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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세계 첫 상용화 5G, 남은 과제는

속도 빨라졌어도 3G→LTE 때만큼 극적인 체감 어려워…요금제 현실화도 해결해야

 
올 초 국내의 한 5G 서비스 체험 현장 사진. 이용자들이 지금보다 한층 다양한 콘텐트를 5G로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면에선 몇 가지 선결 과제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올 초 국내의 한 5G 서비스 체험 현장 사진. 이용자들이 지금보다 한층 다양한 콘텐트를 5G로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면에선 몇 가지 선결 과제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산업계 일부 수요를 중심으로 12월 1일부터 세계 첫 상용화에 나섰지만, 관건은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이용자들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다. 아직 시장에서 신중론이 우세한 이유는 각 가정의 일반 이용자가 5G를 LTE 대비 꼭 필요한 기술로 인식하게 할 유인(誘因)이 부족하다고 인식돼서다. 예컨대 LTE는 이전 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3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 면에서 이용자들이 실생활로 체감할 만한 만족감을 줬던 게 성공 요인이었다. LTE 상용화 전 3G의 실측 속도는 최대 3~5메가bps(bit per second, 1초 동안 전송할 수 있는 비트 수). HD(High Definition)급은 물론 SD(Standard Definition)급 화질의 영상 하나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기도 벅찬 수준이었다.
 
LTE 상용화로 이 실측 속도는 40~50Mbps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대용량의 고화질 영상을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별 무리 없이 실시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지하철 안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포털의 스포츠 생중계나 콘서트 실황 영상 등을 시청하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됐다. 이용자들이 3G에서 LTE로 빠르게 넘어갔던 이유다. 하드웨어 뒷받침도 크게 작용했다. 예컨대 애플 ‘아이폰’ 시리즈는 2세대 모델로 2008년 발표된 ‘아이폰3G’가 3G, 2012년 선보인 6세대 모델 ‘아이폰5’가 LTE를 각각 성공적으로 구현해내면서 새 이동통신 기술의 세계적인 흥행을 주도했다.
 
LTE 때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
이런 면에서 5G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된 게 사실이다. 일단 체감 속도가 100~1000Mbps로 LTE보다 월등히 빨라지긴 했지만 3G에서 LTE로 넘어왔을 때만큼 이용자들이 속도 변화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실생활에서 LTE로 스마트폰을 쓸 때 아무 문제없다고 느껴질 만큼 충분히 빨라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한 관계자는 “1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때 LTE로 8초가 걸렸다면 5G로는 0.4초 만에 끝나는 식”이라며 “이 정도 차이라면 기존 요금제나 기기의 5G 전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G 요금제와 기기는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애플이 5G 기반 아이폰을 2020년 이후에나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악재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초기 서비스 범위가 충분치 않아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 5G 도입을 경쟁사보다 늦출 계획이다.
 
이 같은 불리함을 딛고 5G가 성공하려면 결국 이용자들이 LTE로는 없었던 ‘새로운 뭔가’를 누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확 달라진 속도의 이점을 살린 5G만의 킬러 콘텐트 개발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ICT 분야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트 강화가 5G 흥행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LTE 환경에서도 VR과 AR 콘텐트가 존재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아직까지 이용자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반 영상 대비 10배 이상의 용량을 필요로 해 LTE에선 성장이 더뎠다. 5G 환경에선 기업들 노력 여하에 따라 급성장할 여지가 있다. VR과 AR의 장점이 만난 혼합현실(MR) 같은 신기술도 킬러 콘텐트로 기대된다.
 
범위를 넓혀 보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자동차나 스마트시티도 5G의 킬러 콘텐트가 될 수 있다. 기업 수요나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쪽이 더 중대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5G는 LTE에서보다 동시 접속이 가능한 기기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나게 되는 ‘초연결성’이 특징”이라며 “복잡한 환경에서 수많은 자동차와 도시 기반 시설들이 이용자의 실시간 명령에 반응해 사고 없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AI가 5G의 초연결성을 발판 삼아 더 효과적으로 학습하면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인터넷과 연결된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기기 수는 2017년 75억 대에서 2025년엔 5G 등의 영향으로 251억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시중의 AI 비서 서비스도 5G로 진화할 수 있다면 킬러 콘텐트로 급부상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선 이런 킬러 콘텐트 개발에 대한 산업계의 적극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지향적인 사업인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업들로선 눈앞의 불경기 극복과 실적 챙기기가 급해서다. 국내 콘텐트 개발 생태계가 하드웨어 쪽보다 훨씬 열악하게 조성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용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소비자가 돈을 내고 이용할 만큼 차별화한 5G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느냐가 과제”라며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도 5G 단독모드(SA) 표준으로 망이 구축되는 2020년 하반기에나 서비스 본격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상되는 난관을 지적했다. 특히 후자는 스마트폰만 보급돼도 빠른 확산이 가능했던 이전 세대 이동통신 기술들과 달리, 센서 등의 한층 다양한 하드웨어 보급과 표준화를 필요로 해 장기적으로 봐야 할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5G 장비의 보안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세계적 수준인 이동통신 서비스 기술력에 비해 이동통신 장비에선 상대적으로 두각을 덜 보이고 있는 한국은 5G 장비 상당수를 중국 화웨이(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시장점유율 22%), 핀란드 노키아(13%), 스웨덴 에릭슨(11%) 등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내 일부 이동통신사가 장비 도입을 결정한 화웨이의 경우 가격이 경쟁사 대비 20~30%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보안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12년 미국 하원은 화웨이 장비가 안보 시스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2016년엔 미국에서 판매된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일부 보안상의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보안성 논란의 화웨이 장비
미국을 비롯해 호주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화웨이 측은 “보안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의혹이 제기된 분석 내용에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온라인 댓글 등으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한 LG유플러스의 하현회 부회장은 국정감사 때 “소스 코드까지 철저히 검사하겠다”며 일련의 논란을 정면 돌파할 뜻을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이용 요금을 얼마나 적정선으로 책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존재한다. LTE 때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가뜩이나 5G 필요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소비자들이 적잖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5G 환경에 부합하는 킬러 콘텐트가 등장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데이터 소모량이 기존보다 급증하게 될 텐데, 이는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현 LTE 환경에선 8만원대의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 제가 출시된 상황이지만, 5G 시작 초기부터 비슷한 요금제가 출시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기업으로선 5G 시대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면 허사가 되며, 트래픽 폭증으로 자칫 시장의 불신을 자초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5G를 별 걱정 없이 누리려면 10만원대 요금제를 감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자가 적정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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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