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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내년은 김정은의 해가 된다”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2019년은 김정은의 해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더 힐’에 실린 도발적인 기사 제목이다. 이유가 그럴싸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실험만 없으면 머잖아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줄줄이 만나게 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시기가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됐다. 시진핑은 지난달 “내년에 방북하겠다”고 밝혔고,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도 머잖아 이뤄질 전망이다. 이뿐이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김정은을 만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풀겠다”며 여러 번 러브콜을 보냈다. 김정은이 잘만 하면 4강 지도자 모두를 잇따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독재국가의 젊은 지도자가 이런 거물들과 연달아 마주 앉으면 어떨까. 세계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게 틀림없다.
 
이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연말까지 그가 추구했던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그리고 김정은 답방이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뤄진 게 없다.
 
종전선언은 미국은 물론 북한의 무관심으로 사그라졌다. “전쟁 끝난 게 70여 년 전인데 종전을 선언한들 뭐가 달라지냐”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일이 꼬이자 문 정부는 제재 완화로 돌았다.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제재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럽 순방 때 각국 정상에게 이런 주장을 폈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G20 정상회의 이후 들린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이런 자화자찬이 없다. “유럽에선 제재 완화가 안 먹히더라”고 고백하는 게 옳았다. 고대하던 김정은의 연내 답방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그저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을 26일 열기로 한 게 성과라면 성과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나. 결론부터 말하면 외교를 대하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가 쓴 『사람이 먼저다』를 보면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의 본질이 한마디로 정리돼 있다. 바로 ‘당당한 외교’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는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지난 8월 광복절엔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선언했다. 지난 10일 재외공관장 만찬에서도 “이제는 남의 장단이 아닌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다”라는 독립운동가 김규식의 말을 빌려 자신의 믿음을 밝혔다. 요컨대 남북관계는 우리 문제이니 우리가 알아서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음모와 책략이 난무하는 게 국제무대다. 그저 당당하고 자주적으로만 밀어붙인다고 통하겠는가.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헨리 키신저가 설파한 외교의 본질은 이거다. “상대국을 억지로라도 움직일 힘이 없는 한 외교란 무의미하다”고.
 
그러니 정부는 국제사회의 기류를 살핀 뒤 우리 역량에 맞는 전략을 차근차근 펴야 한다. ‘당당한 외교’ ‘자주 외교’란 이상적 명분 아래 실현 난망한 주장만 펴다간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핵무기 하나 없애지 않은 김정은이 국제적 스타로 뜨는 와중에 말이다. 떨어지는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남북관계에 조급하게 올인하는 건 더 경계해야 한다.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켜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선 안 된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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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