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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이라고? 우리는 세월을 던진다

우에하라 고지. [AP=연합뉴스]

우에하라 고지. [AP=연합뉴스]

한때 일본 최고의 투수로 꼽혔던 우에하라 고지(43)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봉 5000만엔(5억원)에 계약했다. 일본 10년 통산 112승 33세이브(평균자책점 3.01), 메이저리그 9년 통산 22승 81홀드 95세이브(평균자책점 2.66)를 기록한 슈퍼스타로는 초라한 계약이다.
 
우에하라는 지난 15일 계약 후 “분하지만 지고 싶지 않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에하라는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 마무리 투수였다. 만 39세였던 2014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도 뽑혔다. 2015년부터 2년 동안 보스턴과 총액 1800만 달러(204억원)에 계약했던 그의 연봉은 3년 만에 20분의 1로 줄었다.
 
우에하라는 1999년 요미우리에 입단, 다승(20승)·평균자책점(2.09)·탈삼진(179개)·승률(0.833) 등 4관왕과 신인왕을 차지한 괴물이었다. 직구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공의 회전력이 좋았다. 날카로운 포크볼과 빼어난 제구력을 갖춰 일본과 미국 모두에서 성공했다.
 
지난겨울 빅리그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하자 우에하라는 진청팀 요미우리로 돌아왔지만 14홀드(5패) 평균자책점 3.63에 그쳤다. 올해 2억엔(20억원)이었던 연봉이 더 깎였다.
 
우에하라가 센트럴리그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 퍼시픽리그 신인왕에 오른 투수가 마쓰자카 다이스케(38)였다. 요코하마 고교 시절부터 괴물투수로 유명했던 마쓰자카는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하자마자 16승,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6㎞ 강속구와 놀라운 연투 능력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AP=연합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 [AP=연합뉴스]

마쓰자카는 2006·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연속 일본의 우승을 이끌며 두 차례나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일본에서 8년 동안 108승(72완투·18완봉)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한 그는 2006년부터 6년 총액 5200만 달러(590억원)를 받고 보스턴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8년 동안엔 56승 평균자책점 4.45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2016년 일본(소프트뱅크 호크스)으로 돌아온 마쓰자카는 3년 12억엔(120억원)의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부상에 시달리며 3년 동안 1군 경기에 등판한 날이 하루뿐이었다. ‘먹튀’ 오명을 쓴 마쓰자카는 올해 주니치 드래건스와 일본 프로야구 최저 연봉(1500만엔·1억5000만원)에 계약, 6승 4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하며 재기의 가능성을 알렸다.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마쓰자카는 아직도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마쓰자카 덕분에 올해 주니치 홈 관중이 8.3% 증가(센트럴리그 1위)했다. 마쓰자카의 기량과 상품성을 재확인한 주니치는 내년 연봉을 8000만엔(8억원)으로 올렸다.
 
20년 전 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두 괴물은 미국에서 돌아온 뒤 퇴물로 불리고 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이뤘지만, 우에하라와 마쓰자카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승리와 패배, 환호와 비난까지 차곡차곡 쌓아가는 야구 장인(匠人)들이다.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다만 목표를 정할 뿐이다. 목표가 하루하루를 지배한다. 이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길을 열겠다.” 마쓰자카가 잘나가던 시절 했던 말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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