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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입고 도망가라"…자식에게 죽어간 어머니의 유언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우모(38)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방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 A씨는 평소 직장을 제대로 다니지 않고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우씨를 보고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하라”고 꾸지람을 했다. 이에 우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잔소리 좀 그만하라”며 맞받아치는 등 언쟁이 벌어졌다.
 
우씨는 이 과정에서 A씨로부터 뺨을 두 차례 맞자 격분해 근처에 있는 나무의자를 들어 A씨를 수차례 가격했다. A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흉기까지 휘둘렀다. 그는 피를 흘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A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로 “옷을 갈아입고 현장에서 도망가라”고 말했다.
 
우씨는 피가 묻은 옷을 갈아입은 후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고, 면허가 없는 상태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운전해 도망쳤다. 우씨는 경찰이 자신을 추적할 것을 걱정해 도주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버리기까지 했다. 그는 무면허로 자신의 집인 경북 청도에서 강원도 화천군까지 운전하는 등 이틀 동안 차를 끌고 도망을 다녔다. 
 
홧김에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하고, 마지막까지 자식 걱정을 하는 어머니를 그냥 내버려 둔 채 도주한 우씨를 수사한 수사 당국의 조사 내용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모두 살펴봤을 때 징역 20년이 부당하다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1·2심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너무나 참혹해 피해자가 매우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우씨를 걱정했지만 우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벗어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우씨의 변호인은 평소 우씨가 어머니로부터 장기간 구박을 받아온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인 우씨의 형제들이 선처를 바라고는 있지만 직계존속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진 잔혹성과 패륜성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 살인 범행 이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고 사회에 미친 악영향도 현저히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우씨를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우씨는 앞서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했다가 철회했는데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다시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철회한 주장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를 상대로 한 존속폭행 등의 범행이 지난해에만 1962건이 발생해 2012년(956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존속살해 피의자는 2015년엔 55명, 2016년 55명, 지난해 47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50명 안팎의 존속 살해범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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