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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2019년 세계 경제와 ‘탄광의 카나리아’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동아시아 13개국 재무차관 회의에서 주요 금융과 실물 경기 지표를 토대로 미국이 1년 이내 경제위기를 겪을 확률이 20% 이상으로 급등했으니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토론 시간에 일본 재무차관이 쓸데없이 위기감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가계와 기업 심리가 위축되면 오지 않을 위기도 올 수 있다는 흔한 지적이었다. 그 비판에도 일리가 있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위기 경고를 무시하고 정책 대응 여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때 겪은 것처럼 큰 화를 겪을 수 있다고 답했다. 어떤 차관은 미국에서 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80%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다. 위기 발생 확률이 20%로 지속되면 상당한 것이고 과거에도 이 경우에 위기가 자주 일어났다고 반박했다. 실제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전 세계로 파급됐다.
 
위험 신호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만큼 큰 위기는 아니더라도 미국 경제가 불황을 겪을 확률이 높아졌다. 장단기 국채수익률이 역전되면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졌다. 소비심리와 주택투자도 낮아졌다. 올해 미국 경기를 이끌었던 감세 효과가 사라지고 연준(Fed)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하강해 불황이 올 수 있다는 게 그 전망의 요체다.  
 
주요 투자은행(IB)은 1년 이내 미국이 불황을 겪을 확률은 20% 내외, 2년 이내는 60% 이상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이 지난 7일 미국 대표기업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9%가 2019년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이내’라는 전망은 86%에 달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중국과 유럽의 경제지표도 나빠져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산업생산·소매판매액이 감소하고 성장 속도도 계속 둔화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세계 총생산(미 달러 가치 기준)의 24%, 유럽연합(EU)은 21%, 중국은 15%를 차지하는 세계 경제의 3대 성장엔진이다.
 
이종화칼럼

이종화칼럼

한국은 이런 세계 경기에 매우 민감한 국가 중 하나다.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43%다. 전체 수출의 21%가 반도체 관련 상품이다. D램 수출 가격과 반도체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 약세가 가속되면 수출부진이 내수부진에 더해 내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구 고령화, 주력산업 부진, 청년 취업난 등 구조적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니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과거에 광부들은 새장 속에 카나리아를 넣어 함께 탄광 갱도에 들어갔다. 카나리아는 무색무취한 유독가스에 사람보다 민감해 위험을 빨리 감지할 수 있다.  
 
‘탄광의 카나리아’가 보내는 한국 경제 위험 신호는 계속 넘쳐 왔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과 조급한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구조개혁과 기술혁신 없이는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정부에서도 지난 5월에 김동연 전임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이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부총리가 정책실패를 말한다고 비난했다.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 현 정권의 ‘도덕성’을 헐뜯는 보수 학자나 언론으로 취급하고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고용과 투자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통령이 이제 나서서 논란이 되는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경제 환경이 그나마 좋던 지난 2년을 허비하고 어려운 2019년을 맞으면서 나온 이야기여서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부정적 효과가 많았던 정책은 과감히 폐기·수정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말 따로 행동 따로’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규제 완화, 혁신산업 육성, 노동개혁, 금융개혁,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닥쳐올 세계 경제 침체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성장과 분배 개선을 함께 도모해 가야 한다.  
 
국민도 이제 정부에 너무 의존하기보다 ‘탄광의 카나리아’가 알리는 위험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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