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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차라리 창조경제에서 배워라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체 헤이딜러는 규제 개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15년 창업해 1년 만에 거래액 300억원, 매출 5억원을 올렸다. 날벼락이 떨어진 건 그때였다. 국회가 자동차관리법을 바꿔 규제에 나섰다. 온라인 업체도 오프라인 영업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장)을 갖추도록 했다. 헤이딜러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경매업체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국회의원이 규제법 마련에 앞장섰다. 헤이딜러는 2016년 1월,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위기의 순간, 여론이 움직였다. “이래놓고 창조경제가 웬 말이냐”는 성토가 잇따랐다. 담당 부처 장관이 팔을 걷었다. 당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헤이딜러 박진우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런 규제를 풀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없다”며 “행정의 속도와 혁신의 속도 간 차이를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주차장, 경매장이 없어도 온라인에서 자동차 경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국회와 경매업자를 오가며 손발이 닳도록 사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헤이딜러는 52일 만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2년여가 지난 올 상반기 헤이딜러의 누적 거래액은 5000억원을 넘었다.
 
창조경제를 몰아내고 대신 등장한 혁신성장은 어떤가. 벌써 규제에 막혀 죽은 구호가 되고 있다. 대통령만 목이 터지라 외칠 뿐 규제 개혁은 한 걸음도 진전이 없다. 대표적인 게 차량 공유 서비스다. 지난해는 플러스·럭시·티키카카, 올해는 차차크리에이션의 사업이 국토부 규제로 막혔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두려워한 국토부가 현미경 잣대를 들이댄 뒤 “법에 어긋난다”며 뒷짐을 진 탓이 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들 업체와 간담회 한 번 가진 적이 없다. 업계에선 “정치인 출신이라 표에 민감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기야 헤이딜러 사례를 차량 공유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자동차 경매업자는 1만 명도 안 되지만 택시기사는 25만 명이 넘는다. 택시업계는 2014년 우버의 한국 진출을 비롯해 수많은 차량 공유 업체를 물리친 전과(戰果)도 있다. 택시기사의 30%가 65세 이상이다. 더 물러날 곳도 없다. 급기야 지난주엔 택시기사의 국회 앞 분신이 있었다. 놀란 여당은 택시업계 달래기에 급급하다. 수조원의 세금이라도 들이부을 태세다. 언감생심, 국토부 장관이 “법을 바꿔서라도 (차량 공유를) 허용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차량 공유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소는 3000대의 차량 카풀이면 뉴욕시 택시(1만4000대) 수요를 98% 충족할 수 있으며 대기시간은 평균 2.7분, 이동시간도 20%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연료 절감과 대기 질 개선은 덤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지리 전쟁에 대비할 수 있다. 차량 공유를 통해 쌓인 도로 위 빅데이터는 도시 지리 정보의 종합판이다. 교통정책은 물론 도시 건설과 유통·오락·쇼핑 등 전방위에 쓸 수 있다. 지금도 늦었다. 더 늦었다간 우버와 리프트, 그랩 같은 세계적 차량 공유업체가 택시뿐 아니라 한국의 지리까지 점령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것도 있다. 자동차를 없애고 마차 시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공유 경제는 현실이요 미래다. 노동과 자본, 개혁과 규제, 신기술과 기득권의 모든 문제가 녹아 있다. 어떻게 다루느냐가 경제 철학이요,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경제 실력이다. 택시업계가 이 나라의 철학과 실력을 묻고 있다. 밑천이 든든한지 아닌지.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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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