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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기업 CEO·임원 “투자 앞서 북한 배우자” 열기 후끈

남북경협 채비 나선 경제계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중앙일보와 삼정KPMG가 공동 주최한 ‘남북 경제 협력 포럼’ 참석자들이 ‘남북 경협, 이론에서 실제로’를 주제로 경협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진 탈북민 기업가,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강동완 동아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부소장,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 박영걸 삼정KPMG 상무. [우상조 기자]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중앙일보와 삼정KPMG가 공동 주최한 ‘남북 경제 협력 포럼’ 참석자들이 ‘남북 경협, 이론에서 실제로’를 주제로 경협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진 탈북민 기업가,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강동완 동아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부소장,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 박영걸 삼정KPMG 상무. [우상조 기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관계개선 움직임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친 2018년이 저물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무산으로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북 접근과 교류·협력의 고삐를 더욱 당길 기세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진전이 맞물릴 경우 남북관계와 주변 정세에 근본적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대북 제재의 문턱이 낮아질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은 물론 경협과 교역의 물꼬도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눈길을 끄는 건 대북 투자와 경제협력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과 단체의 발 빠른 움직임이다. “먼저 북한을 배워야겠다”며 CEO와 임원 등이 몰리는 남북 경협 및 대북 비즈니스 포럼 현장을 찾아가 봤다.
  
어제 오후 서울 명동의 은행연합회관 컨벤션홀.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의 사회로 열린 남북경협 관련 토크콘서트에는 대북 투자 사업가와 탈북민, 경협 전문 변호사와 교수·전문가 등이 패널로 나섰다.
 
30여년 간 대북투자와 민간 교류 사업을 펼쳐온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은 “북한의 과자나 소비재 등의 상품 질이 최근 들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달라진 북한 경제 사정이나 투자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투자하거나 지원하면 무조건 북한이 손을 잡거나 시장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란 얘기다. 유 회장은 “대북제재 해제 등으로 대북투자 여건이 조성된다면 중국이나 미국·일본 등에 선수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북투자에 있어 우리 내부의 법적 절차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관련 법률이나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6년 탈북한 김수진씨도 “비즈니스를 할 때 북한 사람들을 말로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서류나 계약서 등을 꼼꼼히 준비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탈북 전 함북 청진에서 5년 정도 밤잠을 줄여가며 장마당 장사를 했는데 1만3000달러 정도를 벌어 상류층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남한에 정착해 사업을 하면서 자본주의식 사업방식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평양 밖 북조선’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관찰한 북한의 변화상을 분석했다. 강 교수는 “평양이나 신의주의 고층 아파트나 대형 건축물을 얼핏 보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 사정이 놀라울 정도로 나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망원렌즈 등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실시공과 허술한 안전관리 등 속살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청중석에선 ‘북한에서도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나’ ‘어떻게 북한 측 사업 파트너 가운데 실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찬호 변호사는 “북한도 베른협약 등 지적재산권 국제협약에 가입해 있고 변리사 사무실도 열고 있다”면서 “하지만 남측의 상표권 등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차에서 상석에 앉는 사람이나 담배를 거리낌 없이 피우는 인물이 숨겨진 실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남북경협, 이론에서 실제로’란 주제로 열린 2018 남북 경제협력 포럼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됐다. 삼정KPMG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포럼은 사전 등록한 300여명의 기업체 CEO와 임원, 전문가·시민 등이 참석해 대북 비즈니스 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케 했다. 포럼에선 3명의 전문가가 대북투자의 노하우와 북한 내부 정세 등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2018년 남북관계를 ‘무재해, 무사고의 해’로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이은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군사적 충돌은 물론 상호 비난 등 갈등적 요소가 없었던 한 해였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남북 양쪽의 발목을 잡아 온 ‘분단 구조의 해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김 교수는 제시했다.
 
조봉현 부소장은 남북 경협에 성공하기 위한 ‘10계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①철저한 준비로 신경영 추구 ②명확한 대북 사업 목표 설정 ③인프라 등 북한 비즈니스 환경 파악 ④추진 능력과 사업성 등 회사 역량 진단 ⑤유망업종 선택 ⑥유리한 비즈니스 지역 선정 ⑦합리적인 대북계약 체결 ⑧합의이행과 신뢰구축 ⑨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과 판로 모색 ⑩기업 간 공동 비즈니스 전략 모색 등이 꼽혔다. 조 부소장은 유망업종 선정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공장·기업소 및 협동농장 현지지도 동선을 주목하라고 권했다. 최고지도자가 관심 있는 아이템이야말로 북한 경제관료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성사시키려 하는 사안이란 얘기다.
 
박영걸 삼정KPMG 상무는 ‘대북 비즈니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란 주제의 발표에서 “지금 단계는 단순한 형태 또는 설비 제공형 위탁가공이나 교역 수준으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나 북·미 관계 문제가 풀린 뒤 법인 설립이나 합영 합작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대북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도 미국·중국 등 해외 기업과 결합된 형태의 경협 모델을 선택해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대북 비즈니스 추진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영수 교수는 교류와 협력의 기회가 증가하고 대북 비즈니스 공간이 확장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빠른 경협보다는 ‘바른 경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봉현 부소장은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남북관계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 김정은이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목표를 이루려면 내년엔 경제에 더욱 집중해야 하고 실질적 성과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남측 기업과의 협력 및 투자 유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세미나·포럼 형태의 대북 투자·경협 관련 행사 외에도 10차례 안팎의 전문가 특강 등으로 구성된 심층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대학과 투자 컨설팅 업체, 회계법인 등이 교수와 대북투자 사업가, 고위 탈북 인사 등을 강사로 초빙해 기업체 오너와 대북 담당 임원,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관심을 가진 수강생을 대상으로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이다. 중앙일보·JTBC가 주관한 NK비즈포럼의 1기 과정을 지난 13일 수료한 배종배 (주)태양유니스 대표는 “평양의 부동산 시장 변화와 건축 붐 같은 최근의 정보와 함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평양 권력 속사정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대북 투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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