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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퀸치광이의 탄생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영화 한 편이 크게 흥행하면, 때로는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는 올해 가장 놀라운 성과를 거둔 영화로 꼽을만하다.  
 
두 달 가까이 장기흥행하며 무려 800만 관객을 모은 것부터 그렇다. 10월 말 처음 개봉할 때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다. 관객 수라면 올해 개봉작 가운데 이미 천만 영화가 된 ‘신과함께-인과 연’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더 많지만, 두 영화는 전편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프랜차이즈 영화다. 어느 정도는 흥행이 예상된 경우다.
 
영화몽상 12/18

영화몽상 12/18

반면 ‘보랩’은 시리즈물도 아니고, 톱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영국 록밴드 퀸이,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세계적 스타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전성기를 누린 건 지난 세기의 일이다. 영화 마지막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장면은 1985년, 햇수로 33년 전이다. 그 무렵 퀸을 알았던 4050세대라면 몰라도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10대나 20대가 영화를 계기로 퀸의 음악에 빠져드는 모습은 한편으로 놀랍고, 다른 한편 뭉클하다. 개봉초 일찌감치 이 영화를 보고 소감을 들려주던 주변의 4050들이 요즘은 “우리 아이가 퀸을 듣더라”고 전한다. 세대 공감의 새로운 모티브다.
 
새로이 퀸에 열광하는 현상과 함께 ‘퀸뽕’ ‘퀸망진창’(퀸+엉망진창) ‘퀸치광이’(퀸+미치광이)같은 신조어도 나돈다.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회는 프레디 머큐리처럼 콧수염·선글라스 등으로 코스프레를 하거나, 콘서트장처럼 야광봉·탬버린을 흔들며 떼창 준비가 된 관객들이 모인다. 온갖 덕질로 단련된 21세기 관객과 이미 세상 떠난 20세기 스타의 만남, 평면적 스크린과 입체적 참여의 만남이 신선하다. 스토리텔링의 힘도 있다. 이민자 출신에 성적 소수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창조성을 알기 쉽게 그려낸 이 영화 한 편이면, 전에 퀸을 몰랐다 해도 영화 마지막에 감동할 준비는 충분하다.
 
11월은 통상 극장가의 비수기다. 올해는 달랐다. ‘보랩’과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이 나란히 흥행하면서 올해 11월 관객 수는 작년 11월보다 30%나 늘어났다. 퀸은 이제 70, 80년대 밴드가 아니라 2018년의 뜨거운 밴드, 먼 훗날 ‘응답하라’ 시리즈의 2018년판에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밴드가 됐다.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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