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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릉 펜션 보일러, 시공자 정보 없어···무자격자 시공 가능성 커"

고교생 10명이 사상한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가스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돼있지 않다. [사진 강릉소방서]

고교생 10명이 사상한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가스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돼있지 않다. [사진 강릉소방서]

 
“(가스보일러 앞면에 붙은)시공표지판에 시공자 이름이 없습니다.” 
 
수능을 마친 고교생 10명이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강원도 강릉시 저동 펜션 가스보일러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이름 등 정보가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사흘째인 20일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이름이 없다”며 “보일러 배기관(연통)이 언제, 어떤 이유로 어긋났는지 등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가스보일러를 시공하면 노란색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명칭 또는 상호, 시공자 등록번호, 사무소 소재지, 시공관리자 성명 등을 적어야 한다. 
 
보일러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공표지판에 시공자가 없는 건 무자격, 무등록 업체나 업자가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시공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해당 펜션 보일러 시공이 불법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일러 설치 시기와 시공자 등이 누군지, 사고가 난 펜션 객실의 보일러 연통이 언제부터, 왜 어긋나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지문 감식도 진행했다.
 
현재 경찰은 숨진 학생 3명의 사인을 어긋난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 사이로 누출된 배기가스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고 있다.  
 
현장 합동 감식팀은 지난 19일 오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등 합동 감식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배출구가 막히면 가스가 배기관(연통)에 농축되고 나중에 압력을 이기지 못한 배기관이 ‘펑’하고 터지며 빠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공기가 들어오는 급기통에 물이 차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할 경우 불완전연소가 발생하면서 폭음과 함께 연통이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강릉시의 한 식당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연통이 연결되는 부분에 밴딩과 고정나사, 실리콘 마감이 돼 있다. 박진호 기자

강릉시의 한 식당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모습. 보일러와 연통이 연결되는 부분에 밴딩과 고정나사, 실리콘 마감이 돼 있다. 박진호 기자

 
보일러 판매·시공 업계에선 허술한 시공이 사고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강원 강릉시에서 20여년간 보일러 판매·시공 업체를 운영해 온 박모(62)씨가 지난 19일 취재진이 보여준 사고 펜션 보일러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보일러 연통은 본체 연결 구멍에서 빠져 어긋난 상태였다.  
 
박씨는 “가스보일러 본체와 연통 연결 부위를 예전에는 석고붕대로 감았고, 이후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법이 강화돼 밴딩으로 연통 끝부분을 바짝 조이고 내열실리콘으로 틈새를 메워 마감작업을 한다”며 “보일러 본체와 연통이 벌어지지 않게 나사로 고정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진상으로 보면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하는 장치가 하나도 없는데 이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공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통이 저렇게 빠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설치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며 “조립형태라 마감만 잘하면 외력이나 뒤틀림이 없으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현장 모습을 촬영한 사진에는 보일러와 연통이 연결된 부분에 내열 실리콘 등을 바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스테인리스 밴딩 끈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펜션 가스보일러에서 실리콘, 밴딩, 고정나사 등을 설치했던 흔적은 전혀 없다”며 “연통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펜션에 납품된 보일러가 A사 제품으로 2014년에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일러 납품은 강릉의 A사 지점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업체 측은 “납품은 했지만, 시공은 하지 않았다”며 “민간 보일러 시공업자들이 보일러를 구매한 뒤 펜션에 수수료를 받고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펜션의 인근 주택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보일러와 연통이 연결되는 부분에 실리콘 마감이 제대로 잘 돼 있다. 박진호 기자

사고가 난 펜션의 인근 주택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보일러와 연통이 연결되는 부분에 실리콘 마감이 제대로 잘 돼 있다. 박진호 기자

 
가스안전교육원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시공업 3종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건설업 등록자만이 설치와 시공을 할 수 있다. 연통을 보일러와 고정하고, 외부로 빼내는 과정에서 틈이 생길 경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무자격자가 시공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 보일러 시공업체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설치를 일반 가전제품처럼 ‘내가 설치해도 되겠지’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펜션 업주들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무자격자나 일반인이 멋모르고 가스보일러를 시공을 할 경우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보일러의 연통 이탈 또는 분리로 인한 가스 누출 사고는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2014년 12월 경남 의령군에서 가스에 중독돼 일가족 6명 중 4명이 숨지는 사고 역시 연통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가스보일러가 문제였다. 2015년 2월 충남 아산시 좌부동에서 가스보일러 연통이 분리되면서 일산화탄소 가스가 누출돼 일가족 9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관계자는 “학생들이 투숙하기 전에도 보일러 연통이 어긋난 적이 있는지, 누군가 보일러를 만진 적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강릉=박진호·최종권·심석용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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