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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축제 때 번 돈, 교사가 노조에 기부”

[혁신학교의 민낯] 교사의 증언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990년부터 교사 생활을 해온 A교사는 2013년 3월 서울형 혁신학교인 H고로 발령을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담임을 맡은 교실에 들어섰지만 기대는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교실이 어수선해 평소처럼 출석 번호대로 자리에 앉고, 부모님 연락처를 써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떠들기만 할 뿐 지시를 따르지 않더군요.” A교사는 학생들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은 줄 알고 좀 더 크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답했다. “여기는 혁신학교예요. 선생님이 우리를 억압하려 든다면, 그건 잘못 생각한 겁니다.” 그 와중에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단으로 학교를 나갔다. 그러면서 A교사는 2년 같은 두 달을 보냈다. 그 사이 시험 기간에 무단결석하는 여학생,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남학생 등 다른 학교에선 겪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A교사는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학교라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었다. A교사는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 교사들은 혁신학교 근무를 선호하지 않아요. 대신 전교조 교사들이 많죠. 어떤 선생은 ‘난 다른 데선 아웃사이더였는데, 여기선 내가 주류다’고 말하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A교사는 1991년부터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했지만 연가투쟁과 정치편향 수업 등에 실망해 2010년 탈퇴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교사가 제일 놀란 것은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교사들끼리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 자료를 돌리는 거예요.” 그는 “보통 학생들이 축제 때 번 돈은 학급문고를 마련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며 “다른 교사들의 반발로 학생들에게도 수익금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결국 노조에게 쓰였다”고 말했다.
 
황당한 일은 2학기 기말고사 때도 있었다. 평소 열심히 공부하던 남학생이 ‘오늘은 자율학습을 못 한다’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다가가서 이유를 물었더니 “쌍용차 노조의 연극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험 끝나고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되묻자 “연극이 곧 막을 내리므로 오늘 꼭 가야 한다고 사회 선생님이 말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교사는 “이 학생은 결국 성적표를 받은 후에 펑펑 울며 후회했다”며 “시험 직전에 정치적 색채를 띤 연극을 보도록 학생의 등을 떠미는 게 과연 교사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혁신학교에선 토론 수업을 많이 하는데 어떤 교사들은 열린 대화를 하기보다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고 비판했다.
 
H고는 2016년에도 혁신학교로 재지정 됐다. “교사들의 50%만 동의하면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합니다. 학부모 의사와 무관하게 말이죠. 내년 3월 개교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학교 3곳도 예비혁신학교로 선정했던데 여기도 1년 후에 혁신학교가 될 수 있어요. 부모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말이죠.”
 
서울의 혁신학교는 2011년 총 29곳에서 올해 189곳으로 늘었다. 2022년 250곳(전체의 20%)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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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