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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서 괜찮을까…'성추행' 당해도 피해자 대우 못받는 남성들

경찰 로고 [뉴스1]

경찰 로고 [뉴스1]

 
“이렇게 꺼내놓고 다니면 시원해?”
2년차 호텔 하우스맨(객실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인 정모(41ㆍ남)씨는 지난 4월 구내식당에서 누군가 허리춤에 손을 집어넣는 걸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같은 호텔에서 일하는 김모(57ㆍ여)씨였다. 정씨에 따르면 김씨는 셔츠를 밑단을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속옷 위의 살에 김씨의 손이 닿았다”며 “수치스러웠던 당시 상황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수치스러운 상황 잊혀지지 않았다”
김씨의 ‘터치’는 계속됐다. 정씨에 따르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김씨가 손을 주무르거나 팔짱을 끼고, 배를 만지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정씨는 난생처음 1366(성폭력 상담 신고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지난 5월3일에는 고민 끝에 김씨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성추행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는 “입소문이 빠른 호텔업계에서 일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못된 건 바로잡고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의 전화도 받았다. 이 관리자는 정씨에게 “김씨가 관련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고 전했다. 호텔 인사위원회에서는 김씨에게 정직 7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에서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에선 지난 7월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이 일치하고, 강제 추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남부지검에 송치했다. 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정씨는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정씨는 “피의자와 내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추가조사나 대질신문도 없었다”며 “수사기관에선 당시 상황이 담겼을 폐쇄회로(CC)TV 등 증거확보에도 소홀했다고 생각한다”고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피해자인 내가 남성이란 이유로 ‘성추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강제추행 등의 남성 피해자 수는 2015년 1128명에서 지난해 136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강간, 유사강간에 있어서도 ▶2015년 115명▶2016년 133명▶2017년 93명 등으로 매년 100명 내외의 남성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전체 피해자의 10%에 미치지 않는 수치로, 여성 피해자와 비교될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남성 피해자들의 처지도 간과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김현아 변호사는 ”누구라도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자가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하는 인식 때문에 피해를 말할 수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피해자도 '여성청소년과' 찾아야 
일각에선 여성 피해자는 물론 남성 피해자들의 사건접수나 조사도 담당하는 경찰 ‘여성청소년과’의 명칭을 성 구분 없이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여성청소년계’로 불렸던 여성청소년과는 전담수사 체계를 갖추고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목적으로 2012년 신설됐다. 검찰에서도 2011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신설했다.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보호’라는 시책 하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과 아동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성별을 단정해 수사과의 명칭을 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남성 피해자도 소수지만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성 구분 없이 범죄 특성 등을 기준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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