었다. [연합뉴스]

단식9일째. 문 대통령이 보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손 대표를 찾았다. 손 대표는 다음날 단식을 풀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워딩을 유심히 보면 연동형비례에 늘 ‘권역별’이 붙어있습니다.
 
”틀린 거는 아니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는 정치지역주의를 가장 약화시키는 제도지요. 다만 권역별 의석배분을 할때 전국득표율을 갖고 나눠야지, 권역별득표율로 하면 안돼.“
 
-큰 틀로 권역별 비례제를 하는 데는 긍정적인거죠?
 
”그렇죠.“  
 
손 대표 말대로 계산해보자.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33.5%(전국)였다. 호남ㆍ제주 권역 정당득표율은 8%정도. 권역별로 정당득표율을 적용하는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새누리당은 호남ㆍ제주 권역 비례의석 배분시 8%가 아니라 33.5%를 배정받는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TK에서 전국 정당득표율(당시 25.54%)만큼의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호남비례대표 의원의 33.5%를 새누리당이, TK비례대표 의원의 25.54%를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다면 획기적 변화다. 연동형으로 죽은 표(死票)를 없애고, 권역별 제도로 지역독점의 벽을 화끈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셈이다. 물론 이렇게 권역별로 선거를 하려면 비례대표의원 숫자(현재 47명)를 대폭 늘려야 의미가 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의 응답을 얻어냈으니 일이 잘 풀렸다고…할 수 있나요?  
 
“그러게. 잘 풀린건지. ”
 
손 대표는 혼잣말 처럼 말을 흐렸다. 단식중단 다음날(17일)부터 한국당에서  “연동형 도입을 기정사실화하지 마라. 합의가 아니라 ‘검토 합의’일뿐”(나경원 원내대표)이라거나 “연동형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정유섭 의원ㆍ국회 정개특위 간사)라는 목소리가 나온 탓이다.  
 
-연동형에 ‘합의’한게 아니라  ‘검토’하는 데 합의한 거라는 게 핵심인데.
 
“('아' 한숨)5당합의문구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다’예요. 문장만 봐도 ‘검토에 합의’한게 아니라, 연동형 도입은 전제로 하고, 연동형 도입을 위한 여러가지 사안을 검토한다는 데 합의한 거에요. 연동형 제도 자체는 검토대상이 아니라 도입하기로 기정사실화한거라고. 그런데 이제와서 딴소리하는건 안하겠다는 얘기인 건데….이사람들이 결국 ‘손학규가 몸바치겠다’고 얘기한 걸 실제로 실행해야 말을 제대로 들을래나…내가 다시 몸을 바쳐야되나 생각하고 있어요. ”
 
-‘다시’몸을 바치다뇨. 단식을 또한다고요?  
 
“ 나는 연동형 비례는 일단 확보된거니 단식을 끝냈는데, 이렇게 가서 5당합의가 물거품이 되면…어떻게 해야될까 고민중이에요.  손학규가 이제 단식을 끝냈으니 안심하고 적당히 밀고가려한다? 나는 그건 못참겠다 이거지. 나는 지금 심정적으로는 단식이 아직 안끝났다고 생각해요. “
 
만약 손대표가 재단식, 2차단식에 돌입한다면,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재단식에 돌입할 이유가 없다. 한국당에서 김빼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본협상은 시작도 안한 상태다.  
 
드물지만 협상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인 이철희 의원같은 경우다. 아래와 같은 논리다.  
 
“한국당이 반대입장 처럼 보이는 건 지금 제도가 좋은지, 연동형으로 가는게 좋은지 확신이 없어서다. 과거 선거결과로 각당이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제도가 바뀌면 유권자의 ’투표인센티브‘도 달라지니 한국당은 지금 뭐가 좋은지 잘 모르는거다. 사실 우리당도 잘 몰라. 다들 (득실이)불확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위기에 따라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다. ”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에 따르면 자신들이 ’우주의 중심‘인 곳이 바로 국회다. 그런 곳에서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표를 죽이지 않고 정당한 가치를 매긴다는 대의에 따라 선거제도를 개혁할 확률은? 미국식으로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번개에 일곱번 맞을 확률 쯤 될 것 같다.
 
심 의원은 ”어차피 (선거법 협상은)맨 정신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압‘(壓)에 의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뭔가로 눌러야한다는 의미다. 손 대표가 고민하는 것도 바로 압박수단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 협상은 망하고, 손 대표가 ’저녁있는 삶‘을 두번 포기하는 일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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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