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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 없애라” “걸그룹도 없애라는 거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포츠 경기 치어리더 폐지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포츠 경기 치어리더 폐지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나이 19~25세, 키 167㎝ 이상의 여성.”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치어리더 모집 공고다. 치어리더는 스포츠 경기의 관람객 앞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키가 크고 몸매가 늘씬한 여성 치어리더가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10일엔 프로야구 구단의 10대 치어리더 황다건씨가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정 커뮤니티의 성희롱 문제를 넘어 미성년자의 치어리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치어리더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폐지론자들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극대화해 상품화하는 것은 여성을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문화를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한 청원자는 “치어리더가 있는 좌석은 응원석이란 이름으로 좌석값이 곱절이 넘고 치어리더 몸매나 치마 길이에 신경 쓴 사진으로 어린이에게도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실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1(F1)에서는 올해 시즌부터 ‘그리드걸(Grid Girl·F1의 레이싱걸)’을 폐지했다. 이들은 자동차 경주의 출발선(Grid)에서 차량이나 레이싱팀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데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논란이 됐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포츠와 여성이라는 사회적 시각에서 봤을 때, 스포츠에서 주(主)는 남성 선수이고 여성은 남성선수를 치어(Cheer)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존재해온 측면이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치어리더 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어리더 업계에선 이를 반대하고 있다. 치어리더 대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성희롱은 범죄고 범죄를 일삼는 사람들을 질타해야지 직업을 없앤다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논리라면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노출 배우 등이 성희롱을 당하면 그 직종을 없애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업계 관계자 B씨도 “이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스포츠 현장에서 좋아하는 춤을 추고 이를 생업으로 여기시는 분들”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인해 다건양이 되레 피해를 보고 많은 치어리더들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치어리더 폐지론 자체가 ‘2차 피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 대표는 “성희롱 사건과 치어리더 등 여성을 상품화시키는 직업군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누구나 성희롱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공유돼야 하는데, 그것(성희롱)을 이유로 직업을 없애자는 건 본질을 벗어난 논의”라고 지적했다. 이명준 한국성평화연대 대표도 “성상품화 논란은 여성 아이돌이나 여성모델 등 사회 전반에서 지속해서 있었다”며 “단순히 성상품화 논란이 있는 직업을 없애자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성별 간의 갈등 유발을 조장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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