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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도시, 기술이냐 자연이냐… 634만평 간척지 솔라시도의 고민은

 

땅은 원래 바다였고, 산은 한때 섬이었다. 물길을 따라 난 억새가 바람에 흔들렸다. 붉은 황토엔 채 캐지 못한 고구마와 겨울을 나는 배추가 군데군데 심겨있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일대를 아우르는 솔라시도 구성지구. 서해 바다, 그리고 바다를 막아 생긴 영암호와 금호호에 둘러싸여 곳곳에서 운치있는 수변 풍경이 펼쳐졌다. 634만평(2100만㎥)의 땅 중 원래 육지였던 땅(125만평)은 5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500만평에 가까운 땅은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다. 이 땅의 대부분 지분을 소유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2025년 1단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내년 본격 개발에 돌입하는 곳이다.
 
이따금 바닥을 다지는 중장비가 눈에 띌 뿐 인적이 없는 이 곳에, 지난 2일 10여명의 사람이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이들은 중간중간 버스에서 내려 지형과 풍광을 둘러봤다. 이따금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거나 수첩에 뭔가를 써넣기도 했다. 건축과 도시 설계, 조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식 플랫폼 폴인이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의 의뢰로 구성한 폴인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ㆍ원탁회의) 위원 9명이다. 도시의 개발 컨셉을 검토하고, 큰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한차례의 사전 미팅을 마치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이날 해남을 찾은 것이다. 
 
지난 2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솔라시도 구성지구를 둘러보고 있는 폴인 라운드테이블 위원들. 황정옥 폴인 에디터

지난 2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솔라시도 구성지구를 둘러보고 있는 폴인 라운드테이블 위원들. 황정옥 폴인 에디터

 
2시간 남짓한 현장 답사를 마치고, 위원들은 인근 음식점에서 현장을 둘러본 소감과 즉석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모든 위원들이 "손댈 것 없이 아름다운 이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최선의 개발 컨셉"이라는 데 동의했다. 최연장자인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자연’과 ‘탈중심’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던졌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40여년 간 건축 설계를 해 온 유 대표는 강남구 일원동의 특수학교 ‘밀알학교’ 설계로 김수근 건축상과 미국건축사협회상을 받은 바 있다. 유 대표는 "미래의 도시는 지금의 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라며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기보다 물길과 산을 최대한 살려 조경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솔라시도 구성지구를 둘러보고 있는 유걸 아이아크 대표(왼쪽)와 이양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개발본부장. 황정옥 폴인 에디터

솔라시도 구성지구를 둘러보고 있는 유걸 아이아크 대표(왼쪽)와 이양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개발본부장. 황정옥 폴인 에디터

 
솔라시도의 자연 경관에 주목한 것은 도시 설계 전문가인 조윤철 PH6 디자인랩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까지 뉴욕에서 활동하며 마이에미 워터프론트,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 등의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한 그는 "이곳의 산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낮고 동글동글한 모양"이라며 "이 산들의 등고선을 살려 길을 내고 산을 중심으로 다운타운 등 매력적인 공간을 형성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사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래 도시’라는 화두에 얽매여 ICT(정보통신기술)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공통된 지적이었다. 인천대공원의 키네틱(kineticㆍ움직이는) 건축물 ‘목연리’를 설계한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처랩 대표는 "사람과 자연이 잘 교감할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고 기술은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시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의 폐 화학공장을 재생해 문화공간 코스모40을 설계한 양수인 삶것 대표는 장기적 관점의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오더라도 이 땅을 10년, 20년 안에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50년~100년의 긴호흡으로 개발할 마음을 먹어야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솔라시도 구성지구의 전체 모습. [사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솔라시도 구성지구의 전체 모습. [사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도시의 하드웨어(hardwear)보다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벌어지는 활동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4년 간 7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다녀간 공유오피스(co-working office) 하이브아레나를 운영하는 최종진 대표는 "도시를 완성해놓고 사람들을 부르기보다 도시가 사람을 선택한 뒤에 그들이 원하는 도시를 설계하는 건 어떨까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를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색다른 지역을 좋아한다"며 "그런 면에서 솔라시도도 충분히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택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코리아의 음성원 총괄은 "솔라시도는 유산과 역사가 없는 맨땅이기에 창조적 활동을 장려해 미래 지향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영화 oeclab 대표는 "새로운 일의 방식을 찾아 실험을 벌이는 밀레니얼들에게 어떤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인근 구도심의 콘텐츠를 연계해 솔라시도만의 매력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지향점 고민하는 폴인 라운드테이블  
 
이들 위원은 17일, 20일 서울 논현동 폴인스튜디오에서 두 차례의 원탁 회의(Round Table)를 통해 솔라시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컨셉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렇게 발전한 조언들은 보고서 형식으로 제작돼 솔라시도의 홈페이지(solaseado.com)에서 공개된다. 이양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개발본부장은 “친환경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도시 개발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려던 상황에서 폴인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조언들이 참신하고 유익하다”며 “공론화를 통해 스마트 도시라면 ICT가 전면에 부각돼야 하는 것처럼 알려졌던 기존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폴인 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고민을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나누고 본질적인 지향점을 도출하는 일종의 컨설팅이다. 특히 산업과 기술의 트렌드를 읽고 공론화를 통해 큰 틀의 궤도 수정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미래소비자연구전문그룹 인디즈의 김선주 대표는 ”최근 산업 구조는 물론 소비자의 취향과 가치관도 너무 빨리 변해 대규모 연구 조직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이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밀도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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