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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든 맥주가 가장 맛있다? 묵혀 먹는 맥주도 있다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6)
“독일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늘서 마셔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하던데 출처를 아는 분 계신가요?”
 
최근 단톡방에 이런 질문이 올라온 것을 봤다. 언젠가 필자도 ‘맥주의 신선함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쓴 적이 있는 말이었다. 독일어 원문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번역, 검색을 거듭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독일에서 맥주 공부를 하고 온 지인에게 물었더니 본인도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그도 원문은 찾지 못했고 독일에 있는 맥주 전문가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린 끝에 결국 그런 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가장 맛있는 맥주는 신선한 맥주
맥주는 완성된 직후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 [사진 pixabay]

맥주는 완성된 직후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 [사진 pixabay]

 
맥주 종주국 독일에 그런 속담은 없지만 맥주의 신선도는 맥주의 품질을 따질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양조사의 의도대로 만들어졌다면 맥주는 완성된 직후 최상의 맛 상태를 보여준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맥주는 빛, 산소, 열 등의 영향을 받아 맛과 향이 변해가고 아예 마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맥주 안에는 산화되거나 휘발되기 쉬운 물질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맥주를 열이나 빛에 노출하는 등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거나 포장이 잘 돼 있지 않다면 꿀맛, 풋사과 향에서부터 떫은맛, 신맛, 종이 맛에 이르기까지 양조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불쾌한 맛이 나타난다.
 
특히 맥주의 4대 재료 중 하나인 홉의 향은 빛과 열에 취약해서 원재료 때부터 냉장·냉동 보관이 필수다. 홉이 맥주로 완성돼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도 냉장 유통돼야 한다. 실제 홉이 강조된 맥주를 만드는 맥주 양조장들은 최상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유명 맥주 양조장인 스톤 브루잉(Stone brewing)은 품질유지기한이 단 37일밖에 되지 않는 인조이 바이(Enjoy by)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의 품질유지기한이 1년인 것을 고려하면 최상의 상태로 마실 수 있는 시간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 맥주의 이름 자체가 ‘언제까지 즐겨라’라는 의미이고 캔에 큼지막하게 기한이 쓰여 있다.
 
여러 홉을 넣어 홉 맛을 강조했고, 시리즈 중에는 효모를 거르지 않은 맥주도 있다. 당연히 항공 배송으로 수출된다. 맛도 맛이지만 품질유지기한이 성탄절이거나 밸런타인데이인 맥주를 내놔 이벤트용으로도 관심을 끈다. 이밖에 홉의 신선한 풍미가 생명인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은 아예 만들어진 지역에서만 소량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신선도 높은 맥주 고르려면 
품질유지 기한이 2014년 8월 16일인 인조이 바이 맥주. [사진 flickr]

품질유지 기한이 2014년 8월 16일인 인조이 바이 맥주. [사진 flickr]

 
맛있는 맥주를 사려면 라벨에 표시된 제조일, 유통기한, 품질유지기한을 살펴봐야 한다. 제조일이 표시 안 된 맥주도 있지만 유통기한이나 품질유지기한은 반드시 표시하게 돼 있다.
 
이와 함께 같은 날짜라면 병맥주보다 캔맥주가 변질이 덜 됐을 가능성이 높다. 캔은 빛을 완전히 차단해준다. 맥주 회사들이 갈색, 녹색 등 색깔이 들어간 유리로 맥주병을 만들어 빛을 막으려고 하지만 캔이 훨씬 효과적이다.
 
맥주를 상하게 만드는 빛에는 햇빛뿐만 아니라 실내조명도 포함된다. 산소를 차단하는 데도 캔 포장이 유리하다. 병의 경우 포장이나 유통 과정에서 병뚜껑과 병 사이에 공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스톤 인조이 바이 시리즈를 비롯해 신선하게 마셔야 하는 맥주들은 대부분 캔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구매할 때 냉장 보관된 맥주를 고르는 게 신선한 맥주를 마시는 방법의 하나다.
 
묵혀 먹는 맥주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신선한 맥주가 맛 좋은 맥주지만 일부러 오래된 재료를 골라 사용하거나 몇 년씩 묵혀야 제대로 맛을 내는 맥주도 있다. 벨기에 브뤼셀 인근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람빅(Lambic) 스타일 맥주는 홉이 가지고 있는 과일 향 등과 쓴맛을 맥주에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묵은 홉을 사용한다. 람빅은 신맛이 중심이 되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또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벨지안 스트롱 에일(Belgian Strong Ale), 발리 와인(Barley Wine) 스타일처럼 도수가 높은 맥주들은 묵혔다가 마시면 풍미가 더 깊어진다. 이런 맥주 중 품질유지기한이 10년 이상인 것도 있다.
 
노스코스트 올드스탁 에일 2018. [사진 노스코스트 브루잉]

노스코스트 올드스탁 에일 2018. [사진 노스코스트 브루잉]

 
실제 매년 한 번씩 올드 스탁 에일(Old Stock Ale)을 출시하는 만든 미국 양조장 노스 코스트(North Coast)는 이 맥주를 2년 이상 묵혀 마시라고 안내한다. 맥주의 매력 중 하나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맥주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법칙이나 정답이 없다. 전 세계에서 수천가지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맥주에 눈을 뜰 때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맥주의 세계에 점점 더 빠져드는 이유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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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