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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사지선다 연금 개편안, 폭탄 돌리기보다 더 나쁘다”

김상균

김상균

“목적지 없는 비행.” “폭탄 돌리기보다 못하다.”
 
김상균(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사진) 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하 제도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정부에서 제도발전위원장을 맡아 재정 안정,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제도위원회가 제시한 ‘70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무시했다(2088년에도 1년치 연금 지급액을 보유한다는 목표로, 제도위원회가 이번에 15년 만에 처음 정했다).
“연금개혁의 출발점이 재정 목표 설정이다. 이를 무시한 건 한마디로 공항에서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표를 끊는 것과 같다. 목적지 없는 비행은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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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70년 재정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했는데.
“큰 오해다. 선진국은 장기와 중단기 연금개혁을 한다. 중단기는 정권의 계획, 장기는 정권과 무관한 국가 개혁이다. 일본은 2014년 70년에서 100년 목표로 늘렸다. 과학이 발전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70년 후에도 끄떡없다는 걸 보여줘야 국민이 신뢰한다. 전문가 합의를 깔아뭉갰다. 선진국 안 하겠다는 거다.”
 
재정 안정 방안이 사라졌는데.
“폭탄 돌리기보다 더 나쁘다. 태풍이 몰려오는 게 보이는데, 정부는 ‘태풍이 없다’며 믿으라고 한다. 미신적이고 요행을 바라는 거다. 폭탄 돌리기는 책임을 떠넘기기라도 한다. 대단히 무책임하다.”
 
연금개혁 늦어지면 손자가 죽어난다 … 문 대통령이 나서서 알려야 
 
정부가 네 가지 안을 냈다.
“지금이라도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 이상하다. 이번 개혁안은 여러 가지네. 개혁 의지가 없는가 본데, 이 안도 저 안도 좋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사지선다는 미리 정답이라도 정한다. 이번에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 풀 사람이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제도위원회와 별도로 운영된 재정추계위원회(위원장 성주호 경희대 교수) 추계를 보면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 소진되고 2070년 후세대가 소득의 29.7%를 보험료로 낸다. 이러지 않도록 제도위원회는 ‘2088년 적립금 1배 목표’를 정해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의 비율) 40%-보험료율 13.5%(1단계)’ 안을 제시했으나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제도위원회 권고안을 무시한 적이 있나.
“없다. 1,2차 재정재계산(2003~2013년) 때는 제도위원회가 세 가지 안을 제시했고, 정부가 중간안을 단일안으로 채택했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했다고 내세워야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정부가 현행 유지를 1안으로 냈다.
“1안(현행 유지), 2안(기초연금 25만원→40만원)은 전문가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된다.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창피한 수준이다. 현행 제도(보험료 9%-소득대체율 40%)를 내버려두면 ‘현행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현행 유지냐. 제도를 개선해도 될까말까한데. 현행법 유지라고 표현하면 모를까. 현실 오도다.”
 
2안도 문제가 있나.
“기초연금은 조세(세금)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보험료로 조달한다. 사회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내 돈으로 내 노후를 보장한다’는 주인의식이 있다. 조세 방식은 약하다. 기초연금은 지급 대상과 금액이 올라간다. 사회보험의 위기 분기점을 넘게 된다. ‘뭐하러 보험료를 내느냐, 안 내도 기초연금을 준다는데’라고 여기게 된다. 국민연금이 형해화(뼈만 남게 됨)돼 사라진다. 이번에 국민연금은 수술하지 않고 덮어버리고, 민간요법(기초연금)으로 가자는 것이다.”
 
3안(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4안(13%-50%)은 어떤가.
“3안은 10년, 4안은 15년짜리 단기안이다. ‘국민연금=용돈연금’을 깨려고 꽤 신경쓴 것 같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기계적인 작업이다. 공식에 넣으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후속 세대 부담을 신경쓰지 않았다. 1년이라도 먼저 손대야 후세대 부담이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누가 연금개혁을 해야 하나.
“복지부도, 장관도 아니다. 책임질 사람은 딱 한 사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하는데,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상당히 위험하다. 대통령이 나서 ‘하루라도 늦어지면 손자가 죽어난다’고 알려야 한다. 대통령이 그걸 들으려 하지 않으면 옆에서 계속 진언해야 한다.”
 
김상균
경남고-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온 연금 전문가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1년 정년퇴직했다. 지난해 12월~올 9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을 맡아 28차례 회의 끝에 두 가지 개선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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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