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뉴스분석]EU, ILO핵심 협약 비준 압박…띄우는 정부

유럽연합(EU)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노력을 한국이 게을리하고 있다며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ILO 핵심 협약 비준 노력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돼 있다.
 
한국은 8개 ILO 핵심 협약 가운데 4개를 비준했다. 공무원이나 실업자에게도 노조 결성의 자유를 주는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등 4개는 국내 노사관계 사정을 들어 보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EU의 분쟁해결 절차 돌입에 맞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ILO 협약 비준을 미루면 국가의 위신이 실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1일 노동자의 파업할 권리 보장과 ILO 핵심 협약 비준, 노동관계법 개혁 착수를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지난달 21일 노동자의 파업할 권리 보장과 ILO 핵심 협약 비준, 노동관계법 개혁 착수를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17일 고용부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의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는 조항을 들어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해 왔다. 정부 간 협의는 분쟁해결을 위한 첫 번째 절차다. 서면 또는 회의 등의 방식으로 정부 간 협의가 진행되고, 여기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다. 그런데도 90일 이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가 패널이 소집된다. 전문가 패널은 한국과 EU 각 6명, 제3국 6명으로 패널 소집 요청 2개월 안에 구성된다. 전문가 패널은 사안을 검토한 뒤 권고나 조언을 담은 보고서를 내고, 이에 대한 이행 점검에 착수한다.
 
무역제재와 관계없는 권고 성격
그러나 이 절차에 따른 권고나 조언은 강제성이 없다. 특혜관세 철폐나 금전적 배상과 같은 무역제재로는 이어지지 않는 권고적 의미일 뿐이다.
 
김대환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FTA 협정문에 '분쟁(Dispute Settlement)'이라고 적혀 있다"며 "통상 문제로 비화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얘기하면 분쟁이라기보다는 조정과 권고절차에 가깝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분쟁 절차에서 관건은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가 얼마나 대립적 노사관계 등 한국의 사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EU는 분쟁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행보를 보이지는 않는다.
 
EU, 당사자 간 협의 중요시
EU 집행위원회는 통상 정책을 수립할 때 외부 사회단체(산업단체, NGO,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와의 협의와 자문에 각별히 신경 쓴다. 당사자와의 대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최종 절차인 전문가 패널의 결정과 권고에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설득을 우선시하는 EU의 외교정책이 반영된 해결 절차인 셈이다.
 
다만 EU는 기본권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ILO 감독기구인 전문가위원회나 기준적용위원회,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판단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16개 나라와 FTA를 체결했지만, ILO 핵심 협약 비준을 담은 것은 EU와의 FTA가 유일한 것도 이런 경향 때문이다.

 
물론 한·미 FTA를 비롯한 다른 FTA에도 노동기본권에 대한 문구는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협약 체결의무를 부여하진 않고 있다. 대체로 해석의 여지를 두거나 무역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경우에만 문제 삼는다. 한·미 FTA 19.2조에 규정된 의무는 'ILO 선언'을 지칭하고 있을 뿐이다. 19.2조의 1항(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등)의 의무위반이 성립되려면 당사국은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은 핵심 협약 가운데 2개만 비준한 상태다.
 
한국 정부, 적극적 소명 노력이 관건
김대환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정부 간 협의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화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보이는 행보를 보면 적극적으로 소명을 할지 미지수다. 정부는 오히려 EU의 움직임을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용부는 "핵심 협약 비준이 지연되는 경우 국가적 위상 실추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U는 당사자 간 협의와 설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경사노위에서 논의와 그 과정에서 노사 간의 의견충돌 사안 등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EU FTA 한국자문단 위원으로 포럼에서 한국 상황을 직접 브리핑했었다.
 
박 교수는 "정부 협의뿐만 아니라 전문가 포럼을 잘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 한국 노사관계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ILO의 권고나 지침을 바이블처럼 삼는 일부 학자만 참여해선 안 된다. 한국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EU가 보고서에서 '전문가도 문제를 인식했다'는 식으로 적어 현실을 도외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협의와 전문가 포럼 회의록 공개해야
특히 "정부 간 협의 회의록과 전문가 포럼이 열린다면 전문가 포럼 회의록과 참석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적 담론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조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국내에서는 각종 정책으로 시장을 규제하면서 밖으로는 글로벌 가속화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 시스템과 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서는 ILO 협약 비준과 관련, 1차 노사정 논의를 마쳤다. 1차 논의에서는 노동계가 요구한 협약 비준 여부를 다뤘다. 노사 간 합의에는 실패했다. 공익위원은 노사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안을 채택했다.
 
2차 논의는 18일부터 진행된다. 2차 논의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형 제도 개선 방안이 다뤄진다. 주로 경영계가 요구한 사안이다.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이다. EU를 비롯한 선진국은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