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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뒤에는 탄소세 있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탄소세 부과 등 정부의 과세 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탄소세 부과 등 정부의 과세 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Gilets Jaunes)’의 격렬한 시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것은 대서양 연안 브르타뉴 지방의 ‘보알(Bohal)’이란 작은 도시에 사는 자클린 무로(51)라는 여성이 지난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이었다.
 
세 아이를 둔 무로는 10년 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샀으나, 마크롱 정부가 올린 세금 탓에 기름값이 치솟았고 결국 차를 세워두게 됐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난했고, 이 영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산유국의 감산 조치로 최근 1년간 기름값이 20% 이상 오른 데다 프랑스 정부가 도입한 탄소세(유류세) 탓에 내년에도 기름값이 대폭 인상될 것이란 소식에 불만을 가졌던 파리 외곽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프랑스에서는 2014년 탄소세가 도입됐고, 2017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1t씩 배출할 때마다 30.5유로(3만915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세 세율을 계속 올려 이산화탄소 1t당 100유로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휘발유는 L당 3.9센트(50원), 경유는 L당 7.6센트(98원) 인상됐는데, 내년 초 다시 그만큼을 인상될 예정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거둬들인 탄소세를 재생에너지 확대나 전기자동차 개발에 사용하고, 일부는 정부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도 쓸 계획이었다.
 
문제는 파리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저소득층 시민들이었다. 대중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해 직접 차를 몰아야 하는 이들은 탄소세 인상이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지난 4일 탄소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린피스가 지난 9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N서울타워에서 펼친 레이저 빔 퍼포먼스.. [연합뉴스]

그린피스가 지난 9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N서울타워에서 펼친 레이저 빔 퍼포먼스.. [연합뉴스]

탄소세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고, 그래서 석탄·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연료별로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을 고려해 부과한다. 1990년 1월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탄소세는 스웨덴(1991년)·덴마크(1992년)·독일(1994년)·스위스(2008년)·아일랜드(2010년)·일본(2012년) 등으로 확산했다. 탄소세 도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은 지난 2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23% 줄이면서도 55%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탄소세에 대한 반발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난다. 탄소세는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가구당 인원이 적을수록 1인당 부담이 더 커진다. 프랑스 정부는 2010년 7월에도 탄소세를 도입하려 했으나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호주에서도 2012년 7월 노동당 출신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탄소세를 도입했으나, 정권 교체 뒤 토니 애벗 총리가 탄소세를 폐지에 나서 2년 만에 폐지됐다. 미국의 워싱턴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1t당 15달러(1만6965원)를 부과하고, 매년 2달러씩 추가하는 내용의 탄소세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달 6일 부결됐다.
 
한국에서도 2010년 ‘녹색성장’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가 탄소세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제조업 생산량이 감소하고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5년 1월 시행 예정으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도 도입했다. 차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구간을 나누고,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구매할 때는 보조금을 주는 대신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사면 부담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졌고, 결국 2021년 1월 이후로 시행이 미뤄졌다.
 
한편,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보고서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묶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2030년까지 탄소세를 t당 135달러(15만2685원)~5500달러(622만원)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인 탄소세를 제외하긴 어렵다. 환경경제 전문가들은 탄소세를 도입 정부가 환경세를 거두는 대신 다른 세금, 예를 들어 소득세·판매세·법인세·재산세 등을 깎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경세를 거두더라도 전체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세수 중립(revenue-neutral)’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경우 현재 이산화탄소 1t 배출할 때마다 연료에 58~62유로씩 부과한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탄소세는 50배로 올렸지만 대신 세제 개혁을 통해 소득세와 기업이 내는 사회보장비를 삭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세금 전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탄소세 대신 어떤 세금을 얼마나 깎아줘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세밀하게 예측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이미 경유차를 샀다면 경유 가격이 올라도 차를 몰 수밖에 없어 탄소세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들에게 미리미리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q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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