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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략적 인내 실패”라더니…오바마의 길 따라가나

 북한의 핵 ㆍ미사일 도발이 이어졌던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 솔직히, 그 인내심은 바닥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상징했던 ‘전략적 인내’를 대놓고 비판하는 폐기 선언이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골자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미국이 직접 나서서 협상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면서 대신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방치해 결국 핵 저장고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 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 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AP]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버린 대신 최대의 압박과 최고의 관여를 예측불가능하게 구사하는 대북 롤러코스터 외교를 구사했다. 지난해 한때 한반도 위기설이 등장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6월12일 첫 북ㆍ미 정상회담을 열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비핵화 진전은 현재로선 거기까지다. 첫 북·미 정상회담 후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실무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임명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일면식조차 거부하고 있다.
 
2012년 9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한 그의 재임 기간 김정일과 김정은은 북핵의 고도화를 이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2012년 9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한 그의 재임 기간 김정일과 김정은은 북핵의 고도화를 이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중간선거 이후로 북핵 협상에 대해 “서두를 것 없다(in no hurry)”로 반복하면서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결국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조야에서 나온다.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군축 담당 조정관이었던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대 벨퍼센터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전략적 인내’는 정책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fact of life)이다”라고 말했다. 세이모어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만 빼면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동일하다”고도 주장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국장도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 비핵화’를 모색하는 한 본질적으로 전략적 인내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더 얻어내기 위해 밀고 당기는 국면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일 뿐 미국 정부가 북핵 자체를 애써 무시하는 국면은 아니라는 논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에 대해 무시 전략을 쓰는 게 아니라 협상을 하기 위해 판돈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며 “예전 오바마 정부는 대화를 안하겠다는 기조였다면 지금은 대화를 하고 싶지만 당장은 하지 않으며 ‘시간은 내 편’이라며 버티기를 하는 양상”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나 협상은 진행되지 않은 채 북한에 시간만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인내의 ‘2.0 버전’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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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면서 내년 초로 기대됐던 2차 북ㆍ미 정상회담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최근 북한에 계속 제재를 가하다보면 결국 협상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하지 않는 한 먼저 북한에 양보를 해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인내’가 아닌 버티기 협상 전략으로 봐야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성과를 얻으려는 북한이 미국의 실무진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원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서로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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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