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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평등’ 집착하는 경제 실험, 더는 감당 못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문재인 정부의 이념에 치우친 경제 실험이 실패에 다가서며, 청와대를 제외하고는 한국호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드물다. 거시 지표는 견고하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투자·고용·소비 어느 것 하나 경제 침체를 예고하지 않는 지표를 찾기 힘들다.
 
현 정부의 경제 인식은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되어 있다는 문 대통령 연설에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재난적 양극화”에 처해 있거나, 소외 계층을 양산하며,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 독점됐다는 걸 보여주는 믿을만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종  지표들은 한국의 소득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위권이거나 양호한 편이라는 걸 보여준다. 우리가 고도성장을 하던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소득 격차는 좁혀져 왔으며, 외환위기를 전후한 15년을 제외하고는 직전의 두 보수 정권 아래에서도 양극화는 완화됐다.
 
국가의 포용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로 봐도 경제·건강·교육의 평균 수준에서 2018년 대한민국은 17위로 높은 수준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같은 진보 좌파 학자들이 고안한 사회진보지수(SPI) 순위도 18위다. 사회구성원의 경제·건강·교육의 분산 및 격차를 고려하여 새로 개발된 ‘인간 삶의 지표’(HLI)의 올해 순위는 14위로, 집권세력이 부러워하는 북유럽의 룩셈부르크·핀란드·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는 물론, 캐나다·미국보다 높다.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 혜택을 구성원들이 비교적 고르게 누리는 포용적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의 모습은 분배 문제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념 편견이 가져온 불평등 문제에 집착한 현 정부는 우리의 경제 문제를 내부 적폐에서 찾아왔다. 시장을 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를 확대하여, 경제를 갑과 을, 또는 을들 간의 전쟁으로 몰고 가면서 예측 불가의 경제적 내전으로 국가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시론 12/17

시론 12/17

하지만 우리 경제 불안의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매켄지 컨설팅은 ‘아버지보다 더 가난한 아들을 기르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모든 선진국이 가계 소득 정체와 높은 청년 실업, 경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경제 주도권이 급격하게 신흥 개도국들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세계경제포럼(WEF)과 많은 경제학자가 주목하는 변화다. 90년 초 전 세계 GDP의 65%를 차지하던 선진국의 비중이 급감해 2017년엔 40%로 급락했다. 개도국은 이 기간에 35%에서 60%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인도·러시아·동유럽·베트남 등의 인구 대국들이 글로벌 개방 경제에 동참하면서 성공한 결과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전 세계 제조업의 42%를 점유하는 독점적 지위였다. 이후 서유럽과 일본, 이어 한국·대만이 이 대열에 낄 때만 해도 소수 국가의 과점이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생산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선진국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경쟁국들로 부상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 교수는 2000년 초 단 5년 만에 개방 경제의 노동자 수가 15억에서 30억으로 배가 되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매켄지는 국민소득 5500달러가 넘으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제조업의 GDP 성장 기여도 2만 달러를 전후해 감소로 돌아선다는 실증적 자료를 제시하며 일자리가 얼마나 급속하게 개도국으로 이전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신흥 경제 강대국 중 가장 성공적인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우리의 노동집약산업의 일자리를 중국이 가져갔고 이제 조선·LCD·타이어·중공업·자동차 등 우리 산업의 엔진인 자본집약산업마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는 게 우리의 근원적 문제다.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전쟁은 중국이 미국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방안에 중국이라는 코끼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노동·자본시장을 규제하고, 기업가들을 위축시키며, 증세 등을 통해 부자들의 항복만 받아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현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우리 경제는 급격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고,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은 강력한 경쟁자로 웃자라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의를 앞세우는 도덕적 경제론은 언제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묶고 글로벌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무시하면서 파멸해 왔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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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