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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관심 높은 이때, 총여학생회 왜 없어지나

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2018 총여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연말정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2018 총여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연말정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총학생회가 있는데 총여학생회가 따로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대학 내 남녀비율이 비슷해졌는데, 여성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교내 단체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모든 학생이 낸 학생회비로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안됩니다.” (강모씨·23·남·서울 한 사립대 3학년)
 
“여성들은 대학 내에서 아직도 크고 작은 성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교수님 옆에 예쁜 여학생을 앉혀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게임을 하는 식입니다. 총학생회는 학생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여성의 문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여학생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죠.” (이모씨·22·여·서울 한 사립대 2학년)
 
최근 대학가가 총여학생회(총여) 폐지를 두고 시끄럽다. 총여에 대한 의견은 대학 내 성 평등 실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총여를 없애야 한다는 측은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총학생회에서도 충분히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또 대학 내에 성인권센터 등이 확대되면서 총여의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학 내 성차별 등이 여전하기 때문에 총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30여년 전과 비교해 3배를 넘는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 총여가 처음 생길 당시 대학 내 여성의 비율은 20%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대학 내 소수자였던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자치기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여성의 대학 진학률(통계청의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72.2%로 남성(65.3%)보다 7.4%포인트 높다. 출산율이 줄면서 남아선호 사상이 옅어졌고, 교육 기회에서 성차별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학 내 여성의 증가를 성 평등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다. 교육부가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5년 167건이던 조사 건수는 올해 상반기(1~5월) 238건으로 늘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중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연세대가 유일하지만, 그마저도 존폐 기로에 놓여있다. 지난달 제30대 연세대 총여학생회장단이 당선됐지만,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의 존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폐지위원회는 13일 “6월부터 총여 폐지에 대한 서명을 받은 결과 재적인원의 10분의 1이 넘는 2535명이 총투표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재적인원의 10분의 1 이상이 학생 총투표를 요청함에 따라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일주일 안에 총투표 실시를 공고해야 한다. 현재 연세대는 학생회장이 공석인 만큼 총여 폐지 관련 구체적인 투표안건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연세대를 제외한 대학의 총여는 대부분은 폐지됐다. 올해만 동국대와 성균관대 총여가 폐지 수순을 밟았다. 경희대·서울시립대·한양대 등은 총여가 존재하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장기간 공석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는 2014년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고, 홍익대는 2015년 총여를 폐지했다. 1984년 총여를 최초로 만든 서울대와 고려대도 총여를 다른 기관으로 대체해 운영해 오고 있다.
동국대가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안건으로 한 투표를 진행한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교내 경영관 앞에서 열린 여학생총회 지지 집회에서 참가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동국대가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안건으로 한 투표를 진행한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교내 경영관 앞에서 열린 여학생총회 지지 집회에서 참가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총여 폐지 흐름을 ‘백래시’(반발) 현상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졌는데, 오히려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투 등으로 페미니즘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축적돼 있던 여성 혐오가 표출됐다. 이런 현상이 대학가에서는 총여 폐지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젠더 갈등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생운동의 쇠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예전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이슈에 관심도 없고, 취업 등 자신의 앞가림 하느라 바쁘다. 대학 내 학생자치조직은 10년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총여 폐지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여성의 수는 늘었지만, 취업 등에서 여성은 여전히 여러 가지 차별을 겪고 있다.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미투’가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며 “성 평등이나 학내 성 소수자, 외국인 학생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학생자치조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김지영 교수도 “총여를 폐지하는 시도 자체가 총여의 필요성을 증명해준다. 여성을 대변하는 단체의 존폐여부를 왜 모든 학생이 투표해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남성과 강자 중심 사고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중백 교수는 “총여라는 조직이 없어도 SNS 등 하나의 목소리를 내거나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하다”며 “총여 폐지를 페미니즘의 후퇴가 아니라 대중화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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