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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끼리 떠나는 여행으로 변질된 개인체험학습…학부모 동행 등 개선 목소리

대구한의대가 청소년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0월 실시한 '꿈 찾기 진로체험 캠프' 모습. [연합뉴스]

대구한의대가 청소년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0월 실시한 '꿈 찾기 진로체험 캠프' 모습. [연합뉴스]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강원도 강릉 펜션에 놀러갔다가 사고를 당하면서 개인체험학습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3이었던 학생들이 학기 중에 여행을 갈 수 있었던 게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서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개인체험학습은 학교가 아닌 학생이 개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시한다. 학생·학부모가 신청하면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교외 체험학습을 수업으로 인정하게 돼 있다. 사전에 신청서를 내야하고, 체험학습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개별적으로 체험학습을 실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별로 장래희망이나 진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일률적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보다 학생 진로에 맞춤형으로 경험을 쌓는 게 더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체험학습이 학생끼리 떠나는 여행이나 친척집 방문 등 의미 없는 활동으로 변질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중등 개인체험학습지침에서는 체험학습의 교육적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지침에서 정의하는 개인체험학습은 ‘관찰·조사·수집·현장견학·답사·문화체험·직업체험 등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활동·실천이 중심이 돼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폭넓은 학습’이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 동의를 얻어 교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교외체험학습을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경기 A고교의 체험학습 규정. [학교 홈페이지 캡처]

경기 A고교의 체험학습 규정. [학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학교 중에는 교육적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활동도 체험학습도 허용하는 곳이 많다. 가족여행·친인척방문 등이다. 실제로 서울·경기도 지역 고교 일부의 체험학습규정을 살펴보니 견학활동·청소년프로그램 등 외에 가족여행·친인척방문 등도 개별체험학습 인정 항목에 포함돼 있었다.
 
인솔자 동반 여부는 시도교육청·학교 별로 제각각이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대성고는 학생들이 개인체험학습을 떠날 때 학부모 등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부터 인솔자 동반 의무화 조항을 없애고 학교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서울‧경기도 내 고교 중에는 “체험학습 시 인솔자는 보호자 또는 보호자의 위임을 받은 자로 하며 안전한 체험학습 인솔에 책임을 지는 성인으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곳도 많았다.
 
학생들 중에는 체험학습을 빙자해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3 자녀를 둔 박모(48‧서울 가락동)씨도 최근 이런 일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빚었다. 대입 수시전형에 합격한 딸이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니 학교에 ‘친척집을 방문한다’고 신청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씨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도, 말이 통하질 않았다”며 “알고 보니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체험학습이 탈선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1 아들을 둔 윤모(50‧서울 역삼동)씨는 “우리 애도 지난해 수능 이후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알고 보니 그때 처음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며 “부모나 교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애들끼리 있다 보니 음주나 흡연 등 일탈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체험학습 규정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대회 참가나 유적지 탐방 등 뚜렷한 교육목표가 있을 때만 허용하고, 1박 이상 숙박할 때는 보호자 동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당일로 끝나는 체험학습은 문제가 없지만 1박 이상 할 경우 안전문제 등에 주의가 필요해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강남의 한 일반고 교사는 “학교별로 다르지만 개인체험학습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은 건 사실이다”며 “이번기회에 개인체험학습의 교육적 목적을 강화하고, 보호자 동행 문제 등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고 상황점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고 상황점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강릉 펜션 사고로 희생자가 생긴 대성고 학생과 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또 이번 사고로 숨진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의 장례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종로구에 있는 교육청에서 김원찬 부교육감 주재로 강릉 펜션 사고에 대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김 부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다”며 “장례절차는 물론 유가족 편의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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