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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이지만 항복 아닌 듯’ 시진핑 무역전쟁 출구 모색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째)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째)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요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신화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는 해법이나 최소한의 실마리가 연설에 담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오는 18일은 중국이 덩샤오핑의 리더십 아래 개혁개방 정책을 편 지 40주년 되는 날이다. 1978년 12월 18일 당시 부총리였던 덩샤오핑이 개혁 지지 세력과 함께 개혁개방 정책을 결정했고, 이는 중국과 세계 경제에 거대한 전환을 불러왔다.
 
올해 40주년 기념행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라는 그늘에 가려져 빛이 바랬다. 시 주석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중 무역전쟁 해소를 위해 미국에 양보안을 내야 하는데, 중국이 밀리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내 정치적 입지가 악화할 수 있어서다.
 
중국이 나약해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에 큰 양보를 하는 모양새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기회로 개혁개방 40주년 연설을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이날 연설에서 대대적인 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투자정보회사 크럼튼그룹의 쥬드 블랑쉣 선임 고문은 “중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시장 자유화 정책을 공개할 수 있다”며 “개혁개방 40주년 행사가 마침 좋은 계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외국인 투자자 권리 확대,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서비스 분야 개방 확대 원칙을 밝히고, 시장 개방 대상이 되는 업종과 세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개혁개방 기념행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체면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개혁개방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정치·경제 엘리트 관료 6000명이 모인 자리에서 중국의 시장 개혁 약속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만찬 이후 다양한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40%에서 15%로 내리고, 에너지와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은 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올 뿐 중국 정부는 입장 발표를 늦춰왔다. 중국의 양보안을 중국 인민에게 공개하는 방법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미·중 정상이 1일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을 결정한 뒤 닷새가 지난 5일에서야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 한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고 알렸는데, 중국 정부는 그로부터 열흘이 넘은 지난 14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옥수수 300만 t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는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 조짐도 출구 전략 필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10% 넘는 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낮췄다. 오는 19일에는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린다. 공산당 정치국원 이상 핵심 지도부와 각 부처 부장(장관), 각 성·시·자치구 대표가 참석해 새해 경제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내년 성장률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언론은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성장률 목표치가 6% 또는 6.0~6.5% 구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6%로 설정될 경우 올해보다 0.5%포인트나 낮추는 셈이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해소하고, 이를 중국 인민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중국 경제 둔화 흐름을 돌리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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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