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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시위장에 등장한 컵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열고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유진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열고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유진 기자

 
작업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컵라면과 피켓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비정규직 대표단)은 18일 오후 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김용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손에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과 컵라면, 그리고 과자 ‘홈런볼’이 들려있었다. 이는 모두 지난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고(故) 김용균(24)씨의 유품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생전 비정규직 대표단에 이름을 올린 김씨는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석탄가루가 검게 묻은 수첩 등을 유품으로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발전소, 조선소, 자동차 판매장, 현대제철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호소가 쏟아졌다. 이들이 공통적인 외침은 “비정규직을 없애지 않고는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를 맡은 차헌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은 “2년 전 구의역에서 숨진 19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며 “태안화력만의 문제가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은 모두 똑같다”고 비판했다. 현대제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조정환씨는 “현대제철에서도 2년 전 똑같은 사고가 있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돼 사망했는데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故 김용균씨의 분향소에 비정규직 대표단이 놓아둔 꽃과 컵라면 등이 올려져있다. 권유진 기자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故 김용균씨의 분향소에 비정규직 대표단이 놓아둔 꽃과 컵라면 등이 올려져있다. 권유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비정규직 대표단은 “내가 바로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등 구호를 외치며 준비해둔 컵라면과 과자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김씨의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향소에 도착한 이들은 컵라면과 국화를 김씨의 영정 옆에 놓으며 추모를 이어나갔다. 
추모를 마친 김씨의 한 동료는 “용균이가 석탄 컨베이어에 끼어 사망했을 때 지나갔던 원료가 누군가에게 빛이 될텐데, 모두가 빚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고가 일어난 9,10호기에서 일하던 48명은 심리치료에 들어가긴 했는데 이들의 치료 공간이 사고가 난 곳에서 멀지 않다보니 ‘계속 사고 생각을 멈출 수 없다’고 하더라”며 “게다가 1~8호기는 계속 가동 중이라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누군가는 계속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죽하면 동료들이 주변에서 ‘너도 죽을지 모르니 그만두고 내려오라’는 말까지 듣는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비정규직 대표단이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故 김용균씨 분향소로 행진하고있다. 권유진 기자

비정규직 대표단이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故 김용균씨 분향소로 행진하고있다. 권유진 기자

 
비정규직 대표단은 21일 오후 5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22일에는 김씨의 유가족들도 참석하는 ‘故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추모하는 1차 범국민추모대회’도 열린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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