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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건 빈익병’ 심각…건강권 헌법으로 보장해야

[양선희의 컨템포러리] 윤영호 건강학회이사장 인터뷰 
'건강민주화·건강평등사회'의 구현. 윤영호 서울의대(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 생소한 개념을 수년째 주장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 여름엔 한국건강학회를 출범하고 이사장에 취임했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강민주화를 지향하는 이론적·학술적·정책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싱크탱크다. 그가 지향하는 건강민주사회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처럼 건강·보건의 개념 혹은 정책이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걸리기 이전에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 상식적인 주장인데도 윤 교수는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며 각종 자료를 만들어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고, 정치인과 언론인을 만나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건강권과 건강평등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 아닌가
 
"상식적인 얘기인데 우리 사회엔 이런 상식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규정하고 건강 관련 복지는 질병 치료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우리 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 격차를 줄이자는 게 목적이다. 이는 질병이 생긴 후 보장하는 것으로 예방이나 웰빙, 즉 건강한 생활의 영위라는 개념이 없다. 질병 후의 보장은 잘 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질병 이전의 삶에서 건강 격차를 줄이는 제도가 더해져야 실질적인 건강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 격차'란 왠지 개인의 문제로 보이는데 이게 사회적 문제라는 뜻인가.
 
"건강은 사회적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서 개인의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행동성향이 30%, 의료는 10%이고, 사회적 조건이 55%라고 보았다. 사회적 환경이 개인의 건강한 삶의 조건을 좌우한다. 현대인의 건강과 관련한 가장 큰 장애는 흡연·비만·식이의 문제다. 건강문제의 60%가 여기에서 좌우된다. 그런데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과 비만율이 높다. 싼 음식일수록 비만과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하다. 이때문에 사회계층에 따라 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건강도 의료가 아닌 사회적 장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실제로 그렇다. 한 예로 금연운동을 들 수 있다. 내가 국립암센터에 있을 때에는 금연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흡연은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건강까지 해치는 나쁜 사회적 습관이었다. 그래서 금연캠페인과 함께 방송에서 흡연 장면 없애기, 공공건물에서 금연의 법제화 등 금연문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고 이주일씨가 금연캠페인에 동참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금연문화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았다. 이 경험을 통해 건강문제도 의료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건강권이 보장되는 건강민주사회를 구현하려면 이것이 하나의 범사회적 문화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얘기해 보자. '건강권'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건강이라고 하면 신체적 건강에 국한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건강증진법에도 건강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고, 신체적 건강의 범주 안에서 논한다. 그러나 WHO는 이미 1948년에 건강의 정의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했고, 여기에 영적 혹은 실존적 건강까지 합쳐서 건강의 4대 요소가 조화를 이룬 상태를 건강한 상태로 보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세계인권선언도 1984년 인간의 기본권으로 건강권을 제시했다. 세계 각국에서 건강권을 헌법에 기본권으로 명시하는 추세다.
 
건강권을 헌법의 기본권으로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인가.
 
"내가 지향하는 운동의 방향이 그것이다. 헌법에 명시되면 국가·사회·국민이 분명한 권리로 자각하게 되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형평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교육의 형평성 문제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교육권이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이런 민감성도 나오는 것이다. 건강도 무엇보다 형평성이 중요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 등이 자연적으로 제한된다. 이런 점에서 형평성이 가장 강조돼야 할 부분이 건강권이라고 봐야 한다."
 
건강의 4대 요소 중 사회적·영적 건강의 의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의료적 처치가 가능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사회적·영적 건강이다. 흡연·폭력적 문화와 같은 사회환경부터 경제적 빈곤, 초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처럼 보이지 않게 삶을 위태롭게 하고 병들게 하는 사회적 환경은 많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 우울증과 자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인의 실존적 문제도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환경과 영적인 문제는 의료처치가 아닌 제도적 장치로 해결해야 한다."
 
건강평등사회와 건강민주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둘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건강평등이란 사회적 계층에 관계없이 건강에 대한 평등한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노출되고, 운동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으로 음식 첨가물이나 당분 제한 등 여러 가지 조치를 해서 음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할 수 있다. 저소득층이 운동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거나 직장·지역사회단체 등이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변화를 유도하는 여러 지원정책을 만들 수 있다. 건강민주화 사회는 이러한 건강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제도가 확립되고 시민의 참여와 책임감이 드높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건강민주화 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들이 전인적 건강에 대해 자각하고, 헌법상 기본권에 건강권을 포함하고, 범국가적으로 건강권에 대한 사회문화운동이 전개되고, 결국은 건강공동체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내 나름대로의 로드맵(자세한 내용은 그래픽 참조)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우리 사회 리더그룹인 정치인·시민사회단체·언론이 건강민주화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을 실천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민주화를 이끄는 데는 그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론과 방법론을 찾아내는 브레인 역할은 결국 나 같은 학자들이 해줘야 한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시민사회가 건강권을 획득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개념적 근거를 마련해 그들에게 설명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sunny@joongang.co.kr

 
호스피스·연명의료법 이끈 윤 이사장, 이젠 건강민주화 운동
윤영호 교수는 올해 발효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을 끌어낸 주축 인사 중 한 명으로, 의료·보건·건강 관련 정책 운동을 가장 맹렬하게 벌이는 의료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의대 재학 시절부터 호스피스에 몰입해 있는 학생이었다. 중학생 때 누나가 24살의 나이에 위암으로 사망하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학생 시절 말기 위암 환자를 돌보면서 호스피스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1998년 7명의 의료인이 호스피스학회를 만들고 막내 간사 역할을 하면서 불필요한 연명의료 중단과 연명 대신 통증을 관리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언론으로부터 '소극적 안락사'주장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뜻도 사회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방법을 바꿨다.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국민의식 여론 조사를 벌였고, 사회단체와 정치인들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입법화하고 정책화하는 사회적 연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 김할머니 사건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의론이 분분해지면서 연명의료중단법이 발의됐고, 여기에 그는 호스피스 관련법을 함께 연계토록 하는 활동을 통해 결국 올해 법을 발효시켰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20년은 걸려야 하고, 정치·언론·시민사회 각 분야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건강민주화 운동도 최소 10년은 걸려야 사회가 귀를 기울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건강민주화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13년 서울대학병원에 그의 주도로 정책실을 만들면서부터다. 이제 5년 됐다. 그 사이 건강문화운동을 벌이자고 문화관광체육부에 제안해 3년 계획으로 현재 한국 건강문화의 수준을 평가하는 평가도구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관이 바뀌면서 1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지금까지 혼자서 평가도구를 개발했고, 대학 내에 융합과제로 제출해 여러 단과대학과 함께 건강에 대한 컨셉트를 만들고, 올해 걱강학회를 창립하는 등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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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