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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의 꽃 장작난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8)
언젠가 밝혔듯 전원생활의 여유로움과 즐거움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수고가 따른다. 모든 옳고 아름답고 멋진 일 뒤에는 남다른 노력과 수고스러움, 괴로움이 따른다는 것. 이거 정말 멋지고 신나기도 하다. 만일 이 모든 즐거움과 행복이 아무런 수고나 번거로움도 없이 돈만 있다고, 권세만 있다고 그냥 오는 것이라면 좀 갑갑하지 않을까. 그를 가지지 못한, 아니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는 상실감과 소외감이 어떻겠나.
 
얼마 전 모처럼의 피치 못할 운동 약속 때문에 저녁 늦게야 산막에 왔다. 날이 무척 차가워 오자마자 장작 난로부터 지폈다. 기름보일러 하나에 의존하기에는 산중의 추위가 너무 심하고 비워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강추위가 몰아친 산막. [사진 권대욱]

강추위가 몰아친 산막. [사진 권대욱]

 
장작 난로 지폈더니 산막에 안온함이
강추위다. 물은 얼고 날은 시베리아처럼 차다. 어제의 심란함도 결국은 이거 때문이었다 생각하니 그 가벼움에 실소가 난다. 오늘은 어떤가. 어제의 심란함은 말끔히 사라지고 감사와 안온함이 가득하다. 다행 타령이다. 곡우초당의 물이 얼지 않아 다행이고, 보일러도 이상 없어 다행이고, 더운물 잘 나오니 다행이고, 장작 난로 잘 타니 다행이다.
 
온 집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삶이 이렇다. 어제는 그렇게 심란하고 오늘은 이렇게 안온하다. 이것이 반복되고 일관되지 못하니 그것이 또한 심란하고, 이 모든 것 마음 하나 탓이라 생각하니 마음공부의 중함을 알겠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조절해 기쁘다고 너무 날뛰지 말 것이며, 슬프다고 너무 슬퍼도 말일이다. 담담한 마음과 긍정의 마음으로 우리의 심란한 마음을 채우며 하늘 보고 땅을 보며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자.
 
내 노래 ‘나의 삶 나의 꿈’도 결국은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세상에 공개해 나와 심란한 모든 이를 위로하리라.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있어도 가슴 뛰는 그런 삶이면 오죽 좋으련만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 때문에 땅 위에 한발을 딛되 또 한발은 구름 위에 두어야 하는 것.
 
꿈과 희망 역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닌 것.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그 꿈의 끝 허망할 줄 알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꿈을 꾼다.
 
마눌님에게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을 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늘 끊임없는 경탄과 존경의 념으로 마눌을 매료시키는 두 가지가 있으니 그중 하나는 장작 난로 불 피우기요, 또 하나는 꺼진 불 되살리기이다. 오죽하면 내 별명이 ‘불 박사’겠나.
 
따스함을 안겨주는 고마운 장작난로. [사진 권대욱]

따스함을 안겨주는 고마운 장작난로. [사진 권대욱]

 
마눌님이 붙인 별명 ‘불 박사’
불피우기 요령은 착화제 선택과 나무 배열이다. 불붙일 때는 직경 5~7㎝ 정도의 장작을 우물 정(井) 형태로 잘 쌓고 착화제와의 간격을 최소화한다. 일단 불이 붙으면 굵은 장작과 통나무를 얹고 불꽃을 조절한다. 열은 불에서 나오므로 적절한 불꽃 유지가 중요하다. 요령은 불구멍 조절과 장작 굵기 조절이다. 너무 크면 확 타버려 오래 못 가고 너무 작으면 쉬이 꺼져 연료공급이 번거롭다.
 
그날그날의 기상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실온 25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완급을 잘 조절해야 한다. 잠잘 때는 오래 은근히 탈 수 있도록 아주 큰 통나무를 적절한 시점에 넣어준다. 밑불이 너무 약하면 불이 붙지 않고 너무 세면 온도 조절이 잘 안 되니 적절한 밑불일 때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받이의 재도 적당한 간격으로 비워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절대 안 된다.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신공이다. 오늘은 비 오고 기온도 크게 낮지 않으니, 9시쯤 직경 20㎝ 길이 50㎝짜리 통나무 하나 넣고 불문 꼭 닫으면 될 것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니 그때 작은 통나무 몇 개면 최적의 수면 환경이 유지 될 것이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경탄케 할 수 있음은 그 얼마나 다행인가?
 
난롯불 하나 지피는 것도 간단하지만은 않다. 불쏘시개를 잘 써서 처음엔 가는 나뭇가지부터 점차 굵은 놈으로, 그리고 불이 완전히 붙어 난로가 충분히 데워지면 굵은 장작을 넣고 불구멍을 잘 조절해 은근히 오래가게 하는 게 요령이다.
 
난로도 길이 잘 나야 불길이 잘 흐른다. 다행히 이곳 산막의 무쇠 난로는 그간 수도 없는 시행착오 끝에 이제 길이 무척 잘 들어 추운 겨울밤을 따뜻이 지켜주고 있다.
 
땔감으론 참나무가 최고
한겨울 힐링 에너지. [사진 권대욱]

한겨울 힐링 에너지. [사진 권대욱]

 
땔감도 잘 선정해야 한다. 너무 잔가지는 쉽게 타버리니 연료공급 해주는 게 번거롭고 소나무 잣나무 등은 화력은 좋으나 그을음 때문에 연통 쉽게 막히는 단점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참나무가 가장 좋다. 연기 많이 안 나고 화력 좋고 오래가고….
 
일단 화기가 승하면 아주 굵은 참 통나무를 서너 개 넣고 불 문을 적절히 조정해주면 밤새껏 따스운 온기를 즐길 수 있다. 그뿐인가. 활활 타는 불꽃! ‘타닥 탁’ 장작 터지는 소리…. 밖에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그야말로 환상이다.
 
장작 난로는 겨울 산막의 꽃, 열과 빛 그 이상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불은 묘한 마력이 있다. 잡념과 사념을 없애준다.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사념들을 잡아다가 난로 속에 던진다. 그러나 여기도 공짜는 없다. 나무를 준비하고 운반해야 하며 불을 피우고 재를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 속에 담긴 수고나 어려움은 보지 못한다. 현명함이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생각 너머의 생각을 읽고 마음 너머의 마음을 살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좋기만 한 일은 없다.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 그러니 이 세상 사람들이 각자 누리는 행복의 총량은 모두 다 같을지도 모르겠다.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otwkwon@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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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