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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 타격"···北 해상 원유 밀수, 제재 한도 넘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북한이 석유 수요량의 절반 가량을 ‘해상 공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2019 아산국제정세전망’을 통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선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유 수급 추정치’는 23만 6818t에서 35만 5228t 사이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합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석유는 정제유 50만 배럴, 원유 400만 배럴(총 7만t)이다. 이 추정치는 한 해 북한 석유 수요의 45~67%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 북한이 유엔 제재 한도(7만t)의 3~5배를 밀수한 셈이 된다.
지난 6월 2일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위)가 북한 명류 1호에 유류를 불법 환적하는 모습. 두 선박 사이에 호스가 연결돼 있다. [미 국무부 INS 트위터]

지난 6월 2일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위)가 북한 명류 1호에 유류를 불법 환적하는 모습. 두 선박 사이에 호스가 연결돼 있다. [미 국무부 INS 트위터]

 이번 수치는 국제해사기구 등에 보고된 북한 선박의 등록 적재량의 50%~75%까지 석유를 몰래 채웠다고 가정한 것이다. 앞서 미 정부는 1~5월 북한이 89차례 걸쳐 최대 18만t의 석유를 밀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40만t이 넘는다. 고 연구위원은 “미 정부는 북한이 선박 적재량의 90%를 채웠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북한의 공해상 환적 기술 등을 고려할 때 50% 내지는 75%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이 미국의 해상 봉쇄를 뚫고 선박 환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장마당 민심’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올해 북한이 합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전체 석유량은 지난해에 비해 50%, 정제유는 88%까지 줄어 들었다. 올해 1월 KDI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가격 상승은 전국 장마당 경제를 지탱하는 개인 물류 운송업자들에게 타격을 준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종 소비재인 석유 제품은 수송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장마당 경제를 무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조성한 평양의 여명거리 등에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시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함흥 시내의 농민시장, 일명 장마당. 북한 경제의 장마당 의존도는 70% 이상으로 옛소련 말기, 중국 개방 초기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흥 시내의 농민시장, 일명 장마당. 북한 경제의 장마당 의존도는 70% 이상으로 옛소련 말기, 중국 개방 초기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이 민심 이반을 우려해 미국의 제재 위험을 무릅쓰고 선박 환적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 한해는 시장 수요를 맞췄지만 미국이 환적 단속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라 내년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일까지 유엔 대북제제위에 공식 보고된 북한의 석유 수입량은 2만 9864t이다. 판매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일하다. 중국은 10월 이후, 러시아는 9월 이후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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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