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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집단 폭행' 출동 경찰 대신 서장 징계···왜

김모 상무가 22일 유성기업 금속노조원에게 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는 모습.[사진 유성기업]

김모 상무가 22일 유성기업 금속노조원에게 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는 모습.[사진 유성기업]

유성기업 간부 폭행 사건 당시 경찰 조치가 미흡했다는 논란에 대한 경찰의 자체 판단이 나왔다. 일단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김보상 충남 아산경찰서장 등 지휘 라인에 있던 간부들은 지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징계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동감사를 해보니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수가 적고, 회사 내에 다수(유성기업 금속노조원)이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출동 경찰은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려고 해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게 합동감사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서장에 대해서는 책임 이행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파악돼 징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이미지. [중앙포토]

유성기업 이미지. [중앙포토]

문제의 사건은 지난 11월 22일 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유성기업 금속노조원 10명은 이날 아산공장 대표이사실에서 김모(49) 상무를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상무는 코뼈가 부러지고 눈 아래 뼈가 함몰되는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사측이 새노조(제2노조)와 임금협상을 벌이자 불만을 품은 금속노조(제1노조) 조합원들이 대표이사실로 달려와 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유성기업 측 설명이다.
 
8분 7초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노조원들의 욕설과 김 상무의 비명 등 긴박했던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녹음파일은 한 노조원이 김 상무에게 “야! 피나니까 X발 아프냐”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돼 적어도 폭행이 8분 이상 지속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파일 공개에 앞서 김보상 서장은 “폭행은 2~3분 정도, 길게 잡아도 5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지휘 책임자인 서장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참혹한 폭행 현장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자연스레 경찰의 대응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여론도 일었다. 결국 경찰청은 11월 29일 김호승 본청 정보화장비기획담당관을 단장으로 하는 13명 규모의 감사단을 꾸려 합동 감사를 진행했다.
 
출동 경찰 징계 안 하는 이유 들어보니  
합동감사단은 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을까. 합동감사단 관계자에게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봤다.  
 
이 관계자는 “출동 경찰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노조원들과 밀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무집행 방해임을 고지하고 진입하려 했지만 노조원 40여명이 막아 수적으로 너무 밀리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조원들의 제지에 막혀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 유성기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조원들의 제지에 막혀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 유성기업]

경찰에 따르면 초기 현장에는 경찰관 4명이 출동했고, 얼마 뒤 인근 지구대에서 지구대장 등 경찰관 3명이 추가로 출동했다. 이후에도 지원 요청을 받은 경찰관 15명 정도가 추가로 와 현장의 경찰 인원은 약 20명이었다.   
 
합동감사단은 경찰이 김 상무의 비명을 듣거나 폭행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등 소란스러워 경찰들이 폭행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40여명을 뚫고 가려면 제압 수준의 상당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데 폭행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동 경찰 아닌 아산서장 징계 착수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반면 경찰이 김 서장 등에 대해선 징계 절차에 들어간 것은 지휘 책임자로서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동감사단 관계자는 “출동 경찰과 달리 서장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력을 적절히 투입하는 등의 막중한 책무가 있다”며 “결국 현장에 명령을 내리고 컨트롤하는 김 서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합동감사단은 앞서 김 서장이 폭행 지속 시간을 “2~3분 정도, 길게 잡아도 5분 정도였다”고 주장한 것도 상황을 오판한 것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녹음파일 등을 보면 쉬지 않고 이어진 폭행까진 아니었지만, 약 8분 이상은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휘 책임자로서 다소 성급한 주장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향후 김 서장 등을 감찰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소명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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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