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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한민국은 자유 시장 경제 국가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논설위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논설위원

“지적을 안 받으면 권력이 된다. 지적을 즐기고 프로 반성러가 되라.”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뱉듯이 툭 던져진 말이다. 탤런트 윤여정 씨였다. 어설픈 정치 이념이 덕지덕지 붙은 멘트와는 그 무게가 다르다. 수십 년 배우 인생, 한 인간으로서의 질곡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보여서다. 법이나 권력처럼 눈을 부라리지도, 덕(德)이란 이름으로 좋은 게 좋다는 것도 아닌 중용이 스며있다.
 
완벽하게 대비되는 문구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의 칼럼(중앙일보 11월 14일 자 29면)에서다. “본디 성찰은 스스로가 자신에게 하는 게 마땅하지만, 청와대에 당장 뼈아픈 성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점을 지적당할 때마다 발끈하며 나서 ‘깨알 방어’에 급급하고, 심지어는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청장을 전격 경질하면서까지 ‘마이웨이’를 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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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관급 인사가 있었다. 청와대 비서관이 전진 배치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년 7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만들고 구현하셨던 분들이다. 직접 현장에서 대통령의 뜻을 잘 구현해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깨알 방어’를 넘어 부처를 틀어쥐고 눈을 더 크게 부라리겠다는 거로 읽히지 않는가.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세종의 소통 정치 대신 “군소리말고 따르라”는 기조로 비쳐서다.
 
고용참사, 고용위기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다.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비판은 거의 한 곳으로 모인다. 소득주도성장이다. 가설에 불과한 이론을 국가 경제를 볼모로 검증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이 안 먹히는 데는 청와대 참모진이 벽을 치고 있어서라는 비판도 나온다. ‘관리가 간언을 막는다’(삼봉집)는 말을 빌려서다.
 
현 정부가 출범하며 내놓은 국정과제의 16번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18번째는 ‘성별·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다. 한데 그동안 30~50대 일자리가 급감했다. 경제의 주력부대가 무너지는 셈이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15~20대와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었다. 어느 통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령별 맞춤형’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업 행보를 보면,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는 걸 다소 수용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책은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데 골몰한다. 사법부까지 한달짜리 일자리 만들기에 가세했다. 정부가 지원금을 끊으면 사라지는 일자리다. 오죽하면 “단기 성과에 급급한 개발 독재 때의 행태”(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라는 비판이 나왔을까.
 
다행히 현 정부에서 금기시되던 말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고용노동부 직원은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을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직언했다. 홍 부총리는 “산업·노동구조 혁신, 구조개혁”을 천명했다. “노동개혁의 ‘개’자도 못 꺼낸다”(고용부 고위관계자)고 했던 게 엊그제다. 개발 독재 때나 하던 관행을 털어내는 신호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징조다.
 
시장 경제에서 반(反)시장은 독재다. 독재에 경제란 없다. 시장의 순환구조와 역동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정부만 활개 친다. 기업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일자리도 정부가 협조요청이란 이름으로 배정하기 일쑤다. 시장에서의 계약 관계는 계급 관계로 둔갑한다. 기업가를 경제 주체이기보다 자본가 계급으로 보고, 옥죄는 건 그런 바탕에서 진행된다. 글로벌 시장이 아무리 변해도 함부로 변화에 반응하거나 대응책을 구사할 수 없다. 그랬다간 미운털 박힌다. 독재에선 공정 가치도, 혁신도 이현령비현령이기 십상이어서다.  
 
그래서 다시한번 되새기는 명제. 한국은 자유 시장 경제 국가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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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