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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1.5톤씩 소멸···토성 고리, 1억년내 사라질수도"

토성의 7만km에 달하는 고리가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토성 상공에서 산화한 카시니 호가 보내온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포토]

토성의 7만km에 달하는 고리가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토성 상공에서 산화한 카시니 호가 보내온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포토]

 
“토성의 양쪽에 귀 모양의 괴상한 물체가 붙어 있다” 
 
두께가 약 7만㎞에 달하는 토성의 고리는 오늘날 태양계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았지만,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고리를 발견할 때만 해도 그 존재감은 매우 희미했다. 17세기만 해도 망원경의 해상도가 낮았기 때문에 갈릴레오는 고리를 ‘토성의 귀’로 알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1656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귀의 정체가 토성의 ‘고리’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1675년에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가 토성의 고리는 수백 개라는 것을 발견하며 토성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세기가 지난 후, 지구에서만 토성을 바라보던 인류는 파이오니어 11호, 보이저 1ㆍ2호를 차례로 토성에 접근시키며 토성 고리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됐다. 2004년 토성에 도착해 2017년까지 토성을 탐사한 카시니호는 마지막으로 정보를 전송한 후, 토성 대기에서 산화했다.
 
토성의 고리가 초당 1.5t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017년 8월 29일 NASA가 공개한 카시니호의 삽화. 카시니호는 1997년 발사 돼, 20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토성 대기에서 산화했다. 마지막으로 토성 고리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8월 29일 NASA가 공개한 카시니호의 삽화. 카시니호는 1997년 발사 돼, 20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토성 대기에서 산화했다. 마지막으로 토성 고리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시니호는 마지막으로 어떤 메시지를 남겼을까. 한 마디로 ‘고리의 소멸’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7일 카시니호가 보내온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토성의 고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카루스’ 최신호에 실렸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측은 “토성의 고리는 초당 1.5t씩 없어지고 있다”며 3억 년 안에 토성의 고리가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물질들이 토성의 대기층으로 비처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NASA의 연구진은 “미세한 전자들이 토성의 C-링을 빠져나오면서 자기장 선을 따라 나선형으로 토성을 향해 끌려가고, 결국 대기와 충돌해 ‘고리 비(Ring Rain)’를 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얼음 입자들이 중력보다는 자기력에 끌린다는 것이다. 
 
정안영민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토성 고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얼음 입자로 이뤄져 있는데, 태양풍을 맞으며 전하를 띠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치 마찰로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전하를 띠게 된 물질들은 자기력에 이끌리는데, 이 때문에 고리에서 이탈하고 결국 토성에 충돌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토성 고리가 뿌리는 ‘고리 비(Ring Rain)’
 
토성의 고리는 수백 개의 얇은 고리로 이뤄졌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카시니의 이름을 따, 고리와 고리 사이의 간격을 '카시니 간극'이라 한다. [중앙포토]

토성의 고리는 수백 개의 얇은 고리로 이뤄졌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카시니의 이름을 따, 고리와 고리 사이의 간격을 '카시니 간극'이라 한다. [중앙포토]

NASA가 고리 비라는 표현을 쓴 것은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주요 물질들이 얼음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연구진은 하와이에 있는 케크 II 망원경으로 토성의 대기 상층부를 관찰했고 그 결과, H3+ 분자가 다량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H3+ 분자는 세 개의 수소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매초 1995㎏의 물이 토성에 떨어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NASA의 과학자들은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토성의 고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그 속도에 따라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밝혀진 ‘소멸 속도’는 최악으로 빠른 것에 해당한다. NASA의 제임스 오도노휴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은 “고리 비는 30분 안에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속도로 쏟아지고 있다”며 “이미 토성 적도에 떨어진 고리 물질을 고려하면, 3억년이 아닌 1억년 안에 토성 고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성분으로 이뤄진 토성 고리...로슈 한계 안쪽에 있어 위성으로 진화 못 해 
 
보이저1호와 2호 역시 토성 고리에 대한 관측 자료를 보낸 바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토성의 고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속도를 정확히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보이저1호와 2호 역시 토성 고리에 대한 관측 자료를 보낸 바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토성의 고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속도를 정확히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카시니 호는 이번 관측 자료에서 토성의 고리가 매우 다양한 물질로 구성돼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카시니호의 탑재체인 ‘이온 중성 물질 질량 분광기(INMS)’의 분석 결과, 얼음 외에도 부탄ㆍ프로판ㆍ규산염 등 다양한 성질의 분자들이 고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토성 고리의 기원 등의 비밀을 푸는 데 좋은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성 고리의 입자들은 위성이 모행성의 기조력에 부서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인 ‘로슈 한계(Roche limit)’ 안쪽에 위치해 서로 뭉쳐지지 못하고 입자 상태로 잘게 쪼개져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안영민 천문연 박사는 “고리가 토성 생성 당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토성의 자기장과 중력에 이끌린 천체들이 서로 충돌해 그 입자가 고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NASA의 오도노휴 연구원은 “천왕성과 해왕성도 원래는 고리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늘날 토성의 고리를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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