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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품아' 될라···전전긍긍하는 재건축 단지 학부모들

[혁신학교의 민낯②] 
재건축을 앞둔 강남 개포지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재건축을 앞둔 강남 개포지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0)씨는 최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의 혁신학교 지정 갈등 문제를 지켜보며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20년 완공될 강동구 고덕지구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하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헬리오시티 내 신설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우리 단지 내 학교도 혁신학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생겼다. 이 아파트는 인근 중학교도 혁신학교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혁신초-혁신중’ 루트를 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씨는 “초품아가 아닌 ‘혁품아’(혁신학교 품은 아파트)가 될까 걱정"이라며 "입주 예정자 커뮤니티에서 설문 조사하니 60% 이상이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헬리오시티 내 3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 재건축 및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혁신학교 지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혁신학교 전환은 학부모 50% 이상 동의를 받아 진행되지만, 학부모가 없는 신설 학교는 교육감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임의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리오시티 공사 기간 휴교했던 가락초와 신설 학교인 해누리초·중학교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로 임의 지정하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진 사례다.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개교 예정인 학교 3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뉴스1]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개교 예정인 학교 3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뉴스1]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에서도 혁신학교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강남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는 단지 내 개원초가 지난해 3월부터 혁신학교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학교는 재건축에 따른 주민 이주와 공사 진행으로 내년 3월부터 2022년(예정)까지 휴교에 들어간다. 휴교 기간이 길어 혁신학교 전환에 찬성한 학부모와 재건축 이후 자녀를 보낼 학부모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휴교를 앞둔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한 건 재건축 전에 선수 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면서 "헬리오시티처럼 집회든 뭐든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신축 또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 학교 다수를 혁신학교로 지정해왔다. 특히 혁신학교 확산이 지지부진한 강남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현재 강남구 7개 혁신초등학교 가운데 3곳이 자곡·세곡지구, 3곳이 개포지구 학교다. 자곡·세곡동의 3개 학교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문을 연 학교로, 개교 때부터 교육감이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지난 10월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서울 서초구 내곡중학교 개교식에 참석해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신설된 이 학교는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 10월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서울 서초구 내곡중학교 개교식에 참석해 기념 식수를 하고 있다. 신설된 이 학교는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이유는 학업에 소홀하고 상급 학교 입시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학교의 토론 중심 교육,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자녀가 학교를 좋아하게 됐다며 찬성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혁신학교 전환을 두고 학부모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구로구 온수초는 최근 혁신학교 지정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이 학교는 지난 10월 학부모 60.3%의 찬성을 받아 혁신학교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임시총회를 열고 학교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자 혁신학교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 측 학부모들이)자신들의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전 선동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학부모 간 갈등이 깊어지자 온수초는 학교 안정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만들고 8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혁신학교 전환을 확정했다. 단, 반대 측 학부모 우려를 수용해 기초·기본교육을 충실히 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연합뉴스]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는 둔촌주공아파트, 개포지구, 반포지구, 잠실 주공 5단지 등 재건축이 예정된 대규모 단지 내 학교들이 휴교 중이거나 휴교를 앞두고 있어 이들 학교의 혁신학교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022년까지 현재 199곳인 혁신학교를 2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설 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방침을 유지하지만, 학교 여건에 따라 1년간 예비 혁신학교로 운영하면서 구성원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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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