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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시선] 수갑에게 직권남용의 죄를 추궁하다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죽음 이후 수갑(手匣, 피의자·피고인·수형자의 자해·자살 및 도주방지를 위해 손목에 채우는 자물쇠)이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수갑을 직권남용에 따른 인권침해 혐의로 ‘원님 재판’에 기소했다고 가정해 상황을 유추해봤다. 수갑은 자신은 공무 수행의 도구로 사용됐고 한발 더 나가더라도 공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이제와서 죄를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억울해했다. 오히려 수갑을 채우도록 지시한 나라와 일부 검사의 책임이 더 크지 않느냐며 눈을 치켜뜨고 대들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수갑이오.”
 
성이 없단 말이냐.
“그렇소. 일제시대에 수입된 상것이 무슨 성이 있겠소. 그저 이름 두자 뿐이오. 이수갑이라고 하든 김수갑이라 하든 맘대로 부르쇼. 우리 가문과 관련해선 ‘현대적 수갑이 미국에서 특허를 얻은 것은 노예해방 3년 전인 1862년이고 국내에서 수갑에 ‘쇠고랑’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1930년대 중반께’(역사학자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라고 알고 있을 따름이오.”
 
네가 네 죄를 알렸다.
“무슨 소리요. 나는 아무 죄가 없소. 나를 인신 구속과 인권 탄압의 도구로 사용한 일부 검사나 수사관에게 죄를 물어야지 왜 엉뚱한 데서 화풀이요, 화풀이가.”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부 검사나 수사관들이 너를 애용한 이유가 뭐냐.
“보시오. 미끈하기가 날렵한 은갈치같지 않소. ‘은팔찌’라는 별명도 있소. 그런데 난 과격한 걸 좋아하오. 범죄의 현장에서 지강헌 같은 살인범의 손목을 쫙 조여들어갈때 엄청난 쾌감을 느끼오. 그런 자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두손으로 꽉 잡아 감옥으로, 법정으로 데려가는 게 내 일이오. 하지만 이제와서 나를 범죄자로 몰아 문초하고 신문하고 재판에 넘기다니… 그것도 나라와 일부 검사님이 시켜서 한 일로.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잣대를 갖다대면 나도 솔직히 창피하고 당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나를 우습게 보겠소. 나랏일 좀 똑바로 하게 내버려 둡시다. 일관성 있게.”
 
2013년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 수사 때도 잘못이 없었다는 건가.
“그게 무슨 잘못이오. 수사 관행이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의 결단을 내린 것이지.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그 분이 검사실에서 포승줄과 나(수갑)를 찬 채 2주간 조사를 받자 변호인들이 ‘무죄추정 원칙의 침해 요소가 있다’며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낸 거요. 이에 헌재가 2005년 계구 사용을 허용한 ‘계호근무준칙 298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소. 구속피의자라 하더라도 검사실 내에서 조사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풀어주라는 거요. 그 외에 구치소에서 검사실로 이동하거나 검사실에서 법정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나를 채우게 돼 있소. 송 교수 사건 주임검사였던 정점식 변호사(전 대검 공안부장)에게 물어보니 ‘형사소송법에 피의자의 변호인신문참여권이 법제화된 것도 송 교수 사건 때였다. 인권보호를 위한 형사절차의 정립은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이뤄졌다’고 하더이다. 역설적이지 않소?”
 
어쨌든 이재수 전 사령관을 죽음으로 몰아간 게 너 아닌가.
“송 교수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인 반면 이 전 사령관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구인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소. 구속 여부가 결정이 안된 이 전 사령관에게 나를 채워야 하느냐 여부는 인권 문제와 직결돼 있소.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의 수갑 착용을 규정한 대검찰청 예규 822호 3조에는 ‘검찰청 공무원은 도주의 방지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체포·호송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소. 원칙적으론 나를 안 채우되 예외적으로 채운다는 의미 아니오? 그럼 채운 사람 잘못이지 왜 내 탓이오?”
 
검찰은 법 규정을 따랐으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걸 믿소? 검찰이 이 전 사령관 사망 이후 자체적으로 확인해 보니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 부서에선 나를 안 채우고 공안수사를 지휘하는 2차장 산하 부서에선 채우는 추세였다고 하오. 그것 자체가 원칙과 기준없이 중구난방으로 운용해왔다는 실토 아니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사건 피의자 등에 대해선 어김없이 나를 채웠소. 그러나 여권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해선 안 채웠소. 전 정부 적폐도 사람따라 차별한 건지 사법 적폐로 몰린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은 나를 피해갔소. 똑같이 혐의를 부인하는 건 마찬가진데… 이쯤되면 막 하자는 거 아니오? 특히 서울중앙지검이 보유하고 있는 수갑 숫자가 부족해 필요할 경우 1층 장비과에 가서 검사나 수사관이 빌려야 한답니다. 도주 우려가 없는데 그런 수고까지 했다면 이유가 뭐겠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날 갖고 장난치지 마오. 나도 괴롭소.”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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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