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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바람 부는데…대학가 총여학생회 속속 폐지

“총학생회가 있는데 총여학생회가 따로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대학 내 남녀비율이 비슷해졌는데, 여성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교내 단체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모든 학생이 낸 학생회비로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강모씨·23·남·서울 한 사립대 3학년)
 
“여성들은 대학 내에서 아직도 크고 작은 성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교수님 옆에 예쁜 여학생을 앉혀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게임을 하는 식입니다. 총학생회는 학생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여성의 문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여학생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죠.” (이모씨·22·여·서울 한 사립대 2학년)
 
최근 대학가가 총여학생회 폐지를 두고 시끄럽다. 여학생회 대한 의견은 대학 내 성 평등 실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없애야 한다는 측은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총학생회에서도 충분히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학 내 성차별 등이 여전하기 때문에 여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30여 년 전의 3배를 넘는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 총여학생회가 처음 생길 당시 대학 내 여성의 비율은 20%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대학 내 소수자였던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자치기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여성의 대학 진학률(통계청의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72.2%로 남성(65.3%)보다 7.4%포인트 높다.
 
하지만 대학 내 여성의 증가를 성평등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의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조사 건수는 167건이었다. 올해는 1~5월에만 238건이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중 여학생회가 남아있는 대학은 연세대가 유일하지만, 그마저도 존폐 기로에 놓여있다. 지난달 제30대 연세대 총여학생회장단이 당선됐지만, 학생 총투표를 통해 여학생회의 존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폐지위원회는 13일 “6월부터 여학생회 폐지에 대한 서명을 받은 결과 재적인원의 10분의 1이 넘는 2535명이 총투표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재적인원의 10분의 1 이상이 학생 총투표를 요청함에 따라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일주일 안에 총투표 실시를 공고해야 한다.  
 
연세대를 제외한 대학의 여학생회는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올해만 동국대와 성균관대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경희대·서울시립대·한양대 등은 총여학생회가 존재하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장기간 공석인 상태다.
 
여성계에선 여학생회 폐지 흐름을 ‘백래시’(반발) 현상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졌는데, 오히려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투 등으로 페미니즘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축적돼 있던 여성 혐오가 표출됐다. 이런 현상이 대학가에서는 여학생회 폐지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젠더 갈등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생운동의 쇠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예전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이슈에 관심도 없고, 취업 등 자신의 앞가림 하느라 바쁘다. 대학 내 학생자치조직은 10년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총여학생회 폐지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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